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봉투 값 인하, 동네도서관 건립"
        2010년 06월 06일 05: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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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이랜드 퍼포먼스, 이문열 책 반납 운동으로 알려진 화덕헌씨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소속으로 해운대구 구의원에 당선되었다. 기존의 권력에 ‘몸짓’으로 저항해 오던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천편일률적인 ‘정장’ 차림의 선거운동을 거부하고 평상복과 운동화 차림으로 해운대구 곳곳을 누려 당원들에게 우려를 샀지만, 주민들에겐 표를 샀다. 

    진보신당, 해운대구에선 제1야당

    그가 앞으로 활동하게 될 해운대구 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구의원이 과반이 넘었지만 진보신당 후보가 3명이나 당선되면서 진보신당이 원내 제1야당의 지위를 얻어낸 곳이다. 그는 이러한 구의회 구도에서 “대립”보다는 “협력”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구의원은 일꾼인 만큼, 일할 때 입는 옷을 입고 구의회에 출근하겠다”고 말했다. 까발리아호, 까발리노 등 재기 넘치는 아이디어로 진보신당의 퍼포먼스를 이끌어 온 그다운 발상이다. 앞으로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될지도 모를 그를 전화를 통해 만나봤다. 

                                                      * * *

    –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의원님, 일단 소감 한 말씀 하시자면?

       
      ▲화덕헌 당선자(사진=화덕헌 당선자 홈페이지) 

    = 기분 좋습니다.

    – 그게 다인가요? 그래도 인터뷰인데, 조금 길게 부탁드립니다.

    = 무엇보다 진보신당의 이름으로 지역주민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주민들이 우리 진보신당이라는 신제품을 선택한 것 아니겠어요? 그것이 고맙습니다.

    사실 한 번도 서비스를 받아본 적 없는 신제품인데 후회하지 않으실 것 같아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처럼 검증이 안 된 것 같지만 한 번 써보면 그 성능에 놀라지 않을까요?

    – 부산 해운대구에서 진보신당이 3명, 민주노동당이 1명이 당선되었습니다. 해운대구의회는 어떻게 구성되나요?

    = 해운대구의회는 지역구 15명에 비례대표 2명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한나라당이 10석이고 민주당이 3석, 진보신당이 3석, 민주노동당이 1석이지요, 민주당 3석 중에는 비례대표가 한 명 끼어 있어서, 사실은 진보신당이 해운대구 제1야당입니다.

    생활정치 중심, 설득 협조 위해 노력

    – 진보의석이 비교적 많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는군요, 단체장도 한나라당인데 그럼 한나라당과 싸울 일이 많겠습니다. 몸은 만들고 계신가요?

    = 사실 싸운다는 것은 말이 안 돼요. 국회와는 달리 구의회는 생활정치 의제가 주를 이루지요. 같은 지역의 일인데 싸운다기보다 설득하고 협조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한나라당 구의원들은 국회의원들과는 달라요. 얼마든지 협조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쟁점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주민들 편의와 관련된 것이 많거든요.

    관료들도 마찬가지예요. 그 분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배울 점도 분명히 있을 거예요 단순히 관료라고 해서 우리가 싸우고 당선자 행세하고, 그래서는 안돼요. 우리는 4년짜리 나그네고 그들은 이곳이 평생 직장이지요. 그들과 협력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주민의 이익에 부합할 것 같아요.

    물론 같이 어울려서 똑같이 부패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구민들의 세금으로 관료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 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에요. 구청장도 마찬가지죠. 진심이 통하면 협력해 구정을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단순히 한나라당 구청장이라고 (무조건 대립해서)역량을 소모할 필요는 없어요.

    – 선거기간 내내 양복이나 선본 유니폼을 입지 않아 꽤 많은 사람들의 속을 태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의회로 출근해도 혹시 양복은 입지 않으실 건가요?

    = 그래도 마지막에는 하얀 와이셔츠에 빨간 넥타이 맸어요.(웃음) 그리고 구의회에 출근하면 저는 양복을 입지 않을 겁니다. 저는 생활정치를 하는 사람이고, 구의원들은 일꾼이죠. 일꾼이면 당연히 일할 때 입는 옷을 입고 다녀야 해요. 양복 입고 무슨 일을 하겠어요? 공무원들과 민원인들을 찾아다니려면 평상복이 좋아요.

    – 높은 득표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혹시 1등을 하셨나요?

    = 1등이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뒤바뀌었어요. 제 지역구가 아파트가 많아서 선거에 어려움이 있었죠. 제가 38%를 받았는데 한나라당 후보에게 284표 차로 졌어요.(화덕헌 후보는 7,200표 득표)

    주민들, 이 시대 다양성 받아들일 준비돼 있어

    – 그래도 놀라운 득표력이군요, 첫 선거인 걸로 알고 있는데 놀랄만한 선거전략 비책이 있었던 건가요?

    = 처음에는 우리 당의 세력이 너무 미미하다보니 솔직히 당선보다 새로운 정치, 진보정치, 새로운 진보를 상품으로 내걸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궁금했어요. 물론 당선을 기대 안 한 것은 아니지만요.

