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비민주 진보연합정당인가?
        2010년 08월 23일 06: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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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교수(사진=레디앙) 

    ‘한국정치의 희망의 중심에 진보정당이 존재할 수 있는가?’. ‘대중적 진보정당 없이 복지국가는 가능한가?’. 필자는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이 글을 쓴다.

    한국사회는 반독재 민주정부의 시기를 경과한 후 MB정부의 성립을 계기로 하여 ‘포스트-민주화’ 시대로 진입하였다.

    필자가 이명박 정부 시기라고 하는 단기적 규정을 넘어서서, 포스트-민주화 시대라고 하는 어려운 말을 굳이 사용하는 것은,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서 성립한 ‘민주화’ 시대가 지나고 한국사회와 정치가 새로운 사이클로 들어섰음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배로의 이행

    이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87년 이전에는 ‘독재 대 반독재’, 87년 이후에는 ‘개혁 대 반개혁’)라고 하는 전선을 뒤로 하고, 새로운 정치적 대치선을 형성해야 하는 국면으로 이행했음을 의미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MB를 독재적이라고 하거나 권위주의적이라고 하거나 과거의 언론통제를 되살렸다고 비판하는 것은 ‘잽’은 되지만, 결정적 타격은 아니다.

    이미 그러한 성격을 부분으로 하는 새로운 지배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역설적으로 반독재 민주세력이 집권세력이 되어보는 기회를 가진 이후에 출현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포스트-민주화의 새로운 조건 속에서 어느 정치세력이 ‘대안정당’이 될 것인지를 둘러싸고 각축이 전개되고 있다.

    중도개혁자유주의 정당의 헤게모니의 위기

    이러한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중요한 정치적 특성은 그동안 야당정치를 주도하였던 반독재 중도개혁자유주의정당(민주당 등)의 정치적 구심성(헤게모니)이 현저히 약화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세력, 그 일부로서의 중도개혁자유주의세력은 “독재에 대한 저항은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지만 세계화의 도전 앞에서 좌절”함으로써 이전의 정치적 주도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민주정부는 10년 동안 다양한 정치적 개혁을 수행했지만 결과적으로 폭넓은 사회경제적 개혁을 통해서 ‘박정희와 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을 잘 먹고 살게’ 하지 못함으로써 보수세력에 정권을 내어주게 되었다.

    대중들 사이에 ‘독재시대의 기억’이 선명하게 존재하고 있을 때에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만들이 주변화될 수 있었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화의 성과’ 자체를 ‘주어진’ 것으로 인식하면서 대중들은 자신들의 사회경제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반독재 민주정부, 나아가 그들이 담지하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불만과 회의를 표현하게 되었다.

    반독재 민주정부의 ‘사회경제적 성취’의 이러한 지체(遲滯)는 대중들의 불만을 ‘신개발주의’로 전유(專有)하는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이양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2008년 한국에서의 이명박 정부나 대만에서의 마잉주 정부의 성립이 이런 의미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여러 가지 실책을 겪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하락해야 할 객관적 계기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추월한 적이 없고, 반MB 전선에서 민주당이 과거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진보정당의 최대 약진을 위해

    이를 반독재 중도개혁자유주의세력의 ‘내부-헤게모니의 위기’와 ‘외부-헤게모니의 위기’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자는 반독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형성된 ‘민주주의 블록’ 내에서의 민주당의 주도성 혹은 단일리더십이 약화된 것을 의미하고, 후자는 민주당의 대중과의 결합 혹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제도정치 공간에서의 큰 ‘공백’이 출현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백 상황에서 다양한 정치세력들 간의 각축이 전개된다. 여기에는 보수정당 대 개혁·진보정당 간의 각축도 존재하지만, 중도개혁정당 대 (급진)진보정당 간의 각축도 존재한다. 이러한 각축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먼저 반독재 중도자유주의 정당이 새로운 변신을 통해서 ‘재(再)헤게모니화’하는 경로, 즉 대중의 신뢰를 재획득하여 야당 정치의 중심적인 세력으로 다시 복원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이 실현되려면, 반독재 자유주의 세력의 엄청난 혁신과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급진)진보 정치 세력이 반독재 개혁자유주의 정당의 ‘헤게모니 위기’의 틈새를 비집고 대약진하는 경우이다. 중단기적으로 이런 과제가 성취된다면, 중단기적으로 진보정당이 보수정당과 중도개혁자유주의정당의 틈새에서 약진하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수준으로 발전해가고, 대중적 지지도도 예컨대 ‘마의 벽’이라고 할 수 있는 15% 수준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도정치 공간에서의 공백, 또한 한국정치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고려할 때, 이 공간에서 (급진)진보정당의 최대약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진보연합정당’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서 최근 광범한 공감대가 존재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진보연합정당과 관련하여, 두가지 시각이 존재하는데, 하나는 민주당을 포함하는 반MB연합정당을 지향하는 견해이다. 다음으로는 필자와 같이 비(非)민주당 진보연합정당을 사고하는 견해이다.

