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욕과 문화욕은 소음(少陰)
    2010년 07월 06일 09: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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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才), 색(色), 권(權) 세 가지 욕망 중 마지막은 색욕(色慾)입니다. 가장 원초적인 것이죠. 흔히들 색(色)이라고 하면 주로 성(性)적인 의미를 생각합니다만 원래는 존재 그 자체, 생명력 등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성(性)을 이해할 때도 이런 것을 빼놓으면 단순한 아랫도리 이야기밖에 안되겠죠.

   
  

색욕은 한의학적인 개념으로는 소음(少陰)에 해당됩니다. 소음의 에너지는 군화(君火)라고 합니다. 임금 군, 불 화. 으뜸이 되는 불이니, 곧 생명의 원천 에너지란 뜻입니다. 얼마전에 이야기했던 ‘밑불’이 바로 이거라 보시면 됩니다.

군화의 아궁이는 심장입니다. 심장은 정신과 육체를 망라하는 모든 생명 에너지의 중심입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은 심장이 직접 총괄하고요, 생식기능을 포함한 아랫도리 부분은 신장이 담당합니다. 정(精)이라고 말하는 생명물질을 관장하는 게 바로 신장이죠.

색욕은 신장이 담당

신장이 담당하는 욕구가 성욕 곧 생식욕입니다. 성(性)의 목적은 번식과 쾌락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예. 맞습니다. 그러나 성에는 이런 육체적인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인 완전성을 회복하려는 욕구가 깔려있습니다. 태어난 것 자체가 불완전성의 표현입니다. 게다가 남녀로 나뉘었으니 더욱 불완전한 게 인간이죠. 그래서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은 불완전함을 극복하기 위해 방황하게 됩니다.

인간이 완전함을 회복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죽는 것이고 또 하나는 수행을 통해 분별과 집착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근데 둘 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대개는 쉽고 쾌락적인 방법을 통해 불완전함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근데 실은 여기에도 죽음이 깔려있습니다. 성행위란 어떤 면에서 보면 생명 물질들의 결합이거든요. 몸에서 생명 물질이 빠져나가면 생명력이 줄어드는 것이고, 또 그만큼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죠. 그래서 성은 곧 죽음이고 헌신이고, 성적 쾌락은 죽음의 카타르시스인 겁니다.

신장은 실증(지나쳐서 생기는 병)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생명력이니까요. 그러나 신장의 욕구인 성욕에는 실증이 있습니다. 성욕이 조절되지 않거나 불만족 상태인 사람은 눈이 반짝거리면서 표정이 약간 떠있습니다. 요즘엔 이런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격심한 경쟁사회에서 밀려나게 되면 그 좌절감이 충동적인 성욕구로 변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래 욕망의 뿌리는 하나이기 때문에 하나가 좌절되면 다른 욕망에 집착하게 되는 거죠. 최근에 약자를 노리는 성범죄가 부쩍 늘어난 데는 이런 요인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성범죄 만연의 원인

옛날 책들은 성충동을 가라앉히는 것이 불로장생의 비결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도가(道家)에서는 광물질로 연단(煉丹)을 만들어 먹는 것이 유행했는데요. 그러다가 많은 도사들이 중금속 중독으로 불구가 되거나 죽곤 했습니다. 비극인지 희극인지….

광물질이 성(性)의 불길을 가라앉히는 것 맞습니다만 중금속은 위험하고요 한방에선 대개 모려라는 걸 씁니다. 굴 껍질을 바싹 구워서 가루 낸 것입니다. 조루나 몽정에 많이 씁니다. 식물성으로는 연꽃의 과육을 씁니다.

이제 문화욕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인데요. 소음의 욕망 가운데 심장과 관계있는 것을 문화욕이라 부르겠습니다. 왜 문화욕이라 부르느냐 하면 이것은 꾸미고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생명력의 자연스런 표현이죠. 즐거움 신명 아름다움 친근감 이런 것들입니다. 형상으로는 화사하게 핀 꽃이나 소녀들의 발그레한 볼이 그렇습니다. 티없이 웃고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 역시 그렇고요.

나아가 화장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운 말을 만들어내는 등 실제로 우리가 문화라고 부르는 것 모두가 소음의 군화가 심장을 통해 작용한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문화욕이라고 불렀습니다. 옛 사전에 보면 문화란 본래 꾸민다는 뜻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소음욕이 발달한 사람은 잘 꾸미거나 꾸민 것처럼 오목조목한 외모를 타고 납니다. 연예인들이 대개 그렇죠. 인류에게서 예술과 문화가 발달해온 것은 모두 소음욕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문화욕은 또 생식욕을 유도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이기도 합니다. 가령 동물들의 아름다운 털이나 목소리, 젊은 여성들의 화장 따위는 문화욕의 표현이지만 동시에 이성을 유혹해서 번식을 성공시키려는 목적이 깔려있지요. 꽃이 피는 것은 씨를 수정시키기 위함인 것처럼요.

그러므로 행복하게 살기위해선 소음의 문화욕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부족한 사람은 세상에 즐거운 일이라곤 없습니다. 음식 맛도 모른다고 합니다. 신명도 없습니다. 말조차 어눌합니다. 이처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은 새끼손가락 손톱 뒤 모서리(엄지쪽)를 손가락 끝 방향으로 눌러줍니다. 9번씩요. 심장의 기운을 도와 몸에 활력이 생기게 합니다. 입맛도 조금 나아지고 무겁게 눌렸던 관절도 편안하게 해줍니다.

꾸밈과 문화

그러나 소음 에너지도 과도하면 병이 됩니다. 얼굴이 발그레하다 못해 시뻘거죽죽한 분들이 있습니다. 심장열이 과도한 사람입니다. 언제 심근경색으로 화를 당할 지 모릅니다. 이런 분들 대개는 당뇨병 고혈압 등 각종 대사성 질환과도 아주 친한 사이들이죠. 술 좋아하고 고기 좋아하고…. 지나치게 화사하고 예쁜 것들만 찾는 분들도 심장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러니 좀 자제들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쓴 맛이 필요합니다. 쌉쌀한, 때로는 쓰디쓴 채소를 자주 드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자주 설사하거나 위장이 냉한 분들은 약간 데쳐서 드시는 게 안전합니다. 이런 분들은 운동을 해도 너무 열심히 합니다. 운동하다 쓰러진 분들 많으니 욕심내지 마시고 설렁설렁 기분 좋을 정도로만 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분들은 대개 성욕도 강한 편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드신 이후의 밑불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 같은 것이고 남아 있는 건 기억뿐이니 집착하지 마소서. 칠순이 되신 이모부께서 종종 오셔서 발기가 잘 안된다고 호소하십니다. 시동을 좀 걸어드릴 수도 있었지만 ‘연세 드시면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퇴근할 무렵 제 소개로 선원에서 2주간 수행을 마친 처자가 찾아 왔습니다. 목이며 가슴의 통증이 심했고 얼굴이 늘 찌푸려 있었는데 통증이 많이 줄었고, 무엇보다 얼굴에 광채가 날 정도로 샤방샤방해졌습니다. 원래 오목조목한 얼굴이었는데 생명력이 되살아나니 나이에 어울리는 생기와 아름다움이 피어난 거죠.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주책맞게도 1년 가까이 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설레임이 생겨나더라니깐요. 중늙은이까지 설레게 만드는 화사함이라면 그 친구 올 해 안에 틀림없이 짝이 생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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