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연대, 골리앗에 도전하다
By 나난
    2010년 08월 04일 06: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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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2일 해고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가 2005년 (주)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사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의 주요 내용은 “제조업체 근무 2년 이상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농성을 벌이고 있는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을 찾았다. 이백윤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지회장은 이번 현대차 판결과 관련해 "완성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정규직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정규직과 같은 라인에서 일한다는 내용과 정규직이 없을 때 대체인력을 사내하청 노동자로 쓴다는 두 가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동희오토와 거의 같은 조건이다. 동희오토는 100%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 밝게 웃는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사진=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이번 판결에서 근로자파견으로 판단한 근거들은 ‘컨베이어벨트, 정규직과 혼재 작업이며 사내하청업체의 고유 기술과 자본 투입 없음, 원청의 작업배치 결정권, 원청의 노동시간 결정권, 원청의 사내하청 인원현황 및 근태파악’ 등 5가지였다.

실제로 판결문에서 제시한 사항들과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겹치는 부분들이 많다.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일하는 제조업 사내하청의 경우, 라인별로 독립적인 도급회사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작업의 연속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원청의 노무지휘를 받는다면 이는 합법도급이라 볼 수 없고, 근로자 파견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 지회장은 실제적으로 원청이 노무지휘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다고 말했다. “작업지시표가 동희오토의 원청인 기아차에서 나오며 사실상 기아차가 업무지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생산계획의 경우도 ‘한 달에 얼마를 생산할 것인지, 무슨 날은 놀고 무슨 날은 일할 지’부터 휴게시간까지 기아자동차에서 오더가 내려온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동희오토의 원청사용자가 현대기아차그룹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이번 대법원 판결은 동희오토에 대한 원청사용자성 인정뿐만 아니라, 사실상 동희오토 노동자들이 기아자동차에 직접 고용되어야 함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동희오토의 공장부지와 건물, 기계장비들 역시 현대-기아자동차에서 빌려다 쓰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사실상 현대-기아자동차가 모든 면에서 동희오토에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는 현대-기아자동차

하지만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농성장을 찾은 29일,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는 희귀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인도의 절반은 노란 바리게이트로 막혔고, 바리게이트의 뒤쪽에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뿌연 가루먼지가 쉴 새 없이 피어올랐다. 길을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코와 입을 막고 잰걸음으로 지나야 했고, 동희오토 노동자은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아야 했다.

어이없는 상황은 그 뿐만이 아니다. ‘현대기아자동차’ 표지석과 건물의 일부가 커다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은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농성을 방해하기 위한 현대기아차의 계획된 행동이었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현대기아차의 정식으로 채용된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모닝’을 만들어 오늘의 현대기아차를 있게 만든 노동자들을 문전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회장은 “현대-기아자동차 표지석 가린다고 저들의 책임이 가려지진 않는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가려지겠는가”라고 말하며 사측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응에 어이없어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역시 “아무리 가리려 해도 가릴 수 없는 것이 있다”며 “천으로 덮는다고 해서 덮어진다면 용역경비들로 인해 진실이 뭉개진다면 세상에 정의라는 것이 존재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간 동희오토는 업체폐업의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집단으로 해고해왔다. 비정규직의 근무기간이 2년이 넘을 경우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점을 악용해 2년이 되기 전에 업체와의 계약을 끊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것이다.

때문에 100만 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기아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모닝’에는 죽어라 착취당하다 버려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얼굴이 투영돼 있는 듯하다.

   
  ▲ 지난달 29일 금속노조 수도권과 충청권 간부 및 조합원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고 동희오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정몽구 회장 혼자 1년에 벌어가는 돈만 330억 원”이라며 “동희오토 비정규 노동자 1년 임금을 모두 합쳐도 안 되는 돈”이라고 말한다.

권 변호사는 일본의 도요타 사태를 예로 들며 “일본 제1의 메이저 회사가 무너진 이유는 자기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회피하기 위해 하청을 확대했기 때문”이라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 인간다운 권리를 요구하는 것, 이것이 곧 우리의 외침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곧 기아-현대자동차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관두거나, 쓰러지거나

현대기아차는 8월부터 동희오토 노동자들의 땀이 만들어 낸 ‘모닝’의 후속차종을 시험 생산한다. 이 지회장의 말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시간당 생산량(uph)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2004년 동희오토의 시간당 자동차 생산량이 28uph였음을 감안할 때 현재 44uph까지 시간당 생산량이 거의 두 배가량 올랐다. 하지만 그 동안 노동자들은 850명에서 930명으로 10%증원에 불과했다. 당연히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지회장은 “이렇게 되면 현장노동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며 “관두거나 쓰러질 때까지 묵묵히 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서울 양재동과 서산 동희오토 공장 앞에서 농성 및 선전전을 진행하며 사측의 부당함과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알리는 투쟁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승산은 있다

하지만 희망은 존재한다. 5일 현재 26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는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고 있다.

음식 배달을 하러 가는 길에 항상 1.5리터 얼린 생수를 놓고 가는 노동자, 아침마다 우유를 가득 놓아두고 가는 우유 납품 노동자, 수박을 한통 사들고 삼삼오오 찾아오는 시민들. 이 밖에도 촛불시민들, 사회단체, 정당, 여러 투쟁사업장, 노동가수들, 각 지역에서 연대 차 달려와 주는 노동자들.

때문에 밤마다 물벼락과 모래가루를 함께 맞아가며 어깨 걸고 밤을 보낸 동희오토 노동자들과 이들과 함께 투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묻어난다. 이 지회장은 “고마운 마음, 이루 다 말로 할 수 있겠느냐”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아니냐며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렇게 많은 다윗들이 연대하는데 저 정도 골리앗쯤 이길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함께 투쟁하는 노동자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현장 동지들이 직․간접적으로 보여주셨던 저희에 대한 지지와 성원, 잊지 않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가 현장에 복귀해서 노동조합의 깃발을 띄우면 현장 동지들은 언제든지 우리와 함께 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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