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정고시, 평교사 출신 교육의원 후보
        2010년 05월 31일 08: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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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홍이 후보.(사진=이안 기자)

    다가오는 지방선거, 바짝 앞으로 다가 온 선거에 뽑아야 할 이러저러한 자리가 무려 선거구마다 여덟이다. 그 여덟 칸에서 가장 마지막 칸이 교육의원이다.

    기존의 시·도 교육위원회와 시·도 광역의회 교육관련 상임위원회가 통합된 통합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할 교육의원 절반은 주민 직선으로, 나머지 절반은 지방의회 의원으로 채워진다.

    처음이자 마지막 선거

    그런데 2014년부터는 교육의원에 대한 직선제가 폐지된다고 하니 딱 이번 선거가 교육의원을 직접 뽑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입시’ 문제라면 눈에 불을 켜고 목소리를 높이는 나라에서 정작 ‘교육’ 문제는 묻어버리는 분위기에서 교육감 선거조차 정치 논리와 부동산 논리가 휩쓰는 판에 교육의원 후보에 대해서는 별 정보도 관심도 기울이지 않다보니 교육의원 선거를 심지어 ‘로또 선거’라고 하기도 한다.

    지난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무상급식을 시도하려다 무산된 것은 교육위원회가 무상급식 예산 171억 가운데 83억 원을 삭감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뒤집어서 보면, 전 서울시 교육감 공정택이 국제중 설립 시기를 늦추도록 제동을 건 것도 교육위원회가 문제를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육 문제에서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인 교육위원회 의원이 누가 되느냐의 문제는 교육감이 누가 되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2010년 민주·진보 교육감·교육의원 범시민추대위원회’는 지난달 전국 민주·진보 교육의원 명단을 작성, 공개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교육의원도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냈는데, 진보진영의 후보 가운데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참여했던 제6선거구(관악·구로·금천)의 최홍이 후보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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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정고시, 평교사 출신 후보

    – 최홍이 후보는 줄곧 평교사로 교단에 서셨고, 게다가 검정고시 출신이신데 평범한 이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원래 충청남도 홍성 출신인 아버지께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한 일로 일제에 쫓겨 함경남도 흥남에서 태어났습니다. 해방 후 귀향한 아버지가 6.25 때 보도연맹으로 희생당하시면서 독립운동한 내력이 오히려 사상적으로 문제시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어처구니없는 역사를 고스란히 겪느라 고등학교 졸업하기까지 6년이나 걸렸어요.

    공주교대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첫해에 중등교사 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중등교사가 되었으니 쉽게 교사 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지요. 처음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을 때, 4년제 사범대를 졸업한 사람이 아니고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일반 학급이 아니라 산업체 특별 야간학교 담임을 맡으라고 하더군요.

    초등학교 1년, 중학교 4년, 고등학교 28년, 합해서 33년간 교사 생활을 하면서 고3 담임은 한 번도 못해봤어요. 학벌과 이권이 얽혀있는 교육계에서 검정고시 출신이라는 게 그렇게 차별로 작용하더라구요.

    – 모든 공립학교 교사를 임용고시를 통해 뽑는 요즘과 달리 최 후보께서 교사가 되었던 시절에는 거의 대부분의 교사가 국립 사범대학 출신이었지요. 그러다보면 대부분의 교사끼리는 사실 같은 대학 동문이었을 텐데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요?

    = 한번은 제가 고3 담당으로 내정된 적도 있었어요. 분명 서류에도 적혀 있는 걸 확인도 했고. 그런데 정작 교무회의에서는 내 이름이 펜으로 지워져 있더군요. 교무실에는 전날 마신 술이 안 깬 교사들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나를 고3 못 맡게 하려고 자기네끼리 단합대회를 한 거지요.

    그 당시 고3을 가르치면 보충학습이니 뭐니 해서 수당이 더 나왔거든요. 결국 그게 돈 문제랑 얽힌 인사비리인데, 그 사람들이 다 동문이니 술자리에서 담합을 했던 거예요. 그렇다고 무슨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니까 “당신들 죽으면 그때 관에다 양주 2병씩 넣어줄 테니 지금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두고 술자리에서 장난치지 말아라.”라고 항의했지만, 바로 잡을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그 이후로 교육계의 비리를 밝히고 바로 잡으려면 반드시 증거를 갖고 싸우게 됐어요.

    비리 때문에 교육위원됐다

    – 그런 차별을 겪으셨다지만 제 4대, 5대 교육위원을 지내셨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했던 거지요?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탄압을 일관되게 반대하셨고, 교육청 비리를 폭로하고, 일제고사 거부로 교사 7인을 징계하는 것에 대해 끝까지 반대하고 방어하시면서 ‘교육 포청천’이라는 별명도 얻으셨던데요.

