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파는 투항파일 뿐이다"
        2010년 09월 13일 10: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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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파언론이라고 하는 <레디앙>을 포함한 언론들과 당내에서는 현재 진보신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선논쟁을 이른바 통합파와 독자파의 대립이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러한 딱지 붙이기는 분명히 언어도단이다.

    1. 이른바 통합파는 실제로는 보수야당으로 흡수되어서 진보정당운동의 깃발을 내리고자 하는 투항파일뿐이다.

    그러면 왜 그들이 (보수야당으로의) 투항파인가?

    왜 투항파인가?

    1) 우선 보편적 복지를 매개로 해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까지 포함된 진보(?)대통합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이른바 반한나라 비(非)민주의 제3당론-에 대해서 검토해보자.

    유럽의 복지국가, 특히 사회민주주의를 기조로 한 복지국가는 격렬한 계급투쟁 끝에 노동의 가치와 시민권이 획득된 가운데 (보편적) 복지정책을 시행해서 복지국가를 건설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노동의 가치와 시민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것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지의 추구는 허구이고 기만적인 것이다. 단적으로 한국사회 최고의 복지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이 노동의 시민권-노동조합의 설립-을 인정하지 않기에 ‘진보적 기업’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럼 왜 이런 허구적이고 기만적인 행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인가?

    일정 정도 고등교육을 받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에 중간계층들-우리 사회에서 이들이 여론주도층이기 때문에 보통 ‘국민’이라고 불리거나 그를 대표하는 세력임-은 직접적으로 조직화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해당 정세 하에서의 핫 이슈(hot issue)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집단이다.

    따라서 투표라는 정치적 행위의 동원 대상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래서 선거 국면에서 이들을 어떤 정치적 집단-보통의 경우 보수야당-이 얼마나 동원하고 획득하느냐에 따라 선거의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상대적 분노

    그런데 이들 중간계층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 계급의 삶을 지향한다. 하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거나 불가능하다. 이 지향점과 현실의 균열이 그 균열된 만큼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상대적 분노와 저항성을 낳는다. 따라서 그들은 언론의 자유를 위한 MBC파업에는 찬성-저항성을 보여줌-하지만 노동의 시민권 획득을 위한 지하철파업에는 반대 혹은 심지어는 적대적 태도-그 저항성이 상대적임을 보여줌-를 취한다.

    보통의 경우, 중간계층들은 앞서 이야기한 ‘지향점과 현실의 균열 때문에 생겨난 상대적 분노와 저항성’으로 말미암아 한나라당보다는 보수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한다.

    그런데 중간계층들은 상대적 저항성으로 말미암아 ‘노동의 가치와 시민권’은 인정하지 않지만 복지는 요구한다. 그리고 현재 중간계층들은 신자유주의적 정책 하에서 서서히 하강 분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저항성이라는 그들의 계층적 특징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하강 분해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복지의 문제가 사활이 걸린 중요한 이슈이다.

    이들 중간계층들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보수야당인 민주당의 주요한 지지기반이다. 그리고 동시에 진보신당을 포함한 현재의 모든 진보정당의 주요한 지지기반이기도 하다.

    진보신당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까지 포함된 현재의 진보정당 운동은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한 민중을 자신의 독자 기반으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떤 이들은 민주노동당의 경우에는 민주노총이라는 노동자계급의 조직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화장한 보수야당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이 지점에서 솔직해지자. 민주노총에 소속된 노동자들은 대기업에 속한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자본이 단위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노동과 자본의 모순을 하청관계의 중소기업으로 이전시켜버린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기업에 속한 정규직 남성 노동자들은 마치 제국주의 국가에서의 개량화되어버린 노동자계급처럼 노동자계급의 특성을 거세당해버린 채 상대적인 고임금을 받는 중간계층들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단위 사업장 안에서는 노동조합을 통해서 그나마 유지되던 노동자의식이 밖으로 나오는 순간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이들 중간계층들 중 일부는 보수야당에 싫증이 나서 혹은 보수야당이 자신들의 균열지점보다 더 우경화되는 것에 대한 견제의 의미에서 특정 정세 하에서 진보정당에 투표를 한다.

