"복지국가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2010년 11월 15일 01: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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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혁명이 임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다름 아닌 복지국가 혁명이다. 최근 정치권의 변화 움직임과 그 주변의 분위기만 보자면 이제 혁명은 곧 시작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혁명의 기운은 곧 우리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태세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혁명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진행되었던 신자유주의 사회양극화에 책임이 있는 민주당이 당헌에 ‘보편적 복지’를 활동 목적으로 박아 넣었다. 그리고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 등은 더 나아가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 확보 방안으로 부유세나 사회복지목적세 등의 증세 프로그램을 공약하고 있다. 현재의 기세로 보면, 이러한 민주당의 좌클릭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복지국가 혁명의 자장은 한나라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기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꼽히고 있는 박근혜 의원은 ‘복지국가 건설’을 아버지의 유훈으로 받들고 있고, 안상수 대표는 ‘70% 복지’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언했다. 정두언 의원 그룹은 한 발 더 나아가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부자감세의 철회를 주장하고 있고, 소득세 부분의 누진성 강화를 토론과제로 제기하고 있다. 명백한 좌클릭의 징조다.

본래 복지국가 담론의 진원지라 할 진보정당들도 마찬가지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고 외쳤던 그들은 이제 선별적 복지나 차별적 복지가 아닌 한 나라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능력에 따라 내고 필요에 따라 받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 시스템을 논의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당 강령에 복지국가 건설을 못 박고 있고, 민주노동당도 강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의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 이유가 있다. 사실 세상에서 정치처럼 세상과 민심의 변화에 민감한 분야는 따로 없을 것이다. 본래 정치란 사람들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주는 것을 자기의 사명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현재 복지국가 혁명의 엔진을 만들고 서서히 예열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더 이상 개발도상국이 아니다. 흔히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회원 국가가 된 지 이미 15년이 되고 있고, 무역 규모 같은 지표로 볼 때는 이 기구 내에서도 상위권인 9위에서 1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이미 열었으며, 국제사회도 이제 한국이 가난한 나라들을 위한 원조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90대 10의 사회로

하지만 이러한 경제성장의 성과만큼 우리네 삶의 질이 향상되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차별 구조 속에서 고통 받고 있으며, 자영업자들도 몰락하고 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이제 대한민국은 ‘80대 20’의 사회를 넘어서 ‘90대 10’의 사회로 치닫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9년 통계를 보면, 한국은 연간 노동시간이 2,316시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일하면서도 소득수준이 중위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빈곤층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산업재해율은 1위이고, 자살률도 전체 3위이고 여성은 1위이며, 노인빈곤율도 1위다. 정부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도 꼴찌다.

이 지표들은 우리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현재 엄청난 복지 수요가 존재하는 바, 이를 정치권이 뒤늦게나마 알게 된 것이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표출되었던 보편적 무상급식 정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우리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는 그토록 강력하였던 것이다. 2008년의 세계적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각 국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해답은 복지국가다. 이제 복지국가가 시대의 대세, 우리의 시대정신이 된 것이다. 여기서 복지국가 혁명을 염원하는 이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었다고 해서 익으면 터지는 감처럼 혁명이 그냥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복지국가 혁명의 성공을 위해서는 복지국가 노선에 투철한 중심세력이 확고히 형성되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진정한 복지나 보편주의 복지국가에는 관심이 없다. 그것은 자본과 지배적 엘리트 등 그들의 지지기반을 배신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복지국가 노선으로 일부 방향을 전환하기는 했으나, 이제 막 첫 걸음을 떼었을 뿐이므로 더 큰 변화를 위해서는 가히 혁명적 노력이 요구된다. 진보정당들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존재감이 없고, 시민사회 진영도 이명박 정부 들어 크게 약화되어 있다.

주체가 취약하다

복지국가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 주체가 여전히 취약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여야 간의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복지국가 혁명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는 토종형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가야 하는 바, 일반정부의 재정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소득세의 누진성도 강화해야 하고, 주거, 교육, 노동 등 전 분야에서 복지국가 혁명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복지국가 세력이 필요하다.

11월 17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신자유주의를 넘어 역동적 복지국가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창립 3주년 ‘후원의 밤’ 행사를 가진다. 형식은 후원 행사이지만, 이날 행사는 사실상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보편적 복지, 적극적 복지, 공정한 경제, 혁신적 경제’라는 4가지 원칙을 축으로 한 역동적 복지국가 노선을 지지하는 복지국가 세력의 총결집의 장이다. 각 정당과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각계 복지국가 세력의 결집과 세력화를 위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러한 노력은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포럼’이라는 풀뿌리 방식의 시민정치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모든 국민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무상의료에 가까운 의료서비스를 보장 받자는 시민운동이 풀뿌리 수준에서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번져나가려 하는 것 또한 장차 복지국가 혁명에 우호적인 신호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출범하며 세상에 처음으로 내놓았던 책의 제목이 ‘복지국가 혁명’이었는데, 3년 전 당시에는 꿈이었던 혁명이 이제 현실로 실현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건설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 지식인, 정치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그리고 복지국가 혁명을 위해 우리 모두 전진해야 한다. 복지국가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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