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에게 ‘싼 에너지’가 해답인가?
    2010년 11월 10일 11: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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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복지가 대세다. 민주당의 손학규는 물론이거니와, 한나라당의 박근혜까지도 복지국가를 내세우고 있다니 참 어색하다. 생각 같아서는 박근혜까지도 거들고 있는 복지 담론이라는 것이 얼마나 알량할까 싶어, 확 걷어 차버리고 싶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 보수주의자들까지 거들고 있는 복지국가가 시대정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요즘 녹색이 대세다. 오랫동안 녹색국가를 이야기해온 많은 환경운동가들을 자괴감에 빠지게 만들고, 그 일부는 진짜 녹색과 가짜 녹색을 구분해내려는 결코 쉽지 않은 작업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이명박의 그 놈의 ‘녹색 성장’ 때문이다.

생각 같아서는 이명박이 앞장서고 있는 녹색 담론을 쓰레기통에나 처박아 버리고 싶다. <녹색평론> 김종철 선생의 마음과 같다. 그러나 그들까지 나서고 있는 녹색국가가 또 다른 시대정신임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복지든 녹색이든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지만

며칠 전 레디앙 지면을 통해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상이 대표의 글을 읽었다. ‘낡은 진보’를 질타하는 그의 글에 공감하는 바가 적지 않았지만, 덜컥 목구멍에 가시 걸리 듯 삼키지 못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 왔다.

보편적 복지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밑받침이 된다는 주장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리지 않는 이야기다. 서구 복지국가들은 그랬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제 3세계 민중과 자연에 대한 착취 위에 서 있었는지 말하지 않는다면,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자면, ‘보편적 복지를 통한 지속적인 경제성장’이라는 목표 못지 않는 것이 이명박의 ‘녹색성장’이다. 아니 분명히 그것보다 훨씬 강한 판타지다. 녹색도 하고 성장도 하겠다니, 이명박의 상상력은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많은 이들보다 훨씬 앞서 있는 듯하다.

그런데 짝짓기를 하자고 하면, 굳이 녹색과 성장만 만나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보기에 더 애틋한 사랑 이야기는 녹색과 복지가 만날 때인 것 같다. 녹색성장이 되도 않는 삼류 불륜 영화라면, 녹색복지는 내가 좋아 하는 이와이 순지의 <러브 레터>쯤 되지 않을까. 난 녹색복지가 좋다. 그들의 엇갈린 운명을 누가 이어줄까.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에게 함 물어봐야겠다. 왜냐구? 내가 속한 당 대표니까(인연이야 또 있겠지만).

조승수에게 물어봐

   
  ▲ 가난한 서민들이 더 비싼 에어지를 사용한다. (사진=진보신당 관악협의회)

정부가 에너지복지법이라는 것을 입법예고했다. 입법 취지는 이렇다. “저소득층일수록 저가 에너지공급망의 사각지대에 거주해 고가에너지(등유, LPG)를 소비하여 연료비 지출비중이 평균 가구의 4.7배에 이르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사용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향후 에너지 절약,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한 지속적인 요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에너지 복지 수준 악화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란다.

점점 더 ‘동물의 왕국’이 되어 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저소득층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익숙한 일이다. 정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소득 계층별로 생활의 필수적인 에너지 사용량의 차이는 물론이거니와 같은 단위의 에너지를 구입하는 데 있어서도 저소득층이 훨씬 비싼 값을 치루고 있다. 대개의 경우 보다 저렴한 도시가스 보급이 안 된 탓이다. 시급히 시정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녹색복지’의 시선으로 눈여겨 볼 일은 에너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무슨 에너지 가격 인상이냐, 서민들을 다 죽일 작정이냐, 이렇게 따져 물을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명박이 하는 짓이니, 마음 놓고 욕하고 비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쉽지 않다. 적어도 ‘녹색복지’의 시선에서는 말이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당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발단은 당시 엄청나게 치솟고 있던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경제가 휘청거리게 되자, 대선에 나선 각 후보들의 인기성 공약이 속출했다. 이명박 후보가 먼저 유류세 인하를 약속하자, 모두들 이에 가세했다. 시민단체 출신 환경후보라는 면모를 가진 문국현 후보까지.

