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치 무럭무럭 자라는 중"
    2010년 06월 15일 11: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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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22명 당선이라는 성과를 냈지만 ‘패배’ 이상의 무거운 분위기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하고 당의 또 다른 간판이던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불과 3.2%에 그쳤다. 

"진보정치 무럭무럭 자라는 중"

진보신당은 지방 선거 이후 패배에 대한 책임론, ‘연합정치’ 논란을 둘러싼 향후 논쟁과 당의 진로에 대한 모색 등이 논의될 ‘평가’를 앞두고 일종의 ‘긴장감’까지 돌고 있다. 진보신당 대표단은 책임을 지고 조기전당대회를 통해 조기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진보신당 1기 대표단을 이끌어온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치의 싹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며 “진보신당도 늦었지만 이런 논쟁이 시작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긍정적 측면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레디앙>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보적 가치를 재구성하고 진보대연합을 통해 강력한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며, 특히 “2012년 총선에서 교섭단체를 확보할 수 있는 진보정당 건설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진보가 한국정치의 한 축으로 서는 것 외에 제3의 길은 없다”며 “비민주 야당연대도 진보정치가 아니”라고 말했다.

노 대표는 “향후 전국위원회에 이어 전당적 토론을 거쳐 전당대회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와 교훈을 추려내야 한다”며 “당의 화학적 결합도를 높이고 진보정치 강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한 후 차기 집행부는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출마 의사에 대해서는 “당 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이광호 <레디앙>편집국장의 진행으로 14일 오후 1시 진보신당 중앙당 대표실에서 진행되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촛불 민심 결집이 야당 승리로

– 진보신당, 진보정치 세력 차원에서 이번 선거 평가와 교훈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한 원인으로 ‘촛불’이 많이 지적되고 있는데 촛불시위 당시 참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정당이었던 진보신당이 그 지지를 이어오지 못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 촛불로 상징화되었던 민심이 이번 선거에 결집한 것이 야당 승리를 가져왔다는 것은 정확한 지적이라고 본다. 다만 그 야당은 민주당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나? 촛불 때 호응을 얻었던 진보신당으로 오지 않고 왜 민주당으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진보신당 스스로 성찰이나 반성이 필요하다.

   
  ▲노회찬 대표(사진=정상근 기자)

하지만 정확히 얘기하자면 촛불민심은 특정 정당으로 간 적 없이 2년여를 끌었다. 그리고 이번 선거 때 그들이 특정정당으로 결집했지만, 그 정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으로 그들이 계속해서 민주당을 40%씩 지지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촛불은 마음에 둘 정당을 찾지 못했다. 다만 전략적 사고를 하는 촛불 민심이 이번 선거에서 이명박 정부에 엄중한 경고를 내리기 위해 특정 정당에 표를 확 몰아줬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 점에서 촛불 민심을 가져오지 못한 것은 진보신당이 지금의 구도  속에서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 이번에 진보정당이 많은 의석을 얻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주로 선거연합을 이룬 쪽에서 당선자가 많이 나왔다.

= 당선자만 놓고 보면 반반 정도 될 것이다. 특히 서울이나 인천 같은 곳에서 선거연합에 의존하지 않고도 진출한 곳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어느 곳은 구도가 좋아 당선된 곳도 있고, 후보가 오랫동안 노력한 성과 위에서 당선된 곳도 있다.

예를 들어 경산에서 처음 출마해 당선된 것은 의미가 있다. 인천 동구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해온 후보가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까지 꺾고 승리한 것 의미가 있다. 사실 후보단일화뿐 아니라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의 경우 모든 선거구에서 전면적으로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개 지역에서 알아서 사전 조정을 한 상태였다. 그에 추가해 단일화 된 곳도, 아닌 곳도 있는 것이다.

수도권 전략 부족

우리가 선거 전에 세웠던 목표를 세 가지이다. 하나는 분명히 반MB 심판이라는 목표였다. 두 번째는 진보신당의 정치적 위상을 제고하는 것, 세 번째는 지역의회 진출을 통해 진보정치의 지역 거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괄목할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지난 번보다 나은,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 위상을 제고하는 것은 사실 성공이라 보기 어렵다. 물론 유명해지긴 했다.(웃음) ‘노이즈 마케팅’이라고도 볼 수도 있는데, 그것은 우리가 목표한 것이 아니었다. 반MB의 경우 우리가 기여했다기보다 압도적 민심으로 달성됐다. 

