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3년째 논쟁
    By 나난
        2010년 09월 19일 04: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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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은 지난 2008년 발생한 ‘김00 성폭력 사건’으로 여전히 내홍을 겪고 있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월5일 개최될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 사건의 내부 평가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나 ‘평가보고서’ 합의 도출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년째 논란 중인 ‘사건’

    민주노총은 16일 이 같은 이견을 좁히기 위해 ‘김00 성폭력 사건, 조직적 과제를 도출하기’라는 제목으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으나, 여기서도 이 사건과 연관된 해당 주체들의 이견이 고스란히 노출되었을 뿐이었다. 특히 이른바 ‘조직 보위’를 명분으로 한 ‘조직적 은폐 행위’와 ‘2차 가해’ 여부가 이날 토론회의 쟁점이었다.

    일부 토론 참가자들은 “전교조의 조직 보위를 위한 조직적 은폐 행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과제를 도출하라”고 주장한 반면, 전교조 측 토론자는 “(전교조가) ‘조직적 은폐’를 한 것은 아니”라며 “‘조직적 은폐’를 인정하는 것을 전교조의 반성과 책임에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공개토론회 모습.(사진=이명익 기자 /노동과세계)

    지난 2008년 12월 6일 당시 수배 중이던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도피를 도운 전교조 여성 조합원이 이 위원장이 체포된 후 한 간부에 의해 성폭력을 당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1차 가해자 김 아무개 씨 외에도 전교조 소속 3인의 간부가 피해자 앞에서 ‘조직’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사건의 처리과정이 지연되게 하는 등 사건의 공론화를 막음으로써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 등 2차 가해를 했다며 징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전교조는 “(당사자가) 간부이긴 하나 이 사건의 조직적 공론화를 막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를 확인할 수 없었고, 사건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도모한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없었다”며 은폐 조장 행위는 물론 조직적 은폐 행위는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전교조, 조직적 은폐 없었다"

    전교조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징계를 받은 당사자들이 어떤 조직적 논의를 했다는 정황도 포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행위에 ‘조직적’이라는 표현를 결부시키는 것이 과연 적합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조직적 은폐’와 ‘조직적 은폐조장’의 차이를 설명하며, 관련 당사자들의 행위로 인해 전교조가 ‘조직적 은폐’ 행위를 행한 것으로 낙인 찍히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조직적 은폐’가 조직이 행한 일이라면, ‘조직적 은폐조장’은 조직이 신속하고 정확한 해결을 하지 못하도록 했던 개인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총연맹은 지도부 사퇴를 끝으로 사건의 면죄부를 받은 듯한 반면, 전교조는 2차 가해집단, 또는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최대의 가해조직으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서 초안을 통해 민주노총 역시“이번 사건에서는 노골적인 형태의 조직적 은폐행위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명시했다. 민주노총은 다만 “‘조직적 은폐조장행위’라고 명명한 것은 지도부가 피해자 앞에서 ‘조직’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사건처리 과정이 지연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토론회 참가자들은 이에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가해자들이 조직의 중책을 맡고 있는 간부들인데다, 이들이 조직 보위를 언급하고 사건의 공론화를 막았기 때문에 조직적 은폐가 맞다”는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황미선 민주노총 김**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지모임 대변인은 민주노총 평가서 초안과 전교조의 의견에 대해 “누구나 말하는, 그러나 조직 논리에 피해자 중심주의는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전교조, 피해자 중심주의 실종"

    그는 “위원장 수배 상황을 두고 피해자를 압박하고, 열심히 대책회의를 하던 사람들이,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도 침묵한 사실 등으로 인해 받은 피해자의 고통이 ‘조직적 은폐’ 판단의 일차적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평가서 초안이 ‘노골적 형태의 조직적 은폐행위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명시한 부분에 대해서도 “노골적이지 않은 조직적 은폐는 수용해도 된다는 뜻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토론회의 한 참가자도 “조직적 은폐 행위를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교조는 ‘조직적 은폐가 아니’라고만 항변하고 있다”며 “피해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전교조가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사건화되면 조중동의 공격을 받는다’는 식으로 말한 것 자체가 조직 보위를 위한 은폐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역시 “전교조는 ‘조직적 은폐가 아니’라며 몇몇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으로 또 다른 조직 보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조직의 잘못을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은폐와 조장을 나눔으로써 전교조의 역할은 상실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가 조직의 주요 간부들에게 직접 도움을 호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각 신고하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2차 가해’가 발생했다 평가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나왔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2차 가해는 명확하게 규정된 게 아니라 의혹 정도”라며 “당시 민주노총은 ‘해당 연맹의 규약에 근거해 징계하라’고 했을 뿐 징계자 3명에 대해 2차 가해 여부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 “어떤 행위가 2차 가해인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부분은 더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차 가해’ 규정 놓고도 논쟁

    이에 대해 한 참가자는 “조직적 은폐, 보위론을 지적할 때 가해자들이 이미 ‘2차 가해인 줄 알고 (알리지)못했다’고 말한 상황에서 ‘2차 가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전교조의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자로 나선 보짱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역시 “사건의 논란이 됐던 상황 중 하나는,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한 현장 목격자가 ‘성폭력 사실에 대해서 발설하는 것 자체가 2차 가해인 줄 알았다’며 사건을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무사안일주의”라고 말했다.

    이날 공개된 평가 보고서 초안에서는 2차 가해와 관련, “조직 내부의 공식적인 신고접수 전에도 사건에 대한 소문이 조직 내부에 광범위하게 퍼졌다”며 “(징계 당사자들의)2차 가해 개념의 잘못된 이해는 성폭력 피해자를 도와주지 않고 성폭력을 술자리의 안주거리나 가십으로 전락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노우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에 대해 “진상규명특위가 징계 대상자들을 2차 가해자로 호명하지 않았던 것은 전 민주노총 위원장 수배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들을 온전히 개인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 없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운동사회에서 성폭력에 민감하지 않았던 분위기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과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애초 전교조, 피해자 지지모임, 성폭력상담소로 구성된 ‘김00 성폭력 사건’ 평가팀의 이름으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 오는 10월 5일 임시 대대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건을 둘러싸고 ‘조직적 은폐’와 ‘2차 가해’ 여부에 각 주체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민주노총 상임집행위에서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각 주체별 이견은 첨부하는 형태고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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