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백혈병 업무관련성 있다"
By 나난
    2010년 10월 15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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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삼성전자 측 의뢰로 공장내 역학조사를 거쳐 ‘반도체 사업장 내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를 작성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이 삼성 노동자들의 백혈병 발병에 대해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15일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가평가위원으로서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맞느냐"고 묻자 백 원장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그 근거로 현재 상황에서 과거의 작업 환경과 발암물질 노출 유무를 명백히 따질 수 없는 한계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해 12월에 열렸던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평가위원회 회의에서 “유해 물질과 실제 질병 간의 연관 관계가 있다고 입증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는 이유를 들어, 백혈병 피해자의 산재 신청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백도명 교수 "발암물질 사용 가능성 높다"

이날 백도명 원장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관련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암물질이 없다’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겠다는 것이지, 과거에도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며 “과거 조사 문헌 등을 봤을 때 (발암물질이 포함된 물질을 썼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사진=정상근 기자)

앞서 지난 9월 28일 참여연대는 지난해 노동부 권고와 삼성전자 의뢰로 서울대 산학협력단(단장 백도명)이 실시한 반도체 사업장 내 화학물질 노출평가 자문 보고서를 일부 입수해 공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반도체 기흥공장 5라인에서 99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됐으며, 삼성은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기재된 성분이 맞는지 등 자체적으로 확인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심지어 화학물질 중 60% 가량이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자문보고서를 보면, 성분자료조차 알 수 없는 물질이 10여 종이라고 돼 있는데, 이런 상태에서 발암물질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백 원장은 “발암물질이 없다고 하는 건, 현재 상황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지, 과거에 없었다는 것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직업성 암과 같은 경우, 가장 큰 어려움이 질병 발생까지의 잠복기로 인해 과거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일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라며 “현재 제도적으로 작업환경을 측정하지만 항목이나 시간, 조사 방식이 제한적이어서, 과거에 있어 (발암물질의) 사용이나 노출 유무를 완전히 파악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작업환경 측정 방식 제한돼

이에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은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에게 “참고인은 일정한 연관 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공단은 왜 산재신청을 불승인했느냐”고 묻었다. 그러자 신 이사장은 “역학조사 결과에서, 전체적으로 ‘유해물질과 실제 질병간의 연관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였기에 그에 기반해  질병판정위원회가 (불승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은 또 조 의원이 “만약 피해자들이 작업장 환경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고, 다른 요인에 의해 사망했다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단정적으로 입증할 수 없다”며 공단의 산재 불승인 판단의 한계를 시인했다.

   
  ▲ 15일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삼성반도체와 백혈병 발병과 관련해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말했다.(사진=정상근 기자)

그는 “현실적으로 산재인정 행정절차상, 청구인이 청구사실 자체에 대해 최소한 증명할 책임이 있고, 공단은 그에 대한 반대를 증명하게 된다”며 “공단이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실이 ‘질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하지 못할 경우 청구인의 주장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조 의원은 “어느 한쪽도 명확하게 판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용자 측은 변호사를 대거 동원해 자신들이 믿는 쪽으로 진실이 규정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약한 피해자들은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는 진실 또는 주장을 규명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공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백 원장은 이날 1997년과 2004년 법원이 업무상 재해와 관련 ‘반드시 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지지 않더라도 간접사실을 통해 규정할 수 있을 때에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명백한 인과관계가 아니라, 과거에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 있었다고 한다면, ‘(산업재해를) 인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전문의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명백한 인과관계 아니더라도 산재 인정돼야"

백 원장은 “지난번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와 관련해 공단 역시 ‘잠정적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안다”며 “(역학조사는) 과거에 대한 것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즉 한계를 가진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의 역학조사 방식이 일방적이거나 좁은 범위에서 이뤄진다”며 “여러 위치에 있는 사람과 다양한 자료와 의견을 접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이 직업적 연관성을 판단하는데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혀, 복지공단의 편향적 태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백 원장은 “그간의 (백혈병 관련) 보고서는 삼성만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도 아니며, 전체 반도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등 특정 부서나 노후라인 등 세부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에, 그 문제를 제대로 규명해 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백혈병의 발생, 사망위험도는 일반인의 1.48배, 발병위험은 1.31배로 나타나 백혈병과 업무사이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백혈병 환자 다수가 발생한 삼성반도체 1~3라인의 생산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세부조사가 빠져 “신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한편,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에 접수된 삼성반도체 등 백혈병 피해 건수는 100여 건에 달하며, 이 중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울러 피해자 중 16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10명은 불승인을, 6명은 현재 심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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