– 일부에서 전체적인 진보신당의 선거 전략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가 있다. 실력에 비해 과도하게 광역단체장을 출마시켰다든지, 이후 5+4를 거치면서 반MB심판도 주요 목표로 내세웠지만 당내에서 선거연대를 놓고 여러 케이스가 나오면서 분명한 전술과 방침, 전략이 애매했고 혼란스러웠다는 비판이 있다.

= 조목조목 다 평가의 지점이다. 우선 16개 광역단체장을 다 나가자고 한 것, 최대한 출마하자고 한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었다. 나는 그 수단이 목표 달성을 위해 적절했냐고 물어본다면 적절했다고 답하겠다.

창당 2년 밖에 안되었고 특히 지방은 역량이 취약한 곳도 많았다.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광역시도도 있었다. 당의 출마자들도 그 수가 극히 미약한데 오히려 그 힘을 광역단체장 선거에 집중함으로서 우리의 인지도를 높이고 위상을 제고하며 정당지지율 높이는데 기여하자는 전술이었다.

그 수단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을 전술적으로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비한 점이 있었다. 수도권 전략도 부족했다. 다만 중앙당 차원에서는 나름의 판단과 목표를 가지고 연대전술을 구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우리 내부의 연대전술에 대한 합의 수준이 낮거나 혼란스러웠다. 지금도 각각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모두 중앙당이 책임져야 할 몫이다.

다양한 선거 연대 제대로 평가돼야

– 진보신당 내부에서 향후 공식적이고 본격적 선거평가 계획이 잡힌 것이 있나?

= 평가단을 따로 조직해서 평가하면 좋겠지만 전국위원회를 너무 미룰 수 없었다. 지금은 지역단위 평가가 진행 중이고 중앙당 차원의 평가를 초안으로 전국위원회에 제출하려 한다. 여기서 평가안이 검토된 뒤 전당적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당의 연대전술 운용 원칙과 방식의 문제점과 이후 평가는 당의 진로 문제와 바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전당적 차원의 토론 시기는 전국위원회에서 정해지겠지만, 나는 당대회까지 전당적 토론을 거치는 과정을 갖고자 한다. 전국위원회 다음에 전당적 논의를 거쳐 당대회에서 의견수렴을 확정하는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 지방선거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지역마다 상당한 편차를 두고, 독자성을 가지고 선거 연대가 진행된 것 같다. 진보신당의 경우 지역별 다양한 선거 연대를 유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이른바 연합 정치의 맹아적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 실제 사례는 어떤가?

= 워낙 케이스가 다양하다. 사실 선거연대와 관련해서는 제대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일단 진보신당의 경우 선거연대와 관련된 기본 방침은 확고히 서있었다. 그것은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치세력과의 선거연대를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필요할 경우 민주당과도 선거연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만 전자를 더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둘 다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첫 번째 연대는 득표보다 이후 추진해 나갈 진보대연합 차원에서 의미가 크기 때문에 해나가자 했던 것이다. 이는 부분적으로 지역별로 성사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앙 단위에서는 실현되지 않았다.

크게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중심에 두고 그를 통해 자기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4월 말까지도 민주노총 위원장과 강기갑 대표에게 내가 중앙공동선대본부 제안도 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여파가 서울과 경기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번 승리 ‘연합정치’ 때문 아니다

다만 지역 차원에서는 진보대연합을 겨냥한 선거연대가 다양하게 추진이 되었는데, 성사된 곳들도 있다. 그런데 울산에서는 전면적으로 실패했고, 거제시장 선거도 실패했다. 이것은 양당이 공히 경직된 태도를 취했기 때문으로,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는 우리가 절대 하지 않는다고 정한 바 없다. 필요할 때 한다는 얘기와, 당시 5+4구상과는 다르다. 나는 5+4형태의 연대가 왜 선거 이후 짚어지지 않는지 의문이 다. 5+4가 진보신당 이탈 이후 4+4가 되었고, 이것도 마지막에 결렬되었다. 그 다음에는 제각각 지역별로 따로였다.

5+4, 4+4 구상이 과연 적합했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과도한 목표 설정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실패한 이유도 진보신당의 이탈 때문이 아니다. 이탈 이후 4+4도 실패했지 않았나? 이러한 연대는 복잡한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범주로 전면적 연합공천을 하고자 한 것이다.

