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 지방선거 패배는 전략 전술 부재
    2010년 06월 14일 09:59 오전

Print Friendly

1. 반mb연합, 즉 민주당연합전선에 대항하는 진보정당의 전선을 구축할 진보적 의제가 부재했다.

선거를 앞둔 진보정치 세력들은 진보적 의제를 중심으로 한 진보정치 프레임을 구성하지 못했다. 민노당의 이탈이 결정적인 원인이었겠지만 진보신당은 이탈한 민노당을 견인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그냥 방관할 수 밖에 없었다. 세력이 작다고 사회당, 제 시민단체와의 연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은 결국 민노당을 추인할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 원인이 되었다.

이후 민노당,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5+4라는 연대논의기구에 진보신당은 참여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독선적인 태도와 더불어 민노당이 일방적으로 민주당과의 연합을 위해 진보연합의 논의를 중단해 버렸고 곧바로 진보신당은 논의기구에서 탈퇴하고 민노당에 대한 비난과 독자행보 선언 이외에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진보신당의 선거 국면 대응은 현재의 정치적, 조직적 능력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줬다. 신자유주의 자본질서를 옹호하는 민주당 주도의 반mb 연합전선의 한계와 문제점을 정확히 짚고 새로운 정치경제 질서를 위해 진보신당이 주도하는 진보정치의 프레임을 시민사회와 제 정치세력에 제시해야 했다. 즉 진보정치연합전선의 구축 실패는 곧 진보정치 프레임에 맞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제 정치세력을 규합할 보다 급진적인 진보적 의제를 제시하지 못한 이유에 있다.

단일화 프레임에 대항하는 진보정치세력의 대응은 진보정치의 의제를 담은 새로운 프레임을 재구성하고 싸워야 했다.

“정치에서 프레임은 사회정책과 그 정책을 수행하고자 수립하는 제도를 형성한다. 그러므로 프레임을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이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대중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프레임은 언어로 작동되기 때문에, 새로운 프레임을 위해서는 새로운 언어가 요구된다. 다르게 생각하려면 우선 다르게 말해야 한다.”(“코끼리는 생각하지마”)

프레임의 재구성 논의는 욕망의 재배치 문제와 결부된다. 대중의 반mb 욕망의 정치를 진보의 새 프레임으로 재편시킬 수 있는 방법과 내용은 무엇이었는가?

2. 반 mb 프레임의 다수성 확보를 인정하고 대응할 전술도 부재

시민들은 민주당의 한계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진보정치세력들의 부족한 능력을 키워 일으킬 만한 혁신적인 의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진보신당은 반mb연합전선의 무능과 패악만 비판하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민주당연합전선은 국민들의 반mb 정서를 적극 파고 들어가 어느 정도 여론을 형성화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것은 미디어 정치분야에서 여론주도권을 쥐고 있는 주도세력들이 민주당과 국참당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이다.

“자유주의 정치인들을 받들고 그 담론을 생산해주고 그 메시지를 전파해주는 시민사회의 핵심들 – 주요 비정부 기구들의 지도자나 상당수 교수, ‘온건한’ 조합 관료, 그리고 언론인 등 – 이 ‘노빠, 유빠’와 같은 그룹들의 정치시장 점유율 제고에 매우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이며 시민사회의 “중산층은 ‘반MB연대론’을 생산, 전파하는 NGO 주역들과 교수, 기자들의 그 점잖은 문화 자본에 잘 이끌리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도 이유를 생각할 수 있다.(박노자)

그러나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프레임을 갖추지도 못한, 갖출 능력도 없던 이 시점에서 반mb 연합전선에서 무작정 빠져 나오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물러설 입지가 없었고 준비도 안 된 상태라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반mb 민주당연합전선의 틀 속에 들어가서 당면 현안과제에서 민주당과 국참당의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의 한계를 노출할 수 있고 건강하고도 상식적인 진보적 세력들을 견인하는 공세적 반mb연합 전술을 펴야 했다. 그것은 기존 반mb프레임을 진보적 의제로 재구성 하는 것이 바로 진보정치세력의 과제였다. 반mb연합의 프레임과 대비되는 진보정치의 프레임을 대중에게 보여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 분명히 필요했다.

