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프로 폐지-뉴스 시간 변경 추진 파문
    2010년 09월 01일 07: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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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40년간 유지됐던 간판 뉴스데스크의 주말 시간대를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 거센 내부 반발을 낳고 있다. 김재철 사장 취임 뒤 정부비판 <PD수첩> 불방 파동에 이어 이번엔 기자들이 제작하는 권력 비판 프로그램을 시청률 등을 이유로 아예 없애고, 간판 뉴스의 시간대도 변경함으로써 ‘김재철’식 MBC 프로그램 통제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사 "경쟁력 강화 차원"

MBC는 지난달 30일 김재철 MBC 사장 주재로 열린 임원회의에서 <후플러스>(목요일 밤 11시)와 <W>(토요일 밤 11시)를 폐지하고,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를 밤 9시에서 8시로 1시간 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같은 내용은 보도국과 보도제작국 및 해당 제작진에 통보됐다. <후플러스>는 프로그램 명칭이 <뉴스후>였으나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지난 연말에 개명됐다.

차경호 보도본부장은 31일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고, 논의중인 단계”라며 “큰 틀에선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 폐지하지 않고 시간대를 옮기는 방안도 있지만 제작진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차 본부장은 “종합편성채널 시장이 열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열을 정비하자는 취지에서 시청률 등 경쟁력을 고려한 것”이라며 “11월 개편을 목표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부에서는 심층 비판과 권력이 불편해하는 프로그램을 없애려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MBC 기자회는 1일 저녁 긴급 기자총회를 열어 이 같은 프로그램 개편 방침에 대응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후플러스 기자들은 31일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받은 직후 제작진 일동으로 성명을 내어 “보도부문 기자들이 반대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음에도 사장이 직접 나서 일방적으로 멀쩡한 시사 프로그램 폐지를 결정한 것”이라며 “권력감시와 소외자 배려라는 가치를 가진 프로그램을 경영진이 강행한다면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제작진 "멀쩡한 시사 프로 폐지, 단호히 맞설 것"

후플러스 제작진은 향후 사장 면담, 팻말시위, 제작거부, 강도 높은 정부비판 프로그램 제작 등의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29기 이하 기자들을 대상으로 벌인 긴급 여론조사에서도 <후플러스> 폐지와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에 대해 98% 이상이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플러스>를 제작하는 한 기자는 이날 “시청률로 보도프로그램을 재단하는 데 동의할 수 없으며, 과거 ‘뉴스후’ 때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땐 시사고발프로를 시청률과 무관한 ‘공영존’(밤 11시대)으로 옮기자고 해놓고 정작 시청률이 안나오니 폐지시킨다는 건 모순된 논리”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제시하며 밀어붙이는 것은 김 사장 취임 이후 정부와 기업에 불편한 프로그램은 없애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주말 뉴스데스크 시간대 변경에 대해서도 시청률의 잣대로 뉴스의 정체성을 흔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보흠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홍보국장은 “9시에는 뉴스를 한다는 뉴스의 기본 축을 흔들고 채널에서 뉴스를 버린다는 뜻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김재철 사장의 MBC도 새 사장 이후 정부비판 프로그램(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을 없앴던 KBS의 전철을 밟아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MBC의 한 임원은 “그럼 종편을 앞두고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거냐. 남들은 다 준비하는데 MBC는 ‘친정부’ 얘기 나올까봐 조심스러워만 하고 있는데,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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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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