    =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교육위원에 출마했는데 낙선했다가 나중에 당선됐던 사람들이 죄다 부정선거나 비리를 저지른 게 밝혀져서 궐석이 되다보니 그 직책을 승계하게 된 거예요. (웃음)

    그러면서 창호공사 비리, 방과후 학교 비리, 부정합격 장학사 비리 등을 파헤쳤지요. 오랜 평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교 현장과 실무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이기도 했고, 반드시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걸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잘못한 쪽에서 피해나갈 수 없게 만들 수 있었던 거지요.

    –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명망가는 아니시지만 대입 수능 시험 지문에 실명이 나온 적이 있으시지요? 신경숙 작가의 소설 <외딴 방>을 통해서. 그 글에서 보면 신경숙 씨를 소설가의 길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이신데,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이겠네요.

    = 신경숙 작가는 내가 영등포여고에 재직할 당시 공장에 다니는 여공들을 위한 정책으로 부설된 산업체특별 야간학급을 맡을 때 만난 학생이었어요. 이 친구가 어려운 형편에 꿈을 가지고 학교에 왔는데, 막상 다녀보니 꿈을 키우게 만드는 게 아니라 주산 놓고 부기 기입하는 그런 수업을 하는 게 오히려 절망스러우니까 학교를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학생이 이유 없이 3일 이상 빠지면 징계를 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신경숙을 찾아가 학교에 나오라고 설득하면서 ‘나도 자네를 징계하지 않는 이유가 필요하니 반성문을 써오라’고 했지요. 그렇게 써온 반성문에서 재능을 본 거고, 그래서 소설가가 되라고 격려를 해준 거고, 그런 사연이 그 친구 소설에 실린 거지요.

    기억에 남는 제자들

    나중에 내가 『평교사는 아름답다』라는 책을 냈을 때 신경숙 작가가 추천사를 써주는 바람에 오히려 내가 덕을 봤지요.

    그렇지만 신경숙 작가는 나 아니더라도 훌륭하게 되었을 친구예요.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는 그렇게 저명인사가 된 사람들보다 평범하지만 당당하게 사는 그런 제자예요. 제자 중에 순대곱창집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친구가 “선생님, 제 순대가 제일 맛있습니다.”라고 하는데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했어요.

    사실 더 기억에 남는 제자는 교사 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준 제자들이예요. 그런 제자들이 나중에라도 "선생님, 그때 정말 서운했습니다."라고 말할 때가 있는데 정말 미안하고, 부끄러워요. 그래도 그렇게 만나서 서운했다고 말하고 나도 사과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정말 나 때문에 미치도록 힘들었던 제자라면 나를 만나러 찾아오지도 않을 테니 사과도 할 수 없다는 게 돌이켜 볼수록 마음 아파요.

    – 평교사로서 학생들과 직접 만나는 걸 천직으로 아시면서 굳이 교육의원에 출마하신 까닭이 무언지요?

    = 저는 검정고시 출신이다 보니 파벌 중심 교육계에서 편향되지 않은 사람이고, 학벌이 없으니 성실함으로 인정받으려 노력한 사람이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고된 삶 덕분에 숙명적으로 진보적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에요.

    오랜 교사 생활을 하면서 교육계의 파벌주의, 무사안일주의, 현실 문제를 외면하는 수구적 행태가 얼마나 큰 문제인지를 겪었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으려는 거지요. 그러려면 사회양극화에 따른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교육비리를 척결하고, 사교육비를 줄이고, 자기주도적 창의력을 키우는 통합교육이 이루어져야 해요.

    현 정권은 자꾸 교육을 이야기하면서 ‘국가경쟁력’을 들먹이는데, 진정한 국가경쟁력은 아이들을 경쟁시켜서 높아지는 게 아니라 나라 자체가 문명화되어야 높아지는 건데. 지금 사회를 보세요. 아이들만 몰아치고, 어른들 사회는 엉망이잖아요.

    –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의원 선거는 유권자들 관심도 별로 없고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드실 텐데요.

    = 그래도 어떻게 알고 연락을 해오는 제자들이 있어요. 그게 참 반갑고, 힘이 돼요. 우리나라가 고졸출신 대통령도 둘이나 낸 나라 아닙니까? 그러니 검정고시 출신 교육의원, 평교사 출신 교육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어린 세대들이 처절한 생존투쟁에서도 힘을 갖고 꿈을 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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