이 시점에서의 반mb연합의 단일화 프레임은 우리가 피해서 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부딪혀서 깨야할 대상이었다. 따라서 반mb연합 논의 테이블에서 스스로 이탈 해 나온 것은 중대한 오류였다. 대중의 시선은 이미 반mb연합 단일화에 고정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시선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며 선거 운동 기간 내내 대중의 시야, 즉 미디어 정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더군다나 노회찬 대표는 오세훈의 거부에 의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미디어와 만날 기회가 몇 번 되지 않았다. 한명숙을 위시한 민주당과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정치력의 부족은 결국 시민들이 단일화 논의를 노대표가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결론으로 귀결될 지경에 이르렀다.

정치는 스펙타클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은 민주당과 국참당의 한계만 비판했지 반mb연합의 논의에서 제외되므로 스스로 미디어 정치에서 소외됐다. 유시민의 경우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08년 촛불의 시민들이 보여준 인터넷과 다양한 장치들을 이용한 소통과 전달의 미디어정치를 가장 잘 활용한 세력은 유시민과 국참당이다. 이들은 노무현의 죽음을 슬퍼하는 87세대들의 건강하고 선한 시민들을 “노무현의 꿈과 눈물”이라는 감성으로 포섭했다.

신자유주의를 누구보다 신봉했고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노무현이 결국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라는 말을 남기며 그 한계를 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마지막 순간에야 알았다고 한다면 유시민과 국참당은 또 어떤 배신을 하고 배신을 당해야만 자본과 시장의 권력을 깨달을지 씁쓸할 뿐이다.

이들은 자력으로 정치세력으로 다시 부상한 것이 아니다. 이들 민주당과 국참당의 부르조아 자유주의자들을 부활시킨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진보의 새 정치를 보여줄 능력이 없어,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정말 심상정의 말대로 흔쾌히 찍어 줄 진보정치세력이 없어서 결국 이들을 다시 관에서 부활시킨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심상정의 최초 판단은 옳다고 볼 수 있으나 민주당과 국참당을 아우르는 촛불식 의제를 다루려는 문제의식은 명확한 오판이다. 대중은 민주당과 국참당식의 촛불식 의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려고 준비하고 있었으나 이를 뛰어 넘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세상을 여는 프레임이 없으니 정치적 판단으로 차선책인 민주당 중심의 반mb연합 프레임을 선택한 것 뿐이다. ‘대중이 민주당이 좋아서 찍어준 것이 아니’라는 말은 찍어 줄 정치세력이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시민들은 냉정한 정치적 행동을 했을 뿐이다.
민주당을 넘으려면 우리가 너희 진보세력들을 찍어 줄 만한 새로운 프레임을 구성하고 제시해 봐라!

결국 진보신당은 아무런 조직력도 발휘하지 못한 채 민주당과 국참당의 본질을 왜 시민들이 모르는지에 대해 원망만 하면서 스스로 홀로 떨어져 나갔다.

심상정은 진보진영을 향해 끝까지 완주하며 가야 할 진보정치가 무엇인지를 말해야 했었는데 결국자유주의자들에게 끝까지 완주하려고 해서 미안하다고 발언했다. 결국 반mb프레임의 현재 내용을 용인하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mb프레임을 진보정치의 프레임으로 재구성 할 수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당 차원의 고민의 부재가 문제다.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우리의 모델을 작동하려면 진보주의적 지지자들을 향해 발언해야 합니다. 오른편으로 이동하지 마십시오. 오른편으로 이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상처를 줍니다. 이는 우선 진보주의 지지자들을 소외시키고, 부동층 사이에 보수주의 모델을 작동시킴으로써 도리어 보수주의자들에게 보탬이 됩니다.”(‘코끼리는 생각하지마’, 조지 레이코프)

3. 공약의 점진적 복지정책의 단계를 뛰어 넘는 급진적 의제의 문제

그동안 진보정치세력이 줄곧 주장해 온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복지일자리 등의 복지의제는 새로운 정치. 경제 질서에 대한 대안의제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복지적 정책을 생산해 냈던 진보적 학계진영도 이러한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것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진보정치세력의 새로운 조직적 결집이 더욱 시급한 문제일 것이다.

무상급식은 선별적 복지시혜주의와 보편적 복지정책 세력 간의 대결로 진보와 보수진영의 대결전선을 형성할 주요한 의제였지만 민주당이 받아 안아 가로챘기에 이 주장의 원조가 우리였다는 하소연만 하기에는 때는 너무 늦었다. 결국 무상급식이라는 진보적 의제는 찻잔속의 태풍격으로 반mb를 위한 공통의제로 용해돼 버렸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제주의 경우 한나라당의 현명관이나 무소속 우근민 같은 신자유주의세력도 받아들인 의제다. 무상급식은 교육의 공공성 차원에서 현재 집행되고 있는 교육행정당국의 예산집행의지를 통해 양극화의 실체를 폭로할 수 있는 대척점의 하나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무상보육은 말 그대로 예산의 집행문제로서 점진적 무상보육은 한나라당도 일부 받아들인 부분으로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파고 들어갈 의제는 되지 못했다.