    하지만 이른바 제3당(화장한 보수야당- 창조한국당이나 국민참여당)이 등장하면 곧 그쪽으로 이동-그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지향하는 자본가적 삶’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진보정당은 계속해서 지지하기에는 너무나도 불편한 정당임-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상대적 분노와 저항성을 위협하는 한나라당의 확장이 시작되면 두려움을 느끼며 민주당-원조이자 가장 큰 보수야당-으로 원대 복귀한다.

    이제까지 보수야당과 진보정당 사이의 다툼은 중간계층들 따먹기 싸움이었다. 즉 자신의 독자적인 기반으로서의 민중을 쟁취하지 못하거나 방기한 진보정당이 당장에 표를 획득하기 쉬운 것처럼 보이는 중간계층들을 향해 열심히 구애하는 상황이었다.

    현 시기 보편적 복지를 매개로 비민주 야4당이 합당한 진보(?)대통합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한국의 진보정당운동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노동자계급을 중심으로 한 민중보다는 중간계층들을 본격적으로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하겠다는 의미이다.

    민주당과 정책, 지지기반 겹쳐져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무상급식을 자신의 정책으로 받아들인 것처럼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로 자신의 정책적 기조를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주류인 김근태, 천정배, 정동영은 이번 당대표단 선거를 앞두고 보편적 복지와 야권대통합 진보(?)정당의 깃발을 높이 쳐들었다.

    특히 정동영은 부유세의 신설까지 언급하고 있다. 비주류 중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다고 평가되는 손학규마저 비록 실용이라는 수식어를 앞에 붙였지만 진보를 이야기하면서 야권대통합정당을 주장하고 있다.

    즉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로 이동해 정책적 차이가 없어지고 주요한 지지기반마저도 중간계층들로 민주당과 똑같은 (비민주 야4당이 합당한) 이른바 진보(?)대통합정당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뒤베르제의 법칙-소선거구제와 단순다수대표제 하에서는 유권자의 선택이 양당체제로 쏠리는 경향-이 작동하는 가운데 지지기반과 정책이 민주당과 똑같은데다 민주당에 비해 덩치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은 이른바 진보(?)대통합정당은 당연히 반한나라당 단일전선을 요구하는 당 내외의 중간계층들의 강한 압력 속에서 민주당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민주당과 큰 정책적 차이를 가졌던 민주노동당마저도 단일화의 압박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감안해보면 상황은 너무나도 분명하지 않은가?

    민주당 흡수의 불가피성

    2) 다음으로 현 시기 민주노동당과의 즉각적인 통합을 통해서 단일진보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에 대해서 검토해보자.

    현재의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 내의 국민파와 자주파의 연합이다.

    그런데 얼마 전 국민파 소속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이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단일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원탁회의에 국민참여당까지 초대하겠다고 했다. 앞에서 살펴본 반한나라당 비민주의 제3당론에 입각하여 단일진보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자기 독자성과 정체성이 불분명한 중간계층들의 당이 될 수밖에 없기에 앞에서 필자가 입증했듯이 민주당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다.

    다음은 자주파의 태도이다. 당 대표인 이정희는 여러 차례에 걸친 언론 인터뷰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해서 민주연립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즉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현재 북은 중국으로부터의 개방 압력, 경제적 상황 악화, 남한과의 재래식 군사력에서의 열세, 김정일의 건강 악화와 후계 문제, 이명박 정권 수립 이후 금강산관광 단절을 비롯해서 남으로부터 자금 유입의 중지,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한 미국 및 서방의 대북 봉쇄정책 강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체제 유지뿐만 아니라 후계 문제라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북에게는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처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남한 정권의 수립은 중요한 우군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은 애국적 국민정당 노선을 제시하면서 궁극적으로 모든 세력이 민주당으로 결집하라고 하여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통북적(通北的) 정권 수립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크다.

