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도를 둘러싼 한-미-일의 진실
        2010년 08월 21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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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역사학자 정병준은 2005년 독도가 일본령이 아닌 한국령임을 증명하는 대일평화조약 초안에 부속된 지도를 발굴했다. 그는 이후 독도문제와 함께 이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삼국관계에 천착해왔으며 『독도 1947』(정병준, 돌베개, 50,000원)은 그 결과물이다.

    1947년은 한국이 본격적 조사활동으로 독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구축하고 일본이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령이라는 허위정보를 담은 팸플릿을 만든 독도문제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미국이 독도가 한국령임을 보여주는 대일평화조약의 초안을 작성한 것도 이 해다.

    저자는 독도가 단순히 한-일 간의 관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동북아 질서와도 연결된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미·일의 독도 인식과 정책이 언제 시작됐고, 연합국과 일본이 1951년에 맺은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을 거쳐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다룬 독도 문제 종합연구서다.

    저자는 동북아에 대한 미국의 정책적 영향력과 결정력이 전후 독도 문제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1946년 하반기부터 대일평화조약을 준비한 미국은 1947년 초부터 조약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때 작성된 미 국무부의 초안들은 ‘리앙쿠르 록스(독도)’가 한국령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1949년 윌리엄 시볼드 주일 미국 정치고문이 일본의 허위정보에 기초해 독도가 일본령이라는 허위 주장을 펴면서 독도에 대한 미국의 견해는 달라졌다. 일본과 유착한 시볼드는 한국 측의 의견은 일절 듣지 않은 채 일본 외무성의 자료와 주장만 반영했다.

    또 1950년 5월 대일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존 포스터 덜레스는 일본에 대한 비징벌적 조약을 추진했다. 6·25전쟁으로 인한 동북아 정세의 변화 속에서 미·일 양국이 안보와 평화를 맞교환하면서 독도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초안과는 반대가 돼버렸다. 전후 일본이 한국령인 독도를 영토분쟁 대상 지역으로 주장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이 샌프란시스코평화회담에 있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이유다.

    저자는 “일본이 독도영유권 확보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문서 작업을 벌이고 미국을 독도 문제의 결정자로 끌어들인 데다 1950년대 동북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미국이 대일평화조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독도 조항을 배제함으로써 독도분쟁의 원인 제공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독도문제가 한·일, 한·미, 미·일 관계에서 지닌 폭발성을 확인한 미국은 자신의 위치를 결정자에서 중립자로 조정했다. 그러나 1960년대까지도 미국 행정부 내에서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비난하고 일본을 옹호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900여쪽의 방대한 이 책을 만들기 위해 주로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찾아낸 1차 사료들을 활용한다. 1970년대부터 기밀 해제되기 시작한 미국의 한국관련 자료들을 정병준 교수는 직접 현장에서 뒤졌다. 2005년 그가 존 포스터 덜레스 문서철에서 찾아낸, 독도가 한국령으로 선명하게 표시돼 있는 영국 외무부 작성 지도도 거기서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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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정병준

    서울대 국사학과 및 동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를 전공했다. 여운형과 좌우합작운동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우남 이승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국외국어대, 방송대, 조선대 등에서 강의했고, 국사편찬위원회, 목포대에서 근무했다. 한국현대사 자료발굴과 이에 기초한 글쓰기가 주요 관심사이다.

    50여 권의 한국현대사 관련 자료집을 기획, 해제했으며, 여운형, 박헌영, 이승만, 김구, 김용중, 김호, 안두희, 김계조, 박순동, 서태석, 김성칠 등 근현대 인물들과 정치사에 대해 글을 썼다. 2005년 독도가 일본령에서 배재되어 한국령임을 보여주는 영국 외무성 대일평화조약 초안의 부속지도를 발굴한 이래 독도문제와 한, 미, 일 3국 관계에 대해 천착해왔다.

    지은 책으로 『몽양여운형 평전』, 『우남 이승만 연구』, 『광복 직전 독립 운동세력의 동향』, 『역사 앞에서』 등이 있다. 『한국 전쟁: 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으로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을 수상했다. 역사와현실, 역사비평, 한국민족운동사연구, 역사학연구, 이화사학연구 편집위원, 이화사학연구소장을 지냈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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