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중공업그룹의 ‘정의’란 무엇인가
        2010년 09월 30일 11:07 오전

    Print Friendly

    제 자식 때린 청년에게 주먹을 휘두른 한화그룹 총수 김승연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그룹 왕회장 정주영이의 여섯째 아들이자 한나라당 전대표, 현대중공업, 미포조선의 실소유자인 정몽준이 이야기다.

    2008년 일명 ‘미포굴뚝투쟁’이라고 불리어진 현대미포조선에서 벌어진 4개월간의 원,하청 복직연대투쟁이 합의 종결 후 벌써 1년8개월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투쟁과정에서 벌어졌던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테러와 노사 양측이 맺은 협약서는 이행되지 않고 있다.

    당시 정규직 현장활동가 대표를 맡았던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 김석진 의장은 현장투쟁과 사, 내외 홍보물배포, 서울과 울산을 오가는 1인 시위, 국가기관에 진정 등 오늘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김 의장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현대중공업 경비대 심야테러 사태 책임을 물어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 경비대장, 그 외 테러에 직접 가담한 경비대를 철저히 조사하여 엄중 처벌하라는 것이다.
    ▸경찰청은 경찰이 보는 가운데 행해진 무차별적인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테러사태를 방조한 경찰을 엄중 문책하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비대 심야테러로 1년8개월 동안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데 대한 현안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합의과정에서 현대중공업 노사협력부 김00 상무가 작성한 협약서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책임자 처벌하고, 협약서 이행하라”

    투쟁 과정에서 벌어졌던 현대중공업 경비대의 심야에 벌인 김의장에 대한 테러는 조직폭력배나 할 수 있는 짓이었다. 지금도 김의장은 당시 테러의 후유증으로 1년8개월째 병원치료를 받아오고 있다. 당시 농성장에는 진보신당 단식농성자 10여 명과 김의장이 있었다고 한다.

       
      ▲ 1년8개월째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 쟁위원회 김석진 의장과 그의 아내 한미선씨

    50~60여명의 경비대가 소화기와 쇠파이프, 각목 등으로 무장해 무저항 상태의 농성장으로 쳐들어와 소화기를 뿌려 앞을 볼 수 없도록 한 후, 김의장을 지목하여 집중적으로 테러를 가했다. 진보신당 당직자들도 폭행하고 농성물품과 차량을 모두 부수고 농성장 주변 물품 모두를 불태워버리고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승용차 20여대를 나누어 타고 유유히 공장문을 빠져나갔다.

    당일 농성장 주변에는 전경차 1대가 대기 중에 있었고 30여명의 경찰이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았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국회에서 진상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한 바 있고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현대중공업과 경찰은 그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물론 합의 과정에서 맺은 협약서도 휴지조각이 되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스스로 작성한 협약서마저 눈 딱 감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대미포조선은 이미 언론에 수차례 소개된 바 있듯이 이른 새벽부터 김의장에 대한 자택감시와 미행, 연이은 형사고발,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 중징계 등을 자행하고 있다.

    그리고 김의장과 함께 현장에서 일을 하는 팀원들은 김의장이 출근하는 현장사무실입구에 비방현수막을 설치하고, 점심시간에는 감시명목으로 작업반장이 식당에 동행하는 등 김의장을 정신적 육체적 고통으로 몰아 한 인간의 존엄을 철저히 파괴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반기업 정서’의 뿌리

    남한 재벌들의 사교모임인 전경련에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이 나라의 ‘반기업 정서’다. 반기업 정서 때문에 투자도 부진하고, 기업인들의 사기도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그렇다. 우리에겐 반기업 정서가 있다. 기업가, 특히 독점자본가에 대해 도둑놈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양심과 사회정의를 흔드는 도둑놈말이다.

    국내1위의 기업이 대선을 앞두고 차떼기를 하고, 세습에 부끄러움이 없고, 탈세에 뇌물공여까지 전경련 회원사 10대 그룹 총수들 중 전과자가 80%인데, 반기업정서가 없다면 이상할 지경이다. 반기업정서의 뿌리는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다. 최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저자특강에 수천명이 몰리는 것, 이 모두가 이 목마름의 표현이다.

    지금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현대그룹(고 정몽헌 일가)과 현대기아자동차 그룹간의 광고전이 한창이다.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것은 광고에서 현대설립자 정주영이가 정통이요,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다지만, 미군 묘지 공사에 잔디 대신에 보리를 심어서 눈속임으로 미군들에게 호감을 샀다고 자서전에 자랑스럽게 써놓은 인사가 영웅이고, 이 땅의 표상이란다. 1조원이 넘는 돈을 조성해 전두환 및 신군부에게 갖다 바친 정주영이가 이 땅의 표상이라면, 여야 정치인 막론하고 돈을 뿌린 박연차는 훈장감이다.

    바로 그 정주영의 아들이요, 한나라당 대표까지 역임했다는 정몽준이가 실제 소유주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반인간적 행위가 극에 달하고 있다. 노동자 테러는 집안 내력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같이 일하던 동료까지 들쑤셔 김의장을 매도하는 대열로 내모는 행위는 용서가 안 된다.

    “까짓 민주노조 정도라면 괜찮지만…?”

    아마 정몽준은 김석진의장이 자신의 역린, 혹은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것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들어 남한자본주의가 승승장구하는 비결 중의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만약 김석진의장이 정규직 노조위원장을 목표로 해서 정규직 조합원들의 환심을 사는 데 몰두했다면 미포조선자본이 이렇게까지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까짓 민주노조(?)세워서 월급 좀 올려달라고 하면, 적당히 떡고물을 던져주고 비정규직한테 부담을 전가하면 그만이었을 테니… 그러나 김석진의장은 미포조선 정규직 노동자의 배 가까이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 편에 섰고, 그것은 2조 가까이 되는 정몽준의 부를 위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몽준은 그 부를 이용해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개인 김석진을 짓밟고 있다.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한 법도, 경찰도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목구멍이 포도청인 가련한 임금노동자들이 옛 동료를 배신하는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

       
      ▲ 필자

    자본주의는 멀쩡한 인간을 후레자식으로 만드는 체제다. 말하고 숨쉬는 자본으로서 독점자본가들은 그 후레자식의 첨단을 걷는다. 자선의 왕이라는 빌게이츠처럼 자신이 세운 게이츠 재단의 돈을 세금 없는 아프리카 국가에 투자하고 돈세탁을 하는 인사가 고급 후레자식이라면, 사설조직폭력배와 같은 경비대를 동원하여 자신의 피고용자의 존엄을 짓밟는 행위는 더러운 후레자식이나 하는 짓이다.

    정의에 대한 목마름이 높아가는 이 시대에 누구의 편을 설 것인가? 이런 후레자식들을 섬기는 자본주의를 떠받들고 살 것인가? 아니면 정의를 원하고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싶은 김석진과 함께 할 것인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인간이 사람답게 되는 세상을 위해 자본가들의 밑을 훑어서 씨를 말려야 직성이 풀리는 자들을 우리는 노동해방 투사라 부른다. 그리고 김석진은 그 길을 가고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