개별 선거구에서 연합하는 것과 달리 당과 당이 전면적으로 연합을 하려했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가치 중심을 내세웠는데, 이것이 헌신짝처럼 내버려졌고 실리 중심으로 접근되었다. 결국 실리도 암초에 걸리며 좌초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 후 이번 선거의 승리가 4+4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혀 아니다. 그렇게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연합정치라는 용어자체도 문제다. 이 말을 누가 제일 먼저 썼는가? 5+4를 주장한 쪽이었다. 나는 좌파 진보정치 세력으로서 연합하는 것은 대단히 익숙한 생존 방편이라고 본다. 우리가 대중연합을 하거나 다양한 진보의 가치로 통합정당을 만든다 해도 연합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조건이다.

진보신당 연대, 일부 지역 제외 "무난"

그러나 이번 5+4와 4+4는 이후의 연대, 연합을 위해서도 냉정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결국 개별 차원으로 이루어졌고 우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전국적으로 보면 각 지역 차원에서 이뤄진 진보신당의 연대는 울산과 거제시장의 실패 빼고 대체로 무난했다.

다만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심의 연대 내지 단일화 전략이 문제된 것이고, 나머지는 무리가 없었다. 부산의 경우는 후보와 중앙과의 판단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나중에 하나하나 평가하며 점검할 문제다.

–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손을 잡고 ‘반MB’라는 국면에서 실리 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선택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노회찬 대표 

= 나는 진보대연합을 중심으로 하지만 반MB선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을 탓할 이유도 없다고 보고 할 생각도 없다. 다만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진보대연합의 중심을 쥐고서 반MB연대로 나아갔어야 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실리를 취했다고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어떤 실리를 취했는지 묻고 싶다.

나는 민주노총 위원장과 강기갑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서울과 경기에서 민주노동당 후보가 진보신당 후보를 지지해, 선거 이후 진보대연합의 기틀이라도 마련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실현이 안 되었고, (민주노동당이)민주당 쪽에 헌납을 했다.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는가? 나는 양당 관계의 미래에 더 중요한 과제를 던진 것인데 양당의 경쟁심이 진보대연합을 흐트러뜨린 면이 있다. 민주당과의 정책연대는 지난 2년간 어느때 보다 열심히 해왔고 정책연대를 이룬 만큼 선거연대도 필요하면 할 수 있다고 봤다.

제3의 길은 없다

다만 아직 취약하고 미약한 진보정치 현실을 생각할 때 진보정치세력의 강화를 늘 중심에 놓고 폭넓은 전술을 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민주노동당이 진보의 큰 집 짓기에 나서지 않고 자신들만의 힘을 키우려고 한다면, 그래서 자당의 독자 강화로 가려 한다면 앞으로 민주당과의 연대가 더 강고해질 것으로 본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우리가 민주당과의 거리를 둬야 강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어느 것을 중심에 두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크게 민주노동당의 강화를 위해 진보대연합 보다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화시킨 측면이 있다. 이는 이후 국면에서 우리가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에도 중요한 대목이다.

– 노대표는 진보적 가치를 재구성하고, 진보대연합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편적 복지라는 가치에 동의하면, 과거 불문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이를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또 새로운 진보정당이라고 한다면 누구와 할 것이냐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

= 일단 우리 앞에는 2개의 길만 있다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제3의 길은 없다. 하나는 보수 대 진보의 대립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힘 있고 대중적인, 강력한 진보정당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또 다른 길은 이 노선을 포기하고 민주당에 들어가는 길이다. 다른 길은 없다.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나는 독자적 진보정당의 길을 포기하면 미국식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진보신당은 독자적 진보정당 건설의 길로 가야 하는데 다만 진보신당만을 키워 가야 하는지, 진보신당을 포함한 여러 세력과 같이 가는지를 택해야 한다. 당연히 후자이고 이것이 진보신당 창당정신이다.

진보정당 독자성 포기하면 미국식으로 갈 것

제2창당이라고 못 박은 것도 진보신당 혼자만 키우고, 지나가는 세월만 기다리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것을 진보대연합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대연합’은 분당 전 상황으로 가는 것이 아니다.

