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준하, 김병로, 이회영, 황현…
        2010년 08월 13일 07: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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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표지.

    보수일색인 이 나라지만 역설적으로 ‘참된 보수’가 귀해진 시대다.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사람으로읽는한국사기획위원회, 동녘, 13,000원)은 기득권 유지에만 골몰하는 현시대의 우파를 뛰어넘어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찾는 여정이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찾아서

    이 책은 역사 속 여섯 인물의 행동과 사상을 다루고 있다. 박정희와 대립했던 장준하, 이승만 정권과 타협하지 않은 김병로, 독립운동에 헌신한 이회영, 대한제국의 쇠락을 보며 선비로서 소명을 위해 죽어간 황현,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 유형원, ‘구국의 영웅’이자 ‘망국의 책임자’로 불리는 최영의 행적을 쫒는다.

    이들은 생각과 실천이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고 자신 보다는 모두를 위해 행동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신념을 저버리지 않고 온몸으로 저항했으며 비굴하게 살아가지 않았다. 때문에 이 책은 이들을 ‘진정한 보수주의자’라고 칭한다.

    장준하는 20대에는 강제 징집으로 학병으로 끌려갔다가 탈출한 뒤, 광복군에 참여해 항일 독립운동을 했고, 자유당 때 《사상계》를 창간해 민주주의와 통일에 대한 열망을 일깨웠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고 결국 의문사의 비극을 맞았다. 그는 독재의 비판자였으며 그를 통해 현대사는 성장해왔다.

    김병로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으로 일제 치하에서 무료 변론을 통해 민족주의 변호사로 활동했왔다. 그는 사법부의 기초를 닦았으며 철저한 반공주의 신념을 가졌음에도 독립투사라면 좌-우익을 가리지 않고 변호했다. “정의를 위하다가 굶어죽으면 그것을 곧 영광으로 알라”고 말했던 그를 보면 지금의 사법부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게 된다.

    한국 보수주의의 새로운 전형

    이회영은 만주에서 활동한 항일무장투쟁가로 그와 그의 형제들은 이상룡, 이동녕과 함께 1911년 만주 이주 한인의 정착과 단결을 이끈 조직 경학사와 신흥강습소를 세워, 독립군 3000여 명을 배출해 냈다.

    황현은 경술국치의 치욕스런 소식을 듣자 식음을 전폐하고 언저리를 정리한 뒤 ‘글 아는 사람 구실하기 어렵구나(難作人間識字人)’라며 죽음을 택한 구한말의 시인이다. 그는 자결 직전 “내가 가히 죽어 의를 지켜야 할 까닭은 없으나, 다만 국가에서 선비를 키워온 지 500년에 나라가 망하는 날을 당하여 한 사람도 책임을 지고 죽는 사람이 없다”며 통탄했다.

    유형원은 실학 개혁자로 성리학의 체계를 세운 사람으로 붕당 간 세력 다툼에 휩쓸려 중앙 정치계를 떠나 농촌의 현실로 들어가 새로운 토지제도를 구상했다. 최영은 고려 말 무사로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내가 탐욕하지 않았다면 내 무덤에는 풀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렴을 지킨 장수다.

    어쩌면 독자들은 시대에 대항하며 비판자의 역할을 했던 이들을 보수주의자라 명명하는 데 의아해 할지도 모르나 이 사람들은 자신이 살던 시대를 가장 희망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이에 좌절하면서 고군분투했왔다. 이 책은 자신의 시대를 지켜내고자 애쓴 이 사람들을 통해 한국 보수주의의 전형을 새로 그리기 위한 희망의 시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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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김도훈(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조사3과장) –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국가보훈처 연구관을 지냈다. 재미한인의 민족운동사 및 국민국가 인식과정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

    민회수(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현재 서울대학교/경인교육대학교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개항기 조선의 대외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양택관(서울 현대고등학교 교시) –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서울 현대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이다.

    오제연(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와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1950~1960년대 한국의 정치사, 사회운동사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윤상현(서울대학교 국사학과 강사) –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캐나다에서 펠로우쉽 연구과정을 거쳤고, 현재 서울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홍영의(숙명여자대학교 연구교수) – 국민대학교 대학원 국사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경학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역사 저술과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고려시대 생활사와 고려의 수도 개경에 대해 관심을 두고 연구 중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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