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합인가? 통합인가?
    2010년 09월 15일 05: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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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쳤으나 뛰어나온 것은 한 마리 쥐)’인가? 마치 당이 깨질지도 모를 것 같은 긴장과 대립으로까지 확전될 것 같던 이른바 진보신당 ‘노선 논쟁’은 최후 결전의 장인 당 대표 선거가 사실상 조승수 의원 단독 출마로 결정되면서 김이 새버린 모양새다. 

태산명동 서일필?

지난 6.2지방선거 당시 심상정 전 경기도지사의 후보자 사퇴로 촉발된 논쟁이 진보신당을 뒤흔들어 놓았고, 이후 진보신당 내 활동가들은 연합파와 독자파로 나뉘어 선거평가 및 당 발전전략 수립을 위한 특별위원회(당발특위)와 대의원대회에서 몇 차례 격돌했던 상황과 비교해봐도 조 의원의 단독출마는 의외의 결과다.

특히 당발특위의 당 발전전략안이 ‘당의 독자강화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두 핵심 가치가 공존 또는 병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대표단 선거가 경선을 통해 진보신당의 노선을 보다 분명히 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으나 현실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내홍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고 바람직한 ‘통합’인가? 노선 논쟁을 선명하게 치르는 것 자체도 감당하지 못하는 진보신당의 현실을 반영한 ‘봉합’인가?

이 같은 결과에는 몇 가지 원인이 혼재되어 있다. 우선 지난 대의원대회 당시 원안이 통과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통합론에 일부 제동을 거는 수정안이 통과되고, 심상정 전 대표의 중앙당기위 징계안이 상정되면서 심 전 대표와 통합파의 입지가 줄어든 것을 꼽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통합 노선을 강조하던 심상정 전 대표를 비롯한 지지자 그룹은 조승수 후보가 ‘적극 통합론’, ‘민주노동당과의 대화’ 의지 천명 등으로 사실상, 그리고 외형상 자신들의 노선과 특별한 차이가 없는 상황도 심 전 대표가 출마해야 하는 당위적 근거를 약화시키는데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파 측이 부대표 후보 물색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원인이라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단독출마 평가, 긍정 부정 양론

또 이번 선거가 노선 투쟁보다는 심 전 대표의 경기도 후보 사퇴와 이를 둘러싼 당기위 제소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감정 차원의 과열 선거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도 출마를 재고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14일 당 게시판을 통해 “이번 선거는 그동안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갈등을 해소하고 이후 힘차게 나아가기 위한 당의 통합력을 드높이는 선거가 되어야만 한다”고 밝힌 것도 당 내에서 경선으로 인해 벌어질 과열 양상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심상정 전 대표의 징계 문제 등으로 당의 노선논쟁이 다소 과열된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통합파와 독자파로 나뉘어 경선을 치를 경우 자칫 당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단독 출마지만 당선된 뒤 당의 행보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통해 당 내부를 추스르는 계기를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 의원의 단독 출마가 당에 안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진보신당의 다른 관계자는 "이번 선거의 노선 투쟁이라는 내용 측면이나, 대중적 관심이라는 흥행면에서 경선으로 치러졌어야 하는데, 단독 출마로 방향이 잡히면서 오히려 당을 더욱 침체시킬 수 있다"며 "생긴지 얼마 안 된 정당이 대표, 특히 부대표 후보가 없어 미완성된 지도부를 꾸리게 된다면 당 안팎으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조 의원이 단독 출마할 경우 당원 찬반투표로 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당으로서는 오는 27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국 순회 유세를 제대로 치르는 것부터 고민거리다.

전국순회 유세 제대로 치러질까?

여기에 부대표 후보도 박용진 전 진보신당 서울 지방선거 후보사업단장과 김정진 당대회 부의장이 출마를 선언했지만 여성 부대표 후보는 규정된 인원인 2명도 못 채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가 당의 활력과 재도약의 계기가 되지 못하고, 침체된 모습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상황 때문이다.

현재 최은희 서울시당 부위원장, 이봉화 관악구 정책연구소장, 심재옥 대변인, 장혜옥 전 전교조 위원장, 윤난실 부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본인들이 출마를 거부했거나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은주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15일 출마를 선언했다.

심재옥 대변인의 경우 14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출마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고 최은희 부위원장도 15일 “출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관계자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여성 부대표가)2명을 못 채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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