일자리 부문 역시 마찬가지이다. 진보신당의 공약집을 보라. 복지국가의 정책들을 만들어 내는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의 논점을 못 벗어나고 있다.

진보신당은 이를 뛰어 넘는 보다 급진적인 의제들을 채택해야 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보건의료부문의 “모든 병원비를 건보 하나로!”(이것은 모든 ‘의료비를 건보 하나로’라고 명칭이 수정되어야 한다. 건보 하나로가 진보적 의제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라는 시민연대회의체를 모델로 이야기 한다면 신자유주의의 정치판을 균열 낼 수 있는 진보정치 프레임을 제시해야 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항하는 진보적인 주택. 토지공개념을 도입한 “모든 가구의 2주택 소유금지”(향후 가장 시급하게 집중해야 할 의제의 마련은 이 부동산 문제가 아닐까)나 금융, 에너지 부문과 같은 국가 기간산업의 자본소유화반대를 위한 “은행과 에너지기업을 시민에게!” 와 같은 프레임을 구축, 진보신당이 중심이 된 진보정치전선을 구성해야 했다.

“토지와 주택은 공공적인 것이며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공공적 헌법개정의 비전을 구체화 하면서 헌법개정을 요구하고” “가장 중요한 국가 기간산업인 금융과 전력, 가스, 석유 산업 등의 에너지 산업을 국유화하여 시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 공공부문의 국가적 통제정책”의 필요성을 설파하며 이를 위한 정책의 생산과 실현을 위한 다양한 실험과 행동이 대중투쟁의 과정이며 대중의 계급적, 사회적 의식의 고양 투쟁의 과정이다.

“민중의 계급적, 사회적 의식을 보다 급진화하고 그들의 분노가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비전적 대안을 민중에게 제출해야 한다. 급진적이더라도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대중은 분노를 가지고 진보운동 및 정당과 결합될 수 있을 것이다.”(조희연)

4. 선거 이후 우리의 갈 길

심상정은 반mb 민주당 연합전선의 한계를 이야기 하며 민주당의 일탈세력과 국참당, 진보정당들을 융합해 폭넓은 진보진영의 결집을 이야기 했다. 민주당의 일부와 국참당, 그리고 민노당을 포괄한 세력을 어떤 형태로 결집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현실적으로 이들 세력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묶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이미 멀어졌고 국참당도 독자적인 세력을 결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한다면 결국 민노당과 국참을 아우르는 세력의 결집을 먼저 추진해야 하는데 국참당을 그런 파트너로 설정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국참당은 결국 민주당과의 합당 지점의 유리한 고지를 위해 내부 결속을 다지는 작업을 진행 할 것이고 유시민은 결국 민주당 속으로 들어가 대선 후보로 추인받는 스케쥴을 짤 것이다.

심상정이 말하는 촛불세력의 정치적 결집은 진보정치세력의 명확한 선 결집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한 일이며 그것은 민주당이나 국참당을 아우르는 융합정치가 아니라 기존 민주당과 국참당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대안정치세력으로서의 진보정치세력을 인정받는 새로운 프레임의 재구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심이 진보신당 내부의 한 분파를 이끌고 나가 유시민과 중심이 된 ‘확장된 국참당’을 만든다면 결국 유시민의 런닝메이트로 전락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진보정치에 있어서도 엄청난 손실이며 진보신당 역시 크나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에 심의 이탈은 진보정치의 자산유출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막아야하며 심이 내부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그 틀을 만들어 줄 배려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진보정당의 심은 개인이기 이전에 진보정치의 현실적 정치무기이며 진보정치의 정치적 자산이다.

진보신당은 생활 전반과 정치 전반을 관통하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의제들을 계속 생산해 내야만 된다.
또한 조직적으로 생활정치 깊숙이 뿌리를 내릴 “모든 당원들의 하방”을 이야기해야 한다. 진보신당과 같이 할 수 있는 모든 정책생산역량은 여기에 집중되어야 한다. 조직은 그 과정 속에서 추스려 나가야 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