그럼 누구와 함께 하느냐? 기존의 어느 세력과 합하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좋은 방식이 아니다. 오히려 새롭고 강력한, 진보정당이 추구하고 표방하고 대변하는 가치를 정교하게 제출하고 여기에 동의하면 어디서 오든 모여야 한다. 가장 바람직한 시기는 2012년 총선 전에 정당으로서 세력화하는 것이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일회적 선거연합을 넘어서는 정치연합 수준까지 나가야 한다. 당은 다르지만 선거를 같이 치르고 정책에 대해 밀도 높은 공동보조를 취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가야 한다. 그럴 경우에도 대선을 거치면서 하나의 정당으로 빠르게 가야 한다. 그것은 누가 와야 한다, 누가 오면 좋고 아니면 안 좋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심상정 후보가 많은 당원들과 지지자들에게 일종의 충격을 주면서 제기한 ‘연합정치’ 화두는 심 후보의 사퇴와 무관하게 ‘진보의 재구성’ 등의 이름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연합정치와 서로 다른 정당이 통합하는 것은 다른 것인가, 같은 것인가?

= 우리나라 정치는 그간 보수 독과점 일변도였고 정치연합의 제도화가 가장 덜 된 나라다. 대통령선거에서는 결선투표도 없다. 다른 나라는 지방단체장까지 결선투표가 있거나 내각제 방식으로 의원들이 다수 연합을 만들어 시장을 뽑는 등 연합의 제도화가 일상적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승자독식의 오랜 전통 속에서 연합의 제도가 없었다.

연대와 통합은 질이 다른 문제

그러다 보니 다수 야당들이 공존의 방식으로 연대를 하려고 해도 안정적인 연대가 불가능한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해야 하는데 계산이 굉장히 복잡하고, 결국 당 정체성 논란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다 내주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선거연합이 광범위했기 때문에 차라리 통합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원칙과 가이드라인이 없이 연대하면 대중들은 선거까지 같이한 마당에 당은 왜 따로하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연대와 통합은 질이 다른 문제다. 이는 전술과 전략의 차이다. 당 통합을 전술적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강력한 생각이다. 전술에 따라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정치만 바라보는 보수정당들, 무전략 정당들의 이야기다. 오로지 현실정치만 있는 가운데 전략은 애초부터 없기에 전술만 가지고도 당이 왔다갔다 한다.

이명박 정부의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가정할 때 이번 선거와 비슷한 양상이 재현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강력한 진보정당의 존립없이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기도 힘들고, 그 다음 정권을 맡아 나가기도 힘들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관심사는 누구와 연합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강력한 진보정당을 만들 것인가이다. 이게 전제 안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일단 2012년 총선에서 20석을 만드는 것이 실현되어야 한다. 그것은 어렵지 않다. 물론 진보신당 혼자서는 힘들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력한 진보정당의 출현, 원내교섭단체를 갖는 강력한 진보정치의 출현을 당면 과제로 삼아야 한다.

‘비민주’는 진보 아니다

– 최근 연합정치의 세 가지 경로가 거론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식 연합, 비민주 (진보)야당연합 그리고 지금 노 대표가 말하는 진보대연합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견해는?

= 민주당 강화론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만약 한국의 진보정치 세력이 초토화되고 기진맥진한 상황으로 갈 경우, 존립 의미가 없을 정도로 허약해진다면, 결국 보수 양당 체제로 갈 것이다. 그러면 보수의 한 축인 자유주의적 온건 개혁파가 자리를 차지하는 미국 민주당식으로 되는 것인데 이는 사실 세계적으로도 예외적인 사례다. 

그런데 한국의 또 다른 특수성이 있다. 이런 양당제로는 영호남 지역주의에 탈피할 수 없고 얹혀가는 꼴이 될 것이다. 미국식의 수구와 개혁 대립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전국 곳곳의 완고한 보수들이 모두 공화당에 결집한다. 우리나라 호남의 보수들이 다 어디에 있나? 영남보수는 한나라당에 호남보수는 민주당에 칩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당을 강화해 좀 더 나은 보수정당을 만든다는 것은, 그 목표로도 살아남기 힘들고 남북 분단상황까지 고려하면 전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진보의 투항 외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내가 제3의 길은 없다고 말한 것은 진보가 한 축으로 설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진보가 어디까지 포함하고 어떤 기치로 모이는지는 두 번째 문제다. 그런데 그 기치의 성격을 ‘비민주’로 간다면 그 또한 분명히 진보가 아니다. 그건 진보+비진보까지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진보정당도 아니고 민주당도 아닌 애매한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오래가기 힘들 것이다. 그것이 진보정치 세력화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나는 진보의 독자적 세력화는 배타적 세력화라 아니라 자신의 힘을 키워가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본다.