문국현까지 휩쓸렸던 유류세 인하

그러나 권영길 후보만이 유일하게 이에 반대하며, 오히려 문국현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고유가 위기를 왜곡된 에너지 세제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개편하는 계기로 삼기보다는,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사회 시스템을 더 공고히 하고 부추기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권영길 후보는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오히려 에너지 세제를 더 강화해야 하며, 그로 발생하는 서민경제가 단기적으로 입을 타격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민주노동당 시절, 그 유류세니 면세유니 하는 문제는 노동자/농민을 대변한다는 진보정당에서 환경정책을 만지고 있는 이들에는 정말 고역이었던 사안이다. 열악한 처지에 처한 화물노동자와 농민들에게 그나마 보탬이 되고 있는 유류세 면제나 면세유 지급은 환경정책을 하는 이들에게는 철회되어야 할 전형적인 화석에너지 보조금이었던 것이다. 외부로부터 여러 번 항의를 받기도 했고 또 내부에서 여러 분란이 있었지만, 그래도 버텼다.

진보신당이 평등, 생태, 평화, 연대의 네 가지 가치를 내세운다고 했을 때, 이런 논란들은 우리가 직면하고 풀어야 할 일들이다. 민노당 시절의 그런 경험은 본능적으로 ‘녹색복지’를 꿈꾸게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한 고리가 ‘에너지기본권’이었다. 지금 우리 당의 대표인 조승수 의원이 17대 의원으로서 이룬 성과 중에 하나가 에너지기본법에 ‘에너지기본권’ 조항을 포함시킨 것이다. 이로부터 ‘에너지복지’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싹틀 수 있었다.

‘에너지복지권’이 움트기까지

비록 정부가 주장하는 바와 같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여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시키며 화석에너지 이외의 다른 에너지원(재생에너지)이 가격 경쟁력을 높여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것이 진보신당의 정책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야기해야 하게 될 ‘부작용’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준비해야 한다. 노동시장의 변화라는 묵직한 의제가 있지만, 여기서의 주제인 ‘에너지복지’로 좁혀보자.

왜곡된 에너지 세제를 바로잡고(산업용 연료에 낮은 과세 등) 엉뚱한 데 쓰이는 세수(도로 확장에 주로 쓰인다)를 에너지 복지와 에너지 전환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복지와 관련해서는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불량 주택의 에너지효율을 확대하는 방향을 잡아서, 보다 쾌적한 생활을 하면서도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것이 조승수 의원이 준비하고 있는 <에너지빈곤층 주택에너지복지법(안)>의 골자다.

지경부의 <에너지복지법(안)>은 제정 취지나 시기의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지만, 조승수 의원 법안과 비교했을 때 제정 취지에 무색하게 허술하다. 대체 에너지빈곤층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기도 어렵고, 에너지복지 급여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가뜩이나 낮게 책정된 기존의 복지 급여를 줄이는 조삼모사 식의 접근이 아닌지 의심스럽고, 또한 에너지 복지를 제공할 꼼꼼한 전달 체계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보다는 기존의 화석연료 사용을 보장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보다 강화하는 근시안적인 접근을 보이고 있다. 없는 것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턱도 없이 부족한 법안이다.

녹색복지가 진보정당의 과제라 믿는 ‘녹색좌파’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번의 <에너지복지법> 쟁점은 진보신당의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교적 조건이 좋다.

에너지복지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비교적 넓게 존재하며, 법안을 가지고 이 싸움에 나선 장수는 정부와 진보신당 조승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를 비롯하여 시민사회와 폭넓은 연대를 주도할 수 있는 기회이며, ‘새로운 진보’가 무엇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진보신당 내에서 복지 논쟁을 하자고 한다면, 또한 연합연대 정치에 대한 논쟁을 한다고 한다면, 이 <에너지복지법> 쟁점을 우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복지국가나 연합정치가 아닌, 진보신당의 급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의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원 동지들의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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