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고통 안겨주는 이유가 뭔가?"
By 나난
    2010년 11월 09일 0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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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EC지회 조합원이 ‘청와대에 전달하는 글’을 작성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노동조합이 14일간의 공장점거 농성을 풀며 구미 KEC 노사 갈등이 일단락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교섭은 제자리걸음만 되풀이하고 있으며, 지난 6일에는 농성 조합원 4명이 구속됐다. 이 중 한 명은 급성뇌경색을 일으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이런 가운데 KEC 노조(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100여 명이 9일 서울상경 투쟁에 나섰다. KEC 사태를 알리고 청와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일상적인 노사 임금 및 단체협상이 5개월간의 파업과 직장폐쇄, 분신시도 등의 극단적 상황까지 초래한 배후에는 “정부의 노조탄압”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20정상회담을 앞두고 극단적 대립만 피하게 해 놓고 ‘교섭은 해도 요구는 수용하지 말라’는 청와대 입김이 작동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2박 3일간의 서울상경 투쟁 동안 “청와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대국민 선전전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노조가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이유는 교섭과 공장 복귀자를 중심으로 진행된 면담에서 나온 회사 측의 발언이 때문이다. 배태선 민주노총 구미지역지부 사무국장은 “지난 9월 회사는 공장에 복귀한 조합원들을 상대로 진행한 면담에서 ‘정부가 뒤에 있다’, ‘노조가 이길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더군다나 김준일 지부장 분신 이후 야당의 중재 당시에도 ‘교섭은 해도 요구를 수용하지 말라’는 정부방침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대구경북의 노조를 깨고 있는 것 같다”며 “그 결과로 발레오만도, 상신브레이크, KEC에 대한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수석부지부장 역시 “임금 및 단체협상으로 시작했던 문제가 분신사태까지 초래됐다”며 “우리가 청와대까지 오게 된 것은 교섭 국면에서 용역업체 직원을 이용해 직장을 폐쇄하고, 노동부가 노조의 합법파업을 불법이라며 탄압하는 상황의 그 이면에는 청와대가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이날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과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아울러 조합원 100여 명은 현장에서 KEC 사태와 관련된 의견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KEC노동자의 목소리’를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격을 이야기하고, 공정사회를 이야기하는데, KEC 사태는 국격과 공정을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노사관계에서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임단협 상황에서 회사는 용역업체 직원을 이용해 노동자를 밀어내고 직장폐쇄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대체인력과 관리자를 동원해 공장을 정상운영하며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정을 말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 금속노조와 KEC지회 조합원 100여 명이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C 사태는 정부의 극단전 노조탄압 때문"이라며 "청와대의 직접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KEC 노사는 지난 3일 점거농성 해제 이후 3일간 본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징계와 고소고발, 손해배상 가압류 등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회사 측은 “최소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지난 6일 농성 조합원 4명이 구속됐다.

여기에 구속된 임광순 금속노조 구미지부 교선부장이 지난 7일 경찰조사를 받던 중 급성뇌경색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급히 후송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다리가 마비되고, 언어 능력이 저하되는 증세를 보였으며, 현재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이와 관련해 배 사무국장은 “평소에 건강에 이상이 없었음에도 뇌경색이 빠르게 진행됐다”며 “의사 역시 의외의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공장의 특성상 압력이 매우 높다”며 “임광순 씨 외에도 점거농성을 벌인 노동자들이 당시 두통을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회사 측은 의료진의 투입도 거부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회사 생활 10여 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우리에게 이런 고통만 안겨주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간답게 살고 싶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KEC 노동자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한 노동자가 분신사태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및 구속노동자 석방과 KEC 대표이사 처벌 등도 병행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며 “청와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줄 것을 공식 촉구한다”고 밝혔다.

KEC 조합원 100여 명은 2박 3일간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이 입원 중인 한강성심병원과 KEC홀딩스, 경찰청 등지에서 KEC 사태를 알리는 대국민선전전과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금속노조는 오는 11일 KEC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전면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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