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라디오 생방송 대본 요구 파문
By mywank
    2010년 07월 09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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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개그맨 김미화 씨가 진행하는 MBC 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들어와, 생방송 대본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날 생방송은 서울 양천경찰서 고문 사태와 관련해 채수창 강북경찰서의 전화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9일 MBC 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MBC를 담당하는 서울시지방경찰청 정보2분실 소속 박 아무개 경위는 오후 6시에 예정된 ‘세계는 그리는 우리는’ 생방송 직전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 아무개 PD의 자리로 전화를 걸어 “채수창 서장이 출연하느냐”, “언제 나오느냐” 등을 질문한 뒤, 곧바로 생방송이 진행되는 라디오 스튜디오를 무단으로 들어왔다.

이후 박 경위는 “채수창 전 서장 인터뷰 대본을 보러왔다”며 질문지 제출을 일방적으로 요구했으며, 현장에 있던 김 PD는 “인터뷰 질문지는 우리 심의실에서도 미리 보는 경우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소식을 듣고 현장에 도착한 프로그램 담당 부장은 생방송 스튜디오는 외부인 출입 금지 구역임을 밝힌 뒤, 박 경위를 밖으로 내보냈다.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서울지방경찰청 정보관리부장과 박 경위 등은 경찰 측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9일 MBC를 찾아 라디오 본부장과 면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서경주 MBC 라디오 본부장은 “언론기관에 들어와 생방송 질문지를 보자고 한 것은 엄중한 사건이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라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경찰 측은 “스튜디오까지 간 것은 잘못된 일이다. 사과한다. 하지만 사찰이나 사전 검열은 아니다. 그저 알고 싶은 내용이 있어 찾아갔으나 무리한 점이 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MBC 라디오 PD들은 “이번 일은 일개 경찰 기관원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질 수 없다”라고 지적하며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공개 사과 △책임자 문책 △권력기관의 ‘방송사 사찰’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는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 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도 9일 오후 보도 자료를 내고 “경찰이 생방송 스튜디오에 무단으로 침입해 인터뷰 대본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한 일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다”라며 “생방송 스튜디오에 들어와 인터뷰 대본까지 내 놓으라고 요구하다니,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이자 방송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묵과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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