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정당 단일강령체로 2012년 돌파를
        2010년 11월 15일 08: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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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회당을 좋아하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머리는 사회당인데 몸은 진보신당에 있다는 식의 이런 소개를 드리는 이유는 제가 생각하기에 ‘진보’는 임시 개념이고 궁극적인 가치는 ‘사회’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진보는 임시가치, 사회는 궁극적 가치

    2011년 봄까지 진보대연합으로 가는 중대한 계기를 만들자는 대표님의 지난 취임 인터뷰를 보고 몇 가지 느낀 바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보대연합을 천명한 이와 같은 대표님의 주장은 사회당에 대해 오랫동안 소위 ‘독고다이’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전향적인 인식으로 비추어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안효상 대표님이 제시한 보수-자유-진보 3분법이 자칫하면 전술상의 오류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진보대연합은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전제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대표님의 인터뷰를 보며 표면적으로는 진보대연합을 주장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진보대연합이 왜 불가능한지를 확인시켜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래 이혼은 쉬워도 결혼은 무척 어려운 법입니다. 물론 총각인 제가 유부남이신 대표님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정말 우습긴 합니다만, 하여튼 정치적으로도 이 원리는 적용됩니다. 결혼 상대를 고르려면 상대를 탐색해보고, 연애도 몇 달은 해야 하고 프로포즈도 해야 하고 부모님 동의도 받아야 하고… 등등 정말 복잡한 고비가 많습니다. 특히 결혼식 준비하다가 많이 싸우기 때문에 막판에 박살난 커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데 안효상 대표님이 제시한 일정에 따르면, 2012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년 봄에는 뭔가 나와야 합니다. 이 말은 즉 이 구상이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총각이 유부남에게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등은 당원 중심 정당입니다. 제왕적 총재도 없고 당원들은 당 대표의 리더십보다도 각자 자기 머릿속에 장착된 나름의 노선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당원 대중의 원만한 동의가 확인되지 않은 결혼 정책은 평당원 체제의 대혼란과 붕괴를 초래할 것이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결국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진보신당에서 지난 몇 달 동안 겪었던 내부 논쟁의 결과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방선거 이후 계속 되었던 통합노선-독자노선 사이의 논쟁이 “‘전략적 독자성+전술적 유연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 라는 하나의 논리적 출발점 위에서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서너 달 동안 계속된 서로 상처주기식 논쟁의 유일한 성과는, “‘전략적 독자성+전술적 유연성’을 모두 확보해야 한다.”라는 애당초 논쟁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온 것뿐입니다.

    더군다나 진보대연합은 둘 사이의 결혼도 아닙니다. 일종의 집단결혼입니다. 이런 식의 집단결혼은 ‘문선명’이 와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말만 무성하다가 결과적으로는 일부 세력간의 짝짓기식 소통합으로 귀결될 공산이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불가능한 구상도 계속 시도하면 언젠가는 실현될 것입니다. 우공이산이라고 하죠. 그러나 우공이산은 시간낭비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산은 정말 우공이나 하는 것입니다. 진보대연합의 유효기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초정당 단일강령체

    사실 민노당도 진보대연합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사회당은 진보대연합 추진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었지만, 정작 민노당의 진보대연합 추진위원장은 민노당을 뒤에서 좌우하는 3개 정파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당내에서는 비중이 높지 않은 분입니다. 이 부분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상 무게 중심을 두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연합정치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유일한 가능성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보편적 복지’라는 단일 강령을 내세워서 <초정당 단일강령체>를 형성하고 이것으로 2012 총선을 돌파하는 것입니다. 초정당 단일강령체는 각자 자기가 속한 현재의 당적을 유지하면서 단일한 공유강령을 위해 선거연합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즉 이것은 가치 중심 정치연합의 다른 말입니다.

    진보대연합은 ‘가치 중심 정치연합’과는 다릅니다. 진보대연합을 하려면 단일가치에 대한 의기투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치끼리의 짬뽕이 필요합니다.

    서로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해 줘야 진보대연합을 할 거 아닙니까? 연합하자면서 자기 가치만 내세우면 안 됩니다. 서로 과거를 묻지도 말아야 합니다. 즉 서로 다른 가치인 민족주의와 사민주의가 서로 차이를 무시하고, 속으로는 싫지만 겉으론 웃으면서 손을 잡는 것이 진보대연합입니다.