중심이 강해야 유연 전술 가능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진보가 일시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양당 합치면 그야말로 (진보정치의)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선거와 정책연대에 있어 여타 정당과도 더 유연하게 갈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의 중심이 강할수록 연대는 더 유연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심이 약하면 대외적으로 경직된다. 진보의 구심을 강화함으로써 그때그때 시대적 요구 받아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치의 성장이라는 중장기적 과제를 조화시켜야 한다. 다소 모순이라도 그것이 정치다.

이번 선거에서는 우리가 그걸 잘 못했다. 그래서 오히려 잡음만 일으킨 측면이 있지만, 우리는 우리의 노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

– 현실 정치조직인 국민참여당이나 창조한국당도 방금 말한 원칙이나 가치에 동의할 경우 새로운 진보정당의 한 주체로 같이 할 수 있는 것인가?

= 그렇다. 동의하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안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다른 당 문제이기 때문에, 그쪽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얘기할 수 없다. 그런데 국민참여당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 대선까지 그대로 갈 것으로 보고 있지 않나?

민주당 발 보편 복지, 검증해봐야

– 노 대표는 진보적 가치로 보편적 복지, 복지 혁명을 꼽았다. 보편적 복지가 진보의 강화에 핵심적인 가치이기는 하지만, 개혁 자유주의 정당으로 불리는 민주당과의 확실한 차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

= 말로는 무엇을 못하겠나? 갑자기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보편적 복지를 말하고 있다. 나는 야당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달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엄격한 검증과 검열이 필요하다. 과거 주요 정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견지했는지 향후 집권을 하면 어떤 정책 견지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편적 복지는 당연히 시장에 대한 문제, 조세나 분배의 전면적 검토에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강조하다보니 보편적 복지만 말했지만 또 하나 뺄 수 없는 것이 평화와 생태다. 그런데 생태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우왕좌왕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전향적 태도를 보였지만 엄격히 검토되어야 한다.

– 심상정 후보의 사퇴한 것과 관련, 현 지도부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한 정치인이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소신으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그가 던진 화두와 과제는 당에서 논의해 볼만한 의제인가? 당장 선거 평가와 전망을 논의할 때 심 후보가 던진 연대연합정치를 하나의 의제로 삼을 계획이 있는가?

= 일단 당시 논란이 된 것은 사퇴라는 행위와 목적, 배경 이 세 가지이다. 우선 이 문제와 당의 진로 등 다른 논의에 대해서는 구분해 봐야한다. 앞선 문제와 관련해 우선 진보신당의 모든 당원은 누군가를 당기위에 제소할 권리가 있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사안은 정치적, 절차적 양면이 있다. 양면이 다 중요하나 정치적 문제가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절차적 문제와 관련해 형식절차로 따지면 부산은 내부에서 논의하고 반MB연대로의 합류를 결정했지만 그럼에도 내부적으로 논란이 계속 된 것이고, 경기도는 논의하다가 만 것이고, 충남은 논의조차 없었던 것이다.

내부 합의 수준 높이는 평가돼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물론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그것을 개인이 다 책임져야 할 문제냐는 것이다. 주요 지역 후보 방침과 관련해 중앙에서 제대로 논의한 적이 있나? 못한 부분도 있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한 것에는 이 부분도 포함된 것이다. 

정치적 부분과 관련해서는 우리의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 시점에서 그러한 이유로 결단을 한 것이 옳았는지 점검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행위에 대해 정치적으로 평가가 되고 결과에 따라 개인이든 조직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법적, 규율로만 다룰 문제는 아니다.

   
  ▲이광호 편집국장(사진=정상근 기자) 

– 선거 평가 작업이 향후 진보신당의 과제와 진로까지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 그렇다. 선거는 정치적으로 중간 결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번 선거평가에서 우리가 향후 지역정치 활동 할 때 끌고 나가야 할 교훈과 결과를 내야한다. 선거방침이 혼란스러웠는데 오히려 다행인 측면이 있다.

