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 후폭풍 '대재앙' 오나?
    2010년 09월 08일 05: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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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9월 8일 오후 이란에 대한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발표했다. 사실상 정부의 사전허가 없이 이란과의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이란 혁명수비대와 이란 국영해운회사, 멜라트은행을 비롯한 102개 단체와 24명의 개인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금융제한 조치와 함께 입국도 불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40개의 단체와 1명의 개인을 추가할 경우, 한국의 제재 대상은 단체 142개와 개인 2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또한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멜라트은행 서울지점 제재와 관련해서는 외국환거래법 위반혐의로 6개월 이내의 영업조치 등 중징계 조치를 내리고 앞으로 당국의 사전허가를 받지 않은 모든 금융거래는 금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내 및 이란 은행의 상대방 국가에 신규지점, 자회사, 사무소 개설 금지 △양국 은행간 코레스(환거래) 신설 불허 및 기존 관계의 단계적 종료 △핵확산 우려시 이란 국채매매 금지 △이중용도 품목을 비롯한 전략물자 수출 불허 및 수출보중 축소 △이란행 및 이란발 선박·항공기에 대한 검색 강화 △이란의 석유 가스 부분에 대한 신규투자와 기술 금융서비스 제공, 그리고 건설계약 금지 등의 조치를 제재 내용에 포함시켰다.

   
  ▲ 지난 8월 초,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이 방한해 이란 핵확산 방지법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다만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내 시중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의 원화결제 계좌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교역 및 투자 가이드라인, 해외 건설 활동 가이드라인, 대금결제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거래의 피해를 취소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제재 조치 발표로 한국 기업이 입게 될 경제적 손실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플랜트와 선박 사업은 직격탄을 맞게 되었고, 일반 상품의 이란 수출 및 이란 원유 수입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이란은 한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안 이상의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경우 경제적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경제 보복 조치로는 원유 수출 축소나 중단, 한국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 및 광고 금지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란 정부의 대응 수준에 따라 연간 최대 100억 달러 규모의 경제적 손실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란의 원유 수출 중단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700~1800원대에서 3000원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등, 국내 물가에도 상당한 압박이 가해질 공산이 크다.

참고로 이란 외무부는 일본 정부가 이란 제재안을 발표하자, “이란을 상대로 제재를 부과하는 어떤 국가도 이란의 높은 잠재력을 이용할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제재의 역효과

그런데 여기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던져볼 필요가 있다. ‘미국 주도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과연 핵문제에 대한 이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가’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은 동맹국이자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진 한국도 이란 제재에 동참하는 것이 이란 핵문제 해결에 기여함으로써 한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이미 네 차례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일축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해온 이란은 최근에도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에 강력 대응할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란의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적대국들은 경제적 압박으로 이란 국민들을 좌절시키고 정부를 비난하게 만들어 정부와 국민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한다”고 서방 국가들을 강력 비난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9월 7일 연설을 통해 경제제재에 강력히 맞설 것을 다짐하면서 “국제적 압박에 강력히 저항할 수 있는 경제 건설”을 촉구했다.

이전에도 이란 정부는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가 제재를 가하는 나라들도 고통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고, 이란은 자립형 경제구축을 통해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경제제재의 ‘역효과’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경제제재가 강해질수록, 이란의 핵 활동도 강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9월 5일 <로이터> 통신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IAEA는 이란이 국제 핵사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이에 따라 핵무기 개발을 둘러싼 의혹도 더욱 커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IAEA 보고서는 이란이 2명의 유엔 사찰단원이 과거에 불공정한 사찰 활동을 벌였다는 이유로 입국을 불허해, 유엔 사찰 활동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이란이 약 2800톤의 3~5%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했고, 이보다 농축도가 높은 22kg 정도의 농축 우라늄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개 3~5%의 농축 우라늄은 원전 가동용 연료로 사용되며, 20% 수준의 우라늄은 의료 목적의 연구용 원자로 가동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IAEA는 20%를 기준으로 우라늄을 저농축과 고농축으로 나누고 있다. 이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이 20%까지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도 허용되고, 이란 정부도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20% 수준까지 우라늄을 농축하면, 핵무기 제조용인 90%까지의 농축은 단시간 내에 가능해진다. 이란과 서방세계가 20%를 둘러싼 논란을 거듭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우라늄 핵폭탄의 기폭장치는 플루토늄 핵폭탄의 기폭장치보다 훨씬 제조가 쉽고 핵실험도 거칠 필요가 없다.

후폭풍은 지금부터 시작?

이처럼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연이은 경제제재 부과와 우라늄 농축 활동 지속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한국에게 미칠 경제적 후폭풍도 크게 우려된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수준을 넘어선 추가 제재를 발표함으로써 한국도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휘말릴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란이 보복 조치로 원유 수출 축소나 중단, 한국 제품에 대한 고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지의 여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고비를 넘기더라도 한국 경제가 후폭풍을 피해가는 것은 어려워보인다.

미국이 강력히 희망하는 경제제재는 이란 원유 및 가스 수입 금지이다. 미국은 이러한 내용을 유엔 안보리 결의안 1929호에 포함시키기를 희망했지만, 중국, 러시아, 브라질, 터키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은 이란이 IAEA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강화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이 특종 보도한 IAEA 보고서는 이러한 미국의 의구심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추진할 공산이 대단히 크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이란의 최대 수입원인 원유와 가스 수출을 봉쇄하는데 두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에서 이러한 내용에 합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미국은 한국 등 만만한 동맹국들에게 이란 원유 및 가스 수입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핵 활동을 지속하면, 결국 이스라엘의 선제공격론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7월을 시한으로 보기도 한다. 이란이 핵무장을 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는데, 이때까지 문제 해결에 실패하면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중동 아마겟돈’ 시나리오가 국제사회에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국가로부터 원유 수입에 경제를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게도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까닭들이다.

이렇듯 확실해진 경제적 손실과 잠재적인 대재앙의 책임으로부터 이명박 정부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종속적인 한미동맹의 구조를 이해하더라도, MB 정부는 한미동맹에 ‘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교에는 공짜가 없다’는 말을 상기시키듯, 오바마 행정부는 전시 작전권 전환을 연기해달라는 MB의 요구를 수용하자마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미군기지 이전비용 한국측 추가 부담 등에 이어 이란 제재 동참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MB 정부는 대북 제재에 몰두하고 미국에게도 이를 요구하면서, 미국의 이란 제재 동참 요구를 거부할 명분을 상실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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