    반MB 연합정당론은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먼저 전자에 대해서는 ‘빅텐트론’과 같은 견해를 포함하여 다양한 입장들이 존재한다. 이는 민주당과 민노당, 진보신당, 국참당을 아우르는 범개혁진보정당을 주장한다. 그러나-민주당이 ‘진보정당’인가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이는 몇가지 점에서 한국정치를 후퇴시키는 견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반독재 개혁자유주의정당과 (급진)진보정당의 역사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없다. 이런 식의 ‘대연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게 되면, 이는 대연합이 아니라 민주당의 분열(민주당 내에서 ‘친북정당’과의 연합을 반대한다는 식의 명분으로 말이다)로, 나아가 민노당의 분열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민주당을 포함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을 주장하는 견해는 사실은 ‘연합’이 아니라 ‘민주당 확장론’에 다름아니다. 다음으로, 이는 현실적으로 한국정치를 한단계 후퇴시키는 견해이다.

    빅텐트론, 한국정치 후퇴시키는 견해

    반MB의 절박성과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국은 이미 일본 식의 ‘보수정당 패권체제’(2009년 8월 전환)나 미국식의 ‘보수정당-중도자유주의정당’의 양당체제(혹은 보수양당체제)를 넘어서서, 진보정당이 중도자유주의정당과 구별되게 정립되어 존재하는 ‘한단계 진일보한’ 구도이다.

    필자는 일정 측면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일본 민주주의와 미국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오만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민주당을 포괄하는 진보대연합정당은 바로 이러한 한국정치발전의 수준을 현안의 절박성을 강조하면서 한단계 뒤로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도개혁정당의 혁신적 재구성과 통폐합을 주장하는 것 자체에 대해서 필자는 긍정적이다. 어차피 현재의 민주당으로는 중도개혁자유주의 정당이 거의 ‘지역당’ 수준으로까지 왜소화될 것이기 때문에, 대대적인 자기혁신이 필요하고, 그러한 혁신을 위한 폭넓은 통폐합과 이른바 ‘수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연이 확장된 진보연합정당

    그러나 중도개혁자유주의정당과 (급진)진보정당은 발전의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정당과 구별되게 두 상이한 지향의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두 번째 비(非)민주당 진보연합정당이 현시기 진보정치세력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연합정당과 관련해서, 현재 그 성격과 외연을 둘러싸고 다양한 입장들이 있다. 필자는 새롭게 “ 민노당·진보신당과, 그에 포괄되지 않은 다양한 진보적 정치세력들(시민사회 진보파와 노동좌파 등)을 통합하는 진보연합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외연이 확장된 진보연합정당’을 연상한다. 향후의 정계개편에서 진정한 쟁점은, 재편된 중도자유주의정당과 재편된 (급진)진보정당의 ‘정치적 영토’가 어떻게 설정될 것인가하는 것이다. 누가 더많은 대중을 획득하면서 새롭게 경계가 재설정될 것인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지자체 선거에서의 심상정 사퇴에 대해서도-그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더라도-이런 ‘경계투쟁’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참당이나 민주당으로부터 이반한 대중들을 어떻게 진보정당의 우산 속에 포괄할 것인가하는 것이고, 이러한 고민은 진보연합정당의 최대주의적 확장노력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안정당 구성의  관점에서

    필자는, 제도정치 공간에서의 중도자유주의세력과의 헤게모니 각축, 더 확대하면 보수세력과의 헤게모니 각축에서 진보정치의 공간의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분립(分立)이 전술적으로 (급진)진보정치세력의 개입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진보신당의 대중적 기반의 취약성, 민주노동당의 비(非)헤게모니적 조건들을 생각할 때, 진보연합정당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민주노동당에는 현재 지식인적 요소가 현저히 약화되어 있다. 그람시적 의미에서 헤게모니의 확대를 위해서도 이는 현저한 장애물이다.