이후의 보궐선거, 특히 2012년 선거에서 이 문제로 부딪힐 수도 있는데 이번 선거평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우리 내부 합의수준을 높여가는 긍정적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또한 진보정당 강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이번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

– 이번 선거에서 천안함 효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현상적으로는 다른 의제를 압도했는데 다행히 선거결과 걱정과는 달랐다. 천안함 사건 문제와 별개로 분단이 진보정치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나?

= 분단 상태 자체는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다. 휴전선은 변함없이 구획되어 있지만 분단의 정황은 정치적 생물처럼 변화되어 왔다. 천안함도 이전 같으면 전쟁 일촉즉발 직전까지 가는 상황인데, 실제로 충격과 여파는 존재했지만 크지 않았다.

이 상황을 희석시킬 만큼의 의식이나 상황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쉽게 할 얘기는 아니지만 천안함이 아니었다면 서울과 경기도에서 야당이 쉽게 이겼을 것으로 본다. 김문수 당선자가 ‘천안함 덕봤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한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천안함에도 여당이 압도하는 상황까지 못나간 것은 그만큼 과거와 다르게 유권자들에게 경계심과 냉철한 문제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단 상황이 늘 진보에 숙명적으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상황의 진전에 따라, 분단의 위기에 따라 진보가 나서야 하는, 진보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우리도 그렇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노회찬-심상정만 있는 당 아니다

– 당대회에서 선거 평가와 진로를 논의하고, 또한 당명 변경 문제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차기 대표단이 구성되어야 하는데 여의치 않으면 노 대표가 다시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단 당 대회까지에 어떤 일을 중심으로 지도 집행할 것인가?

= 어찌보면 당의 현실은 한편으로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당원들이 당의 현재 상태와 현재까지 이른 과정, 당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신당이 늦게 이 국면 맞긴 했지만 굉장히 의미있는 중요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진보신당의 창당의 동인 중에 하나는 분명히 민주노동당 분당이었다. 지금 그와 무관한 당원도 절반이나 되지만, 그 과정을 거친 역사적 배경을 부인할 수 없다. 진보신당이 새로운 진보를 추구하기로 결의했지만 우리의 공통분모는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강령도 채택했지만 충분히 여물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하고, 진보의 대연합은 어떻게 구성할 것이가? 그런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내부 토론이 부족했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연대에 대한 이해의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이를 정리하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상황에 도달했다.

제2창당은 내가 대표가 될 때 지방선거 이후 전면적으로 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시점상으로 이게 다 맞아떨어진 것이다. 당대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밀도 있는 토론을 통해 당의 화학적 결합도를 높이고 통합성을 제고하는 것이 1단계 과정이다

차기 지도부는 이런 논란을 끝내놓고 그걸 이행할 집행부가 뽑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당명도 현재의 당이 유지되는 한 구태여 바꿀 일이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진보대연합 과정에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겠는가?

– 최근 정가에서는 ‘차세대’ 리더 얘기가 나오고 있기도 한데, 당원들이 원한다면 차기 대표직도 수행할 수 있나?

= 진보신당은 노회찬, 심상정만 있는 당이 아니다. 당 내에는 진보정치를 끌고 갈 리더십들이 충분히 있다.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보신당에 훌륭한 지도력이 있다는 걸 보여줄 계기가 될 것이다.

보수 vs 진보 대립구도 형성

– 구색용 같기도 하지만, 이번 경우는 각별한 의미가 있을 거 같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얘기로, 진보신당 당원이나 <레디앙>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해달라. 

=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말이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첫 출발했을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앞길이 불투명할수록 원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현명한 자세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실 상황은 개선되고 있다.

일각에서 20대가 보수화 되었다느니, 노무현 실패 이후 많은 사람이 진보개혁에 등을 돌렸다느니 얘기가 나오지만 그건 구체적으로 맘에 안드는 세력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 등을 보면, 천안함 사건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선거보다 보수-진보의 대립구도가 형성되었다.

새로운 진보정치에 대한 지지의 흐름을 볼 수 있다. 비록 이번 선거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측면이 있고 조직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나 세상의 조건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갖고 있게 만들고 있지 않나? 이럴 때일수록 자중자애(自重自愛)가 필요하다. 스스로를 무겁게 여기고 스스로를 위하면서, 그게 자신일 수도 당일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갖고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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