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들은 우리가 인간으로 안 보이나?"
    By 나난
        2010년 07월 28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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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1월 G20 개최를 앞두고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등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매년 그렇듯 이번 집중 단속기간에도 출입국, 노동부, 경찰의 합동 단속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필리핀 출신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 위원장은 29일 현재 5일째 단식 농성을 진행하며 정부의 반인권적-반인종적 정책을 온몸으로 비판하고 있다. 그는 “강력한 탄압에 이것 밖에 할 게 없었다”며 “정부의 억압과 탄압에 강력한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오는 2012년 2월이면 체류기간이 만료되는 이주노동자다. 하지만 그는 “투쟁하다 추방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활동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한다. 출입국사무소는 언제든 그의 비자를 박탈할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제17조)에 따르면 외국인의 정치활동은 금지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필리핀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노조 위원장을, 그것도 한국에서 맡으며 단식까지 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 역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인간존엄은 물론 권리를 갖고 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국사회에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다음은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 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인터뷰는 28일 오전 서울 명동 향린교회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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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셸 파울로 이주노조 위원장.(사진=이은영 기자)

    – 4일째 단식농성 중이다. 단식의 목적은 무엇인가.

    – 현재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 집중 단속이 벌어지고 있다. 예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다. 오는 11월 G20 개최를 앞두고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범죄를 조사하겠다며 시작했다. 범죄의 범주에는 강도나 절도도 포함되지만 미등록 이주도 적시돼 있다.

    집중 단속의 목적은 G20을 앞두고 테러범죄를 선제 예방하겠다는 것으로, 정부는 지난 6월 1일부터 오는 8월 31일까지는 집중 단속기간으로 잡았다.

    4개월에 걸친 공격인 것이다. 이런 공격이나 억압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농성을 시작했다.

    – 매년 집중 단속기간이 되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가 대두됐다. 이번에도 그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나.

    – 폭행은 물론 자발적으로 내야하는 벌금마저 강제로 빼앗아 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인 이주노동자가 수원 출입국 사무소에 잡혀갔다가 직원으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했다. 그리고 그에게 예전에는 없었던 벌금제도를 부활시켜 강제로 요구하기도 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에 걸릴 경우 5년간 재입국이 금지된다. 하지만 벌금을 낼 경우 그 기간은 3년으로 단축된다. 결국 벌금은 이주노동자의 선택의 몫이지만, 수원 출입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고지하지도 않고 벌금을 강제적으로 요구했다.

    인천 출입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인천 출입국은 잡혀온 필리핀 이주노동자 4명의 체불임금을 출입국 통장으로 받아 벌금을 공제했다. 4명 중 1명은 아버지의 치료비를 이유로 벌금을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제했다. 이는 절도다.

    운전면허증 위조 사건에 연루돼 불기소처분을 받은 또 다른 노동자는 사장의 동의하에 필리핀에 다녀오기 위해 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가 바로 수갑이 채워져 보호소로 보내졌다.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았다고 항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결국 지난주에 추방됐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행동 전반에 대해 범죄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인식을 조장해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고, 테러리스트와 관계있다는 식으로 공격한다. 벌써 6월 한 달만 해도 1,300여 명이 단속됐다.

    – 고용허가제가 근본적인 문제인 것 같다.

    – 고용허가제의 노동기간이나 구직기간 제한 등이 근본적인 문제이긴 하다. 하지만 노동법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그런 문제도 조금은 해소될 것이다. 하지만 노동법은 제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5년이 고용기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4년 10개월 정도가 된다. 이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자기가 원하는 충분한 재정적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또 이 4년 10개월 역시 더 정확히 보면 고용기간은 3년이다. 업체 사장이 재고용을 해줘야 1년 10개월 더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체불임금, 산재, 퇴직금, 수당 미지급 등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이주노동자들이 자기주장을 해야 하지만 취약하다. 일부 업체 사장들이 그런 면을 악용해 일만 시키고 책임은 지려하지 않는다.

