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권 필요하면, 개헌보다 정당개혁부터”
        2010년 07월 22일 01:5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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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지방선거는 정확히 이명박 정권의 집권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졌고,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중간선거의 정치적 의미에 매우 부합하는 성격의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아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의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국정기조의 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힘들 것 같다.

    우선 세종시 문제 처리방식이 그렇다. 상임위에서 부결되었지만 국회본회의 상정과 표결이라는 과정이 국회법에 명시된 절차에 의거했다는 점에서 형식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들 스스로 표현한대로 “국가백년대계”에 걸맞게 국책의제화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은 고사하고, 자당내 합의도 이루지 못했다면 스스로 거두어들이는 것이 ‘겸허한 자세’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종시 문제가 종결된 것도 아니다. 이른바 ‘플러스 알파’ 논쟁이 그렇다. 4대강 사업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구체제’ 선택한 청와대와 한나라당

    청와대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역시 안상수 대표체제를 출범시킴으로써, 변화가 아닌 ‘구체제’를 선택했다. 청와대에서 파견한 국회돌격대장 이미지로 각인된 안상수 의원의 대표 취임은 이명박 정권의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분명한 이정표로 보인다.

       
      ▲ 사진=청와대

    이렇듯 지방선거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여권의 변화기류는 그들의 말과는 달리 감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의 후반기는 국정기조의 단절과 변화보다는 인물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상수 대표의 취임일성은 바로 ‘개헌’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하면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했다. 여기에 김무성 원내대표도 “올해 안에 개헌 문제를 집중 논의해야 한다”며 맞장구를 치고 나왔다. 김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6월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각 당에 국회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 바도 있다.

    18대 국회 후반기 주요 의제중 하나로 개헌문제는 이미 여론의 주목을 받아온 터였기 때문에 그의 개헌 언급은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권력구조, 영토조항, 기본권 등 그 폭과 깊이에 있어 다양한 개헌의제가 제기되고 있는 학계 및 시민사회와는 달리 정치권의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정부 형태’와 ‘대통령 임기’에 국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원포인트 개헌’,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제한적 개헌’이 그것이다.

    권력구조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면서 선출방식을 4년중임제로 하여, 2012년부터 대선과 총선시기를 맞춘다는 것이 정치권에서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개헌의 골자다.

    여기에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의욕적으로 구성했던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이원집정부제와 함께 상·하원 양원제를 도입하고, 의회의 내각 불신임권과 내각의 국회 해산권을 보장하는 ‘미국식 대통령제’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영토조항과 기본권 등으로 개헌의제가 확대되는 것은 이들에게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골치아픈 일이기 때문에 ‘최소개헌’으로 일정과 절차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또한 선거가 없는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이자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도 ‘최소개헌’에 대해 정치권은 이미 합의를 보았다고 해도 무방하다.

    박근혜는 개헌에 부정적…민주당은 교환 원할 것

    그럼 과연 개헌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저 한나라당을 들여다보자. 분권형 대통령이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개헌구상이라는 점 자체가 이미 계파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다음 대선의 당내 유력주자이자 유력한 대통령후보인 박근혜 의원의 입장에서 대통령 권한의 분산과 축소가 개헌의 핵심의제가 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즉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한 구상은 그 규범적 정당성과는 별개로 유력한 대선후보군이 없는 친이계의 2012년 대선이후 권력구도에 대한 보험적 성격을 갖는다고 보는 것이 친박계의 생각인 것 같다.

    민주당 역시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제에 대해 별다른 이견을 보이고 있지 않다. 문제는 4대강사업 및 세종시 문제, 앞으로 전개될 한미FTA 재협상 논란 등 다른 국정의제와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의 문제다.

    즉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미 암묵적으로 합의된 개헌의 내용보다는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가 관건적인 문제다. 지난 미디어법 정국은 민주당으로서 의제주도권의 중요성을 각인시켜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민주당은 개헌논의 전제조건으로 4대강사업의 축소와 세종시 문제의 궁극적 종결, 그리고 한미FTA 문제 등을 들고 나올 것이고, 이러한 태도는 이미 “민생문제우선”이라는 민주당의 대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 ‘제왕성’의 원인

    끝으로 정치권이 주장하는 분권형 대통령제의 내용 자체도 짚어볼 문제다. 미국의 역사학자 슐레징거(A. M. Schlesinger)의 저서로부터 회자되기 시작한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이란 바로 이들이 벤치마킹하려는 미국 대통령제도를 지적한 것이었다.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정부내 권한배분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근원적으로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의회나 정당의 개혁에 주목해야 한다.

    김대중 정권부터 거론되어왔던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의회와 정당, 그리고 시민사회와 적절한 관계맺기에 실패함으로써 도출된 것이다. 또한 또 다른 선출된 권력기구인 의회, 이를 구성하는 정당이 대안적인 권력기구로 자리매김하는 데 실패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었다.

    즉 대통령의 통치행위가 소통보다는 ‘호통’에 주력할 때, 그리고 의회나 여당이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대한 감시자가 아니라, 알리바이 제공자에 그칠 때 강화되어 온 것이 제왕적인 통치행태였던 것이다.

    분권형 대통령의 유력한 방안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원집정부제가 준대통령제(semi-presidency)라 불리는 것은 제도자체의 분권성에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대통령과 의회권력의 일치여부에 따라서 대통령의 권한 역시 연동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의회가 대통령 소속정당이 다수를 점했을 때는 어느 국가보다 강력한 대통령 권한이 보장되었지만, 이른바 좌우동거정부, 즉 의회다수당과 대통령의 소속정당이 다를 때 대통령의 권한은 축소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면 개헌보다는 선거제도와 정당개혁이 더 확실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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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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