    진보대연합 하자면서 무슨 토론회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볼 땐 좀 이상한 일입니다. 토론을 해서 이견을 드러낼수록 진보대연합은 불가능합니다. 단지 예전에 같이 데모한 적이 있었다는 ‘과거의 인연’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잊어야 진보대연합이 됩니다. 즉 모든 차이를 다 무시하고 ‘무조건’ 손을 잡자는 것이 진보대연합입니다.

    진보정당 통합 불가능하다

    반면, 가치 중심 정치 연합은 함께 공유할 하나의 가치 즉 단일강령에 동의하는 세력끼리만의 연합입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 연합이 아니고 ‘기존세력의 재구성을 통한 신세력의 창출’입니다.

    저는 2012년 전에 진보5당의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만약 보편적복지라는 단일 강령을 내세워 선거연합이 실현되고 그 세력이 2012년 원내 진출에 성공한다면, 그 순간 근본적인 연합정치의 조건 변화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세력의 재구성을 통한 신세력의 창출’이 큰 탄력을 받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진보대연합이라는 아이디어가 갖는 중요한 모순에 대해 일단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진보대연합은 서로 모순되는 가치들끼리, 서로 싫어하는 상대를 인정해 줘야 가능한 구상입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진보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던져 봅니다. 사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서로 지향하는 궁극적인 사회상 자체가 다릅니다.

    헌법보다 노동당 규약이 상위에 존재하는 ‘1당 체제’와 삼권분립과 사상의 자유를 전제로 하는 ‘다원주의 체제’는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입니다. 이렇게 민족주의와 사민주의라는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둘을 진보대연합이라는 미명하에 합치라고 요구한다면, 그럼 도대체 이 때의 진보란 뭐냐?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때의 진보란 일종의 미신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같은 미신을 믿다보면 남한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토목공사 때문에 복지예산을 줄였다고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는 인민의 복지를 위해 쓸 돈으로 핵무기 개발하는 행태에 대해 ‘묻지마’로 가야 합니다.

    진보대연합이라는 강령짬뽕체

    그런데 그렇게 진보대연합이라는 강령짬뽕체를 건설한 결과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별로 없습니다. 즉 제가 두 번째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진보대연합은 기대할 수 있는 실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진보대연합은 아시다시피 민주당을 배제한 노선이라는 차원에서 민주대연합과 구별됩니다. 그런데 민주당을 뺀 합당이 무슨 실리가 있을까요? 2008년 노회찬, 심상정이 낙선한 이유가 민주당 때문이지 민노당 때문입니까? 선거연합은 우리가 힘이 없을 때 뭔가 실리를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민주당이랑 해야지, 왜 민노당이랑 하자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즉 진보대연합이란 (1)명분이라는 측면에서 짬봉 구상이며 (2)실리라는 측면에서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는 발상입니다.

    진보대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리가 있다면, 민주당과의 선거연합 국면에서 협상력을 조금 높일 수 있겠다는 의미 외에는 없습니다. 즉 진보대연합은 민주대연합의 중간 정거장으로서만 유일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진보대연합을 해야 하는가? 라는 회의적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명분을 얻으려면 가치 중심의 연합을 해야하고, 실리를 얻으려면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야 하는데, 진보대연합은 그 자체로는 도대체 무엇을 얻기 위한 전술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입니다.

    진보대연합,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제 미신처럼 되어버린 ‘진보’가 아니라 ‘사회’라는 보다 궁극의 가치를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당은 얼마 전부터 ‘기본소득’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상위 개념이 있습니다. ‘보편적 복지’가 그것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일정수준의 소득을 보장하자는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의 화폐적 형식일 따름입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소득세 시스템에 근거한 보편적 증세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고 더 중요하게는 개인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사회적 투명성이 제고 되어야 합니다.

    보편적 복지는 평등사회를 제도화하기 위한 중요한 개념입니다. 따라서 문선명이 와도 안 되는 5가족 동시결혼 구상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보편적 복지라는 가치중심의 연합활동에 집중해 나가야 합니다. 유효기간이 다 끝나서 아무도 먹지 못하는 진보대연합 구상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갖다버리고 복지동맹을 추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편적 복지’라는 단일 가치를 내세워 초정당 단일강령체를 건설하고 최대한 유연하고 폭넓은 선거연합전술로 2012년을 돌파해야 합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한국사회에 신좌파 운동의 뿌리를 내리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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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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