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포를 생산하는 기술
    By 나난
        2010년 08월 13일 07:2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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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열쇠가 되는 개념들을 뽑아 그 의미와 역사,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비타 악티바」시리즈의 19번째 개념은『테러』(공진성, 책세상, 8,500원)다.

    이 책은 테러와 테러리즘의 구분, 공포의 확산이라는 테러의 본질에 대한 고찰, 테러리즘과 도덕의 관계, 그리고 현대 사회의 일상에서 유동하는 테러의 은밀한 모습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기존의 논의를 넘어 보다 근원적이고 폭넓은 테러와 테러리즘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며, 테러가 유발하는 공포를 넘어서서 자유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일깨운다.

    테러, 공포를 생산하는 기술

       
      ▲ 책 표지.

    ‘테러’는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 행위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한편에서는 무슬림 전사들로 상징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대체로 우리의 삶과 무관한 국제 뉴스의 단골 기사 정도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사실 ‘테러’는 공포를 생산하는 기술, 즉 타인에게 심리적 영향을 끼칠 의도 아래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것이 ‘테러리즘’이다. 저자는 테러의 의미와 작동 방식, 테러리즘의 역사와 변화를 섬세하게 분석한 후, 테러리즘에 대한 도덕적 평가에 대해 연구한다. 테러리즘이 정치적 목적과 어떻게 결합되고 어떻게 변화했는지 역사를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나아가 도덕적 정당화의 문제로서의 테러리즘에 대한 비판을 통해 테러리즘에 진정으로 맞서 싸운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 우리에게 테러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형태의 테러가 일상에 스며들어 시민들을 개별화·무력화·탈정치화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테러와 테러리즘의 구분, 공포의 확산이라는 테러의 본질, 테러리즘 정치와 도덕의 관계, 현대 사회의 일상에서 유동하는 테러의 은밀한 모습에 대해 통찰하면서 이 책은, 기존의 논의를 넘어 보다 근원적이고 폭넓은 테러/테러리즘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테러가 유발하는 공포를 넘어 자유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일깨운다.

    테러리즘,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9·11 이후, 그리고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지배력이 더욱 강고해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이 테러이며 무엇이 테러리즘인가? 이 책은 마지막으로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 삶에서 ‘현재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테러의 의미를 살펴보며, 원인 모를 공포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자유의 회복을 촉구한다.

    저자는 테러리즘이 단순한 폭력 행위가 아니라 먼저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정치적 메시지를 알 수 없다면 테러는 단순히 행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테러에서 테러리즘을 읽어내지 못하고 그저 학습되고 일상화된 공포를 소비한다면 영원히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 경고한다.

    한나 아렌트는 테러가 전체주의적 지배의 본질이라고 지적하며 전체주의 체제에서 실정법의 자리를 차지하는 이 테러를 ‘총체적 테러’라고 불렀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도 ‘용산 참사’와 ‘천안함 침몰 사건’ 등 비극적 사건은 국가 권력이 ‘철거민’과 ‘북한’이라는 가상의 공포를 만들어 정치 경제적 효과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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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공진성

    서강대학교와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정치학, 사회학, 철학 등을 공부했고, 2006년 2월에 스피노자의 정치사상에 관한 논문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9월부터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로크의 『관용에 관한 편지』를 우리말로 옮겼고, 서양 근대 정치사상에 관한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제국’ 시대에 폭력/권력의 의미와 양상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이 책 『테러』와 전작 『폭력』을 썼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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