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이란 딜레마’, 마사지와 공포
    2010년 09월 09일 10:1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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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이란 제제에 동참했다. 이란은 ‘중동의 큰 손’으로 불리는 나라이다. 한국과 경제교류도 활발하다. 이란은 각국의 제재에 보복조치를 취할 것을 공언했다. 한국 기업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피해 규모가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수십 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부의 이번 선택은 옳은 행동일까. 다시 ‘마사지 언론’이 등장했다. 정부 선택의 불가피성을 적당하게 포장하고 다듬어주는 역할이다. 그러나 언론도 ‘공포’를 숨기지는 못했다.

이번 사건이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포장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기업이 느끼는 공포를 외면하기 어려운 언론의 딜레마, 9일자 주요 아침신문에 담긴 한국 언론의 풍경이다.

다음은 9일자 전국단위 주요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이란 기관 102곳·개인 24명 승인 없는 금융거래 못한다>
국민일보 <이란 단체 102곳·개인 24명 제재>
동아일보 <미 반응 주목…이란측 "밝힐 것 없다">
서울신문 <"쌀 조기관세화…저소득에 무상공급">
세계일보 <이란 102개 기관·24명 제재 ‘허가 없는 금융거래’ 금지>
조선일보 <이란 멜라트銀 2개월 영업정지>
중앙일보 <군수의 딸, 시장 조카 지자체도 ‘특채 의혹’>
한국일보 <이란과 허가 없는 금융거래 금지>

정부, 이란 멜라트은행 2개월 영업정지

경향신문은 1면 <이란 기관 102곳·개인 24명 승인 없는 금융거래 못한다>라는 기사에서 “정부는 8일 이란의 102개 및 개인 24명에 대한 금융거래를 금지하고,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2개월 영업정지 등 중징계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란 제재안은 금융, 무역, 운송․여행, 에너지 등 4가지 부문으로 구성됐다. 에너지 부문에서 정부는 이란의 석유 가스 부문에 대한 신규투자, 기술 금융서비스 제공, 건설 계약 체결 등을 금지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 제재안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내용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참 난감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막고자 채택한 유엔 제재결의안의 일환으로 한국의 제재 동참을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3면 <유엔 결의 외 미국 요구도 수용 ‘멜라트 은행 중징계’>라는 기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서 직접 요구하지 않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 중징계는 유엔 결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이란 핵제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국내 경제 미칠 악영향 최소화"

언론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부 선택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춘 언론부터 정부 선택의 문제점을 질타하는 언론까지 극과 극이었다. ‘전자’가 언론의 대세였다. 중앙일보는 8면 <"정상거래 보호, 이란중앙은행 계좌 틀 것">이라는 기사에서 “정부가 8일 내놓은 이란 제재 방안은 이란 핵개발 저지라는 국제사회 의무를 준수하면서도 국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절충안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는 3면 <국제명분·경제실리 사이 고육책…"이란 반응은" 속탄다>라는 기사에서 “8일 발표된 이란 제재 반안을 보면 우리 정부가 적잖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흐름에 동참해야 하는 ‘명분’과 이란과의 교육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 실리’ 사이에서 택한 불가피한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4면 <강력제재 동참-경제실리 사이 불가피한 고육책>이라는 기사에서 “‘이거 만드느라고 머리가 다 빠졌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8일 이란 제재안을 발표한 직후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미국과 이란 중 어느 한쪽이 너무 큰 서운함을 갖지 않도록 할 묘안을 짜내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한국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으로 판단"

국민일보는 3면 <"교역 결제루트 확보" 이란중앙은 계좌 국내 개설>이라는 기사에서 “정부의 대 이란 제재방안에는 외교적 셈법 못지않게 경제적 파장 축소게 심혈을 기울인 대목이 엿보인다. 민감도가 큰 원유를 포함해 이란과의 ‘정상적인 무역’을 위한 결제통로는 틔워 놓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미국의 기대수위에 미치지 못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아는 3면 <미 ‘멜라트은 폐쇄’ 요청했지만 영업정지로 완화>라는 기사에서 “미국의 기대에 못 미치는 제재 수위 탓에 정부는 이번 제재안이 미국에 미국이 내놓을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는 <이란 제재, 국제공조와 국익 사이>라는 사설에서 “미국은 미흡하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이란과 경제 교류가 활발한 한국으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경제 전반에 파장이 크지 않다?

조선일보 3면 <경제 전반에 ‘파장’은 크지 않을 듯>이라는 기사에서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와 이란과의 교역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반응은 희망사항에 가깝다. 이란과의 교역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주장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한국일보는 <불가피한 이란 제재, 기업 피해 최소화를>이라는 사설에서 “문제는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다. 지난해 한국과 이란의 교역액은 97억 4000만 달러였고, 이란과의 거래 기업은 2100여개나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8면 <1700여 중소 수출업체 큰 피해 우려>라는 기사에서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이란과 교역하는 국내 업체는 2142개이며 이중 81%가 교육 규모 100만 달러 미만의 중소 수출업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발만 동동’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국내 기업의 기류는 ‘공포’에 가깝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중동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란에서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닦아 놓은 기반이 일시에 무너져 내리는 게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4면 <관련업계 "수출·수주 차질에 결제통로도 봉쇄" 발만 동동>이라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로 제3국을 통한 우회 금융거래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우리 기업들이 올해만 15억~20억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겨레 3면 <미국 압박에 ‘백기’…이란과 교역마비 땐 100억달러 피해>라는 기사에서 “전체적인 조처 내용은 미국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 "이란과 교역 마비 땐 100억 달러 피해"

한겨레는 3면 <플랜트·조선업계 "공사 막히나" 긴장>이라는 기사에서 “지식경제부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한 플랜트와 조선업계 쪽 분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중공업과 건설업계에선 이란에서 신규 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당분간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란 제재 동참, 피해 최소화에 힘써야 한다>라는 사설에서 “이란은 2005년 한국이 유엔의 이란 핵 관련 제재 결의에 동참하자 한동안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중단한 선례가 있다. 우리의 대이란 교역액은 작년에만 100억 달러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실효성이다. 한겨레는 “이란에 대한 ‘눈치 보기’ 흔적도 엿보인다. 일단 미국이 요구해온 멜라트 은행 지점의 폐쇄와 자산동결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정부 대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화 결제 계좌 신설도 이란 쪽이 수용해야 가능한 일이어서 성사 가능성이 아직은 불투명한 단계”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이란 제재, 근거도 절차적 정당성도 취약하다"

조선일보는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듯이라고 주장했지만, 사설에서는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우려가 녹아 있다. 조선은 “미국이 한국의 조치에 불만을 표시하고 이란은 이란대로 한국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걱정했다.

이명박 정부의 이번 선택은 적절했을까.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다른 선택은 없을까. 언론의 ‘공포’와 ‘마사지’라는 어색한 조합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한겨레는 <이란 제재, 근거도 절차적 정당성도 취약하다>라는 사설에서 “미국 요구만 좇아서는 이란의 반발을 부르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평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정당성이 취약한데다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이런 제재를 왜 했는지 의문스러울 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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