    북쪽의 입장 그리고 남쪽의 정치

    그리고 그 방식은 직접적으로 민주당으로 흡수통합 되는 것일 수도 있고, 반한나라 비민주의 제3당으로 우선 결집한 후에 민주당으로 흡수통합 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필자의 판단으로는 후자의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왜냐하면 전자의 방식은 당내의 평당원들과 당외인 민주노총의 좌파적 성향의 노동자들의 직접적인 저항에 부닥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진보(?)대통합정당이라는 이름으로 저항을 최소화시켜 세력을 결집시킬 것이다.

    그런 후에 민주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서도 2012년 총선에서 원래의 목표인 원내교섭단체의 구성이 불가능함이 드러나면 이러한 현실과 당내외의 통합 압력을 구실로 김기식의 ‘빅 텐트(big tent)론’이 현실적인 노선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주당으로 흡수될 것이다.

    또 한편 정말로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중간 활동가들 사이에서 생겨나는 흐름이다. 울산과 호남에서 민주노동당은 제1야당이기에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6만 명의 당원 중 3만 명 정도만이 당권자이고 기존의 정치활동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재의 민주노동당의 대다수 당협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정치활동의 방식이 마련되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중간 활동가들은 심각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통합파는 투항파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들 사이에서는 다른 정치세력과의 통합으로 활로를 찾고자 하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반한나라 비민주 제3당론과 쉽게 결합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이러한 제3당은 민주당으로 흡수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 즉각적으로 통합되었을 때 이런 흐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아마도 대다수는 그 흐름에 휩쓸려갈 것이고 그 흐름에 저항하는 소수는 분당을 할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 진보신당내에 통합파라고 불리는 세력은 실제로는 보수야당으로의 투항파일 뿐이다.

    2. 그러면 반대 진영은 과연 독자파인가?

    반대진영 중 누구도 현재의 진보신당이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진보정당이기에 진보신당만의 독자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으로부터의 분화-패권의 다툼과정에서의 분당이 아니라 운동의 발전과정에서의 분화-를 강제했던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보다 민주적으로’라는 시대적 과제 하에서 진보정당운동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와 그것의 실천으로서 진보정당운동을 재구성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보다 민주적으로

    ‘보다 적색으로’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상대적인 고임금을 받으면서 중간계층들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정규직 대기업 남성노동자를 그 주요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하고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민주노동당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즉 오늘날 자본주의의 현실적 모습인 신자유주의가 양산해낸, 자본주의 모순의 집약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보다 녹색으로’, 즉 생태주의는 20세기말 새롭게 대두된 과제이다. 그것은 자본주의와 그 물신주의의 전세계화가 야기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의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함과 동시에 대안적 삶을 현실에서 구현하고 실천함으로써 대안사회의 건설을 앞당기는 정당을 건설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민주적으로’는 스탈린주의, 국가사회주의, 봉건적인 북한식 사회주의를 배격하는 것을 의미함은 물론이고 아래로부터 민중의 힘에 의한 자본주의 사회의 진정한 해체와 새로운 대안사회의 건설을 의미하고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그것은 민주노동당이 보여주었던 특정 정파에 의한 패권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었던 당적 구조와는 다르게 진정으로 당원이 주인 되는 구조를 가진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즉 이러한 시대적 과제의 해결-진보의 내용의 재구성-을 함께 할 수 있는 세력들-사회당이나 초록당사람들(준), 그리고 사회진보연대 등-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진보의 세력의 재구성-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진보신당내의 노선논쟁은 단적으로 (보수야당으로의)투항파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의 깃발을 높이 쳐들고자 하는)새진보파의 대립이다. 그리고 투항파에 대한 새진보파의 승리만이 87년 이후 23년간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되어 왔던 진보정당운동의 성과를 지켜내고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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