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말라"
    By 나난
        2010년 09월 24일 0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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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9년 8월, 쌍용자동차 노사는 대타협을 이뤘다. 그 결과로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은 ‘10월 중 사내하청으로 복귀’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은 1년이 지난 현재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노무팀에서 면접 보라고 해서…"

    쌍용차 관리자들은 마지못해 껍데기뿐인 면접 기회를 알선했다. 분사업체를 포함해 5개 업체 관리자 노무팀에 공문을 발송하고, 면접에 관한 모든 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무작정 "연락이 갈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리고 일부 분사업체는 면접을 본 조합원에게 "현재 일한 자리도 없고, 사람도 뽑을 계획조차도 없다"며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하기도 했다. 이에 "그러면 왜 면접을 보라고 했느냐"고 물으니 "노무팀에서 공문 속에 누구누구 면접을 보라고 내려왔기에 면접을 볼 뿐,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답했다.

       
      ▲ 금속노조 쌍용차 비정규직지회가 지난해 10월 30일 ‘비정규직 고용보장 노사 대타협 이행’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쌍용차 비정규직지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는 현장에서 쫓겨났지만 77일간의 원/하청 공동투쟁을 이루어냈고, 여전히 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투쟁 이후 노조 집행부를 정비하고, 제일 먼저 평택 쌍용차 공장 정문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당시 쌍용차는 극적인 대타협이라며 회생을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었고, 2~3차 관계인 집회마저 무산되어 파산이 거론되며 법원에 ‘강제집행을 해달라’는 탄원서까지 제출되고 있었다.

    이 같은 자본의 이익다툼 속에 길거리로 내몰린 현장의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우리는 추운 눈바람을 맞아가며 쉬지 않고 현장복귀를 위해 온전치 못한 몸을 일으켰다. 새벽공기를 맞으며 투쟁하던 중 쌍용차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함께 살고자’ 임원 간부를 포함한 19명의 명단을 다시 노무팀에 전달하며 노사 대타협의 실현을 요구했다.

    뽑지도 않으면서 작업복 치수는 왜 묻나?

    모든 걸 잃고 이젠 정면승부로 다시 현장에 복귀하겠노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왔다. 여성 조합원의 전화였다. "금강이라는 회사인데 지금 당장 면접을 볼 수 없느냐"’고 전화가 왔단다. 이에 조합원이 "지금은 안 되고 내일은 어떠냐"고 하자 회사 측은 "지금 당장 아니면 어렵다"는 말만 남기고, 그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람을 필요로 하는 모든 회사는 적어도 2~3일 정도의 면접 준비 시간을 주는 게 상식이다.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되는 것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전화해 ‘지금 당장 면접을 보자’, 아니면 ‘어렵다’고 통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얼마 후 또 다른 조합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조합원에 따르면 회사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다음날 오전 11시와 12시에 면접을 보기로 약속을 했다. 업체 관계자는 일상적인 질문과 가족사항, 그리고 임금, 맡고 있는 부서, 하는 일에 관하여 어느 정도 상세한 대화를 나눈 뒤 작업화와 작업복 치수를 물어봤다. 조합원은 ‘이제는 제대로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에 잠시나마 희망의 기쁨을 가졌다.

    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필요해 연락하면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조합원은 "그렇다면 언제쯤 연락을 주느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그 조합원의 기대는 ‘아주 잠깐의 담배연기’와 같이 사라졌다. 면접관 입에서는 "현재 필요 인원이 차 있는 상태라 언제라도 결원이 발생하면 연락하겠다"는 말이 답변이 돌아왔다.

    어찌 보면 성의 있는 면접 같아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이 또한 어이없는 일이긴 마찬가지다. 말 그대로 인원은 다 차있는데, 쌍용차 관리자의 지시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면접’이라도 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조합원 한 명도 현장 못 돌아가

    쌍용차 관리자들은 비정규직 조합원에 대해 복귀시킬 의사가 전혀 없으면서 그저 겉모습만 교섭 결과를 이행하는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 하고 있다. 치졸하고 비겁하기까지 한 그들의 작태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장 약한 비정규직에게까지 약속을 어기는 그들이 관리자로 있는 현실에서 쌍용차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인간관계는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서라도 노사 간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쌍용차지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9명 중 단 한 명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쌍용차(원청)를 상대로 법정소송 및 회사 정문 앞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대타협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우리는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강력한 투쟁으로 전면에서 싸워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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