    –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겪는 많은 문제 중 가장 큰 사안은 무엇인가.

    –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해 고용지원센터나 노동부를 찾으며,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사장에게 먼저 전화한다. 이주노동자를 무시하는 거다.

    얼마 전에도 임신한 필리핀 여성이 업체 사장에게 ‘첫 임신이라 3개월간 출산휴가를 가고 싶다’고 했더니 ‘한 달만 쓰라’고 했다고 한다. 결국 그 여성은 회사를 그만뒀다. 고용지원센터를 방문해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남은 5개월간의 체류기간 중 3개월의 출산휴가로 사용하고 싶다고 호소했지만 그는 결국 고용 계약 해지를 당했다.

    임신과 같은 경우 인도주의적 사유로 인한 체류가 가능하도록 하는 G1비자를 받을 수 있지만 고용지원센터는 그 같은 내용 역시 고지하지 않았다. G1 비자를 받을 경우 기존 고용기간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8월 둘째 주 출산 예정이지만 9월 출국해야 하는 상황이다.

    – 매년 미등록 이주노동자 집중단속기간이 발표된다. 어떤 생각이 드나.

    – 좌절감 든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잡혀갈까’란 생각이 든다. 때문에 이번 단식은 자발적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닌,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한국정부가 야기한 것이다. 단속주간과 인종차별적 정책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 뜻을 보여줘야 한다. 정부가 강력하게 탄압하니 우리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 사진=이주노조

    한국사회에도 보여주고 싶다. 이주노동자 역시 권리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며, 똑같은 인간이다. 우리도 인간 존엄은 물론 권리를 갖고 있다. 동물의 일종이 아니다.

    – 필리핀에서도 노동운동 등의 활동을 했나.

    – 전혀 하지 않았다. 필리핀에서는 부당한 일이 있으면 마음 놓고 의견을 표출했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의사표현 자체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굉장히 힘들다.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차별과 고통을 겪는데, 사실 그것은 스스로 싸우지 않아서다. 그래서 그들에게도 자기 스스로 대응하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이주노동자 스스로 일어서 투쟁하는 건 쉽지 않다.

    – (한국의) 노조가 이주노동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연대를 강력하게 형성하는 것이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는데 중요하다. 아울러 억압받는 사람들, 즉 노동자 계급과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

    이주노동자 역시 억압받는 노동자의 일부다. 한국 노동자 중에서도 억압과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비정규직, 해고자, 노점상, 노숙인, 퀵서비스, 4대강 문제 등 모두 삶터와 일터에서 밀려나는 이주민들이다. 우리와 똑같은 처지다.

    따라서 연대가 중요하다. 이주노동자 스스로도 본인을 ‘이주노동자’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로서 스스로를 자각해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은 위협이나 탄압을 많이 받지만, 그런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그런 두려움에 지배당한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또 한국에서 남기고 싶은 이미지는.

    – 한국은 이중적 이미지다. 정책 등에서 차별적인 모습의 안 좋은 이미지가 있지만 한국의 운동에 대해서는 좋은 이미지다. 한국의 운동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많이 투쟁한다. 하지만 운동 내부에도 이주노동자들에게 차별적인 시선을 보내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다른 이주노동자들에게 강하고 진취적으로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 우리가 달성해야 하는 과제는 즉각적인 해결책을 얻을 수 없다. 장기적인 과제다. 누군가는 계속 투쟁해야하기 때문에, 우리가 두려워하지 않고 맞설 때만 장기적인 목표를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한다.

    – 이주노조를 합법화해야하는 적기다. 대법원 재판한 3년 넘을 넘기고 있다. UN(국제연합)이나 ILO(국제노동기구) 등 국제인권단체의 권고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한국의 탄압받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따로 떨어진, 분열된 사회라 생각하지 말아 달라. 피부색을 제거한다면 우리는 모두 똑같다. 정말 단결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위해 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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