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두리반 투쟁, ‘남다른’ 의미는?
    By mywank
        2010년 08월 10일 08:06 오후

    Print Friendly

    두리반 투쟁은 단지 홍대 부근에 있는 칼국수 집을 지키는 싸움만은 아니었다. 철거 세입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관련 법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엄숙하게 느껴졌던 철거민 투쟁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등 ‘투쟁’ 그 자체로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칼국수 집 지키는 투쟁을 넘어

    가게 주인(안종려 씨)의 남편 유채림 작가가 ‘네 식구의 목마름을 해결하려 판 우물’이라고 표현한 두리반은 ‘여럿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크고 둥근 상’이라는 뜻처럼, ‘생존권 문제’를 넘어 재개발 문제에 분노하는 다양한 이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끈끈한 연대를 나누는 열린 공간이었다.

       
      ▲홍대 부근 재개발에 맞서고 있는 칼국수 집 두리반 (사진=손기영 기자)  

    서울시 마포구 동교동 167-31번지에 있는 두리반은 지난 2006년 공항철도 공사로 인해, 마포구청으로부터 ‘지구단위계획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민간사업자가 철거를 주도하는 지구단위계획 지역은 ‘공영재개발 지역’과는 달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임대차보호법) 등의 법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이 지역은 지난 2006년부터 임대차보호법 미적용으로 인해 ‘계약 갱신’ 등 안정된 영업활동이 보장되지 못했고, 도정법 미적용으로 인해 영업권 및 시설투자비용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0일 오후 두리반에서 만난 유채림 작가는 “두리반 사람들이 싸우면서, 철거 세입자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관련 법제도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철거세입자 보호 못하는 법 문제"

    그는 또 “지금도 마포구청은 지역 곳곳을 지구단위계획 지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구청 측도 개발 이익의 일부를 나눠 갖는다고 들었다. 결국 일종의 구청 ‘수익사업’이 되어가고 있다”라며 “계속 싸워서 이런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법제도가 개선(정)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두리반 주인 안종려 씨의 남편 유채림 작가 (사진=손기영 기자) 

    두리반은 여느 철거민 농성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투쟁가요 대신 기타 연주가 곁들여진 흥겨운 노래를 들을 수 있었고, 획일적인 모양새의 투쟁 조끼 대신 활동가들은 자신의 개성을 잘 표현하는 옷차림이었다. 또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 등 철거민 단체가 아닌 문화예술인, 대학생 등 개인들이 투쟁의 주체로 나서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두리반 투쟁에 연대하는 자립음악가 등 문화예술인들은 이곳에서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지난해 용산참사 투쟁 때에도 문화행사가 이뤄졌지만, 참사 희생자가 발생된 현장은 엄숙함을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문화운동 형식으로 ‘즐거움’이 더해진 두리반 투쟁은 대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는 등 철거민 투쟁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었다.

    철거민 투쟁에 더해진 ‘즐거움’

    이날 두리반에서 만난 ‘주플린(닉네임)’은 “즐거움이 두리반에 여러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문화행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으며, 대학생이라고 밝힌 김조은 씨는 “경찰들도 두리반의 문화행사 효과가 무서운지, 이를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여기 오면 이상하게 에너지가 넘친다.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진다”라고 말했다.

       
      ▲두리반에서 악기를 연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활동가들 (사진=손기영 기자)

    경성수 씨(닉네임:경찰서)는 “즐거우니까 투쟁을 하면서 쉽게 지치지 않는다. 그래서 오래 갈 수 있는 것 같다”라며 “하지만 즐거움은 단지 ‘가벼움’이 아니다. 즐거움은 이곳에서 나름의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싸움이 언제 다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활동가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항상 긴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네 식구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곳”이라는 유채림 작가의 말처럼, 예전과 같이 홍대 부근에서 다시 칼국수 집을 운영하고자 하는 두리반 사람들의 ‘작은 소망’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200일 넘게 고단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였다. 용산참사 이후, 다시는 재개발로 인해 가정의 행복이 파괴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용산’의 싸움은 그래서 주목되고 있다.

    한편 두리반 측은 재개발 시행사의 일방적인 조치로 지난달 21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단전 사태 해결을 위해, 최근 △국민서명 △마포구청, 한국전력 항의전화 걸기 △신문광고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