    물론 필자는 ‘이혼한 부부의 재결합’이라는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넓은 시각에서, 기존의 패권주의에 대한 반성, 소수자 민주주의에 대한 고민, 진보정당 내부 민주주의의 새로운 원칙에 대한 고민, 구좌파적 정치성을 뛰어넘는 신좌파적 정치성의 획득, 보수정당과 중도자유주의정당의 헤게모니로부터 이반한 다양한 성격의 급진적 정치성들을 전유하기 위해서도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두 진보정당의 단순 재결합이 아니라,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새로운 진보연합정당의 구성”, 나아가 ‘대안정당의 구성’이라고 하는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정당 없이 복지국가 가능한가

    이러한 진보정당의 새로운 재구성은 한국정치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대중적 진보정당 없는 복지국가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지자체 선거를 거치면서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매개로 하여 진보담론이 급속하게 ‘복지담론’ 혹은 ‘복지프레임’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누가, 어느 정치세력이 이러한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담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라는 견지에서, 진보정당-진보연합정당의 발전은 한국민주주의, 나아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라고 생각한다. 최소한 진보정당의 위력적 성장이 보수정당과 중도개혁자유주의 정당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상황이 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는 일종의 ‘사회적 내전(內戰)’상태에 있으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기는 어렵다. 그 사회적 내전 상태가 정치에 반영되어, 한국정치는 언제나 불안정하다. 이러한 ‘내전’적 상황을 ‘갈등‘적 상황으로 바꾸는 정치의 확장된 역할 없이, 보수가 이야기하는 선진사회로의 진입도 불가능하다. 바로 여기에 진보정당 발전의 중대한 정치사적 의미가 존재하는 것이다.

    내전적 상황에서 갈등적 상황으로

    마지막으로, 한국사회는 인종적·문화적·언어적·역사적 ‘동질성’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독특한 사회이다. 그러한 동질성에서 기인하는 집단적 평등주의가 대중들의 높은 기대수준을 낳고, 그 결과 일상적으로 ‘제도정치와 대중 간의 괴리’, 그에서 기인하는 ‘제도정치에 대한 광범위한 정치적 불신’이 존재한다.

    ‘역동적 한국(dynamic Korea)’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분단체제의 효과로 인하여 대중들이 명확한 정치적·계급적 언어로 스스로의 요구와 이해를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집단적 평등주의에 기반한 대단히 높은 사회경제적 요구가 존재하고 정치에 투영되고 이것이 한국정치의 불안정을 낳고 있으며, 이것이 진보정치가 약진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제도정치와 대중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좌절을 거리의 투쟁동력으로 유실시키지 말고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한 건설적인 동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최장집 교수의 주장이나, ‘열정의 제도화’를 강조하는 강준만 교수의 지적이 중요하지만, 필자는 진보정당의 대약진을 통해서 제도정치와 대중의 요구 간의 괴리가 구조적으로 극복되지 않는 한, 좋은 정당은 만들어질 수 없고, 열정은 제도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제를 담지하는데, 현재의 분산된 진보정당 질서는 너무도 취약하다. 이러한 역사적 과제를 담지하기보다는, 급속하게 주변화될 수도 있다. 필자는 ‘진보연합정당’의 재구성을 통하여, 포스트-민주화 시대의 새로운 대안정당의 중심에 진보세력이 우뚝 서야 한다고 믿고 있다. 

    * 발제문 전문(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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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미래마당’이 8월 23일 ‘한국의 정치현실과 정당정치 개편방향’이라는 주제를 놓고 개최하는 토론회에서 발표될 발제문을 필자가 압축, 보강한 것입니다. 

    이날 토론회는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서울 중구 정동)에서 오후 4시부터 6시 30분까지 열리며 이 글의 필자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발제를 합니다. 토론자로는  이목희 민주당 전 국회의원(민주당내 진보개혁모임), 윤석인 희망제작소 부소장, 박석운 진보연대 상임대표, 최규엽 민노당 새세상연구소 소장, 천호선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참석하며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이 사회를 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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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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