    그래서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 노란염색을 고수했고, 패션도 제 스타일로 갔죠. 선거운동 방식도 기존 선거운동과 다르게 해봤어요. 내심 우리 해운대 주민들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의 독특함 정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 믿었거든요.

    제가 사는 곳은 대단위 아파트가 중심이 되어 있어요. 부산의 강남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출마할 때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구두 신고 양복 입고 캠페인하고 춤추고, 그것보다는 평상복을 입고 최대한 주민들만 많이 만났어요.

    주민분들이 그걸 높이 평가하신 것 같아요, 제 기대보다. 주민들은 우리 시대의 다양성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진보정치의 실험 지켜봐 줄 용의가 있는 것 같았어요. 그게 반가웠어요. 실망하지 않게 하려구요. 실망하면 다음에 우리 것이 안 팔릴 것 아니겠어요?  

       
      ▲선거 사무실 앞의 화덕헌 당선자(사진=화덕헌 홈페이지) 

    나는 명함을 이렇게 돌렸다

    – 그것 말고 다른 비책이 있으시면 하나만 더 보여주세요. 다른 진보정치 후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것으로요.

    = 사실 경우가 굉장히 많은 것 아니겠어요? 저는 제가 가진 특성이나 캐릭터, 장점을 살려서 제 나름대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이 저와 같을 수는 없지요. 명함 돌리는 것 하나를 예를 들어보면, 제가 명함 돌리는 방식과 제 선거운동원들이 명함을 돌리는 방식이 전혀 달랐어요.

    저는 제 방식으로 전달하니까 구민들이 가장 잘 받는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냐구요? 먼저 사적으로 속삭이듯 “명함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 봤어요.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명함을 전달하는 것, 그것은 받는 사람에게 스팸과 같다고 생각했어요. 도배하듯 뿌리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다가가서 조용히 “명함 드려도 되냐”고 물어보고,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어요. 물론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읽어봐 주시더라구요.

    한 번은 자원봉사자 3~4분이 오셔서 도와주겠다 해서 사거리 횡단보도에 갔는데 건너편에 오시는 분들이 우리 ‘대오’를 보고 미리 옆길로 빠져나가더라구요. 건너편에서 우리 존재를 보고, 명함과 인사를 안 받기 위해 옆으로 돌아갔던 거죠. 반면 저 혼자 있으면 아주 만만하죠. 구민들이 얼마든지 오세요. 그러다보니 명함을 드리기가 훨씬 수월했어요

    그런데 사실 마지막에는 도와주시는 분들이 명함을 막 뿌렸는데, 그것도 의외로 잘 받으시더라구요. 아마 사람마다 각기 다르기 때문이겠죠? 아주 섬세한 분들이 20%, 나머지는 섬세하게 대하지 않아도 받는 분들인 것 같아요.

    그 분들이 제 방식을 접하면 고마워하시더라구요. 평소에 그냥 명함을 받으시던 분들은 제가 그렇게 주니 놀라시더라구요. 물론 막상 후보가 되면 명함을 하나라도 더 돌려야 한다는 욕심이 생겨 한 장이라도 더 뿌리고 싶을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제 방식이 욕먹을 수는 있지만, 그게 제 나름대로의 방식이에요.

    "쓰레기봉투 값 내리고, 동네 도서관 지을 것"

    – 예전 대운하 반대 까발리아호, 뗏목 까발리노에 이어 이번에는 신형세단인 까발리아 V7을 만들었다고 하시더군요. 그건 이번 선거에서 잘 활용되었나요?

    = 그것은 8명이 탈 수 있고 6명이 젓는 자전거에요. 주말유세에는 사용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사실 이것을 운행하려면 남성 선거운동원 분들이 여럿 필요하거든요, 그런데 당원들이 대부분 직장인이고 생활인이다 보니 평일에는 활용하지 못했어요. 주말에 쓰거나 언론취재용으로 썼죠.(웃음) 그래도 그걸 본 시민들의 반응이 참 좋았어요.

    – 앞으로 구의원 임기를 시작하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하고 싶으신가요?

    = 하나는 주민들을 상대로 공약했던 내용인데, 해운대가 쓰레기 봉투값이 비싸거든요. 강남이 200원인데 해운대가 440원이에요. 이 원인을 찾고 규명해서 쓰레기 봉투 값을 낮출 수 있는 방법 찾으려 해요. 그것은 나를 뽑은 주민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것이지요.

    그리고 공약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고 싶어요. 제 지역구가 3개의 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곳은 아파트 밀집 지역이고, 한 곳은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다른 한 곳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요. 이곳부터 어린이 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시작하려 해요.

    국립도서관은 멀고, 도서관은 동네마다 있어야 해요. 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죠, 그 재원은 우선 안 쓰는 휴대폰들이 있잖아요? 휴대폰 수거사업으로 재정으로 마련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휴대폰 하나에 금이 1500원어치 들어있거든요. 좋은 것은 인도나 동남아로 수출되기도 하구요. 좌동 인구가 10만인데, 한 집 당 1~3개씩은 있잖아요. 이것을 10만개 모으면 1억5천 정도 모을 수 있어요, 그것으로 기금을 마련해 도서관 짓는 것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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