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초된 ‘새 진보정당 건설’ 신호탄되라"
        2010년 05월 30일 02: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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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과 진보정치운동의 운명을 결정할 3일

    이제 남은 시간은 단 3일. 잘했건 못했건, 아쉽건 후련하건 간에 그동안의 정치활동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시험대가 3일 남았다. 하지만 그 3일 동안 전국의 진보신당 당원들이 쏟아부을 모든 노력의 투여보다 더 중요하고(?), 더 결정적인 정치적 선택이 지금,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당원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유시민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 때문이다. 진보신당 경기도당의 ‘유세일정 취소’ 보도자료 발송 이후, 각 언론사들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어느 언론사는 이미 기사를 써놓고 대기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어느 것 하나 증명되지 않았고, 증명될 수도 없는 소문들이다. 어쨌든 남은 시간은 3일 뿐이다.

    바로 이 짧고도 기나긴 3일이라는 시간이 한국 진보정당운동사의 마지막 종결장(章)을 장식할 것인지, 아니면 운동사의 고조되는 연결장(章)이 될 것인지 판가름할 것이다.

    최근의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력이(사실상 사퇴압력)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97년 대선에도 그러했고, 2002년 대선에도 그러했으며, 2007년 대선 당시에도 그러했다.

    권영길은 그 유명한 한강-샛강론으로 보수정당 후보로의 단일화 압력에 대해 처음부터 마지노선을 쳐놓고 끝까지 저항했다. 그리고 이러한 권영길의 승부수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바로 조직 노동을 총괄하고 있던 민주노총의 뚝심과 의지였다.

    민주노총의 변신은 무죄인가?

    하지만 현재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와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노총이다.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유시민 후보와 정책협약을 맺었고 총연맹은 이를 보도자료로 뿌렸다. 민주노총의 정책협약을 유시민 선대본에서는 사실상 지지로 포장하고 나섰다.

    곧이어 민주노총 경기본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유시민-심상정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시민은 ‘부족한 그대로 동지가 되십시다.’라며 민주노총 경기본부의 단일화 촉구 성명서 채택을 환영했다. 민주노총 경기본부와 유시민 선대본은 번갈아가며 심상정의 두 뺨을 갈기고 있는 모양새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를 지지했고,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31일 김정길 지지선언을 할 예정이다. 총연맹은 한명숙과 노회찬 모두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총연맹은 심상정을 민주노총 후보로 결정했지만 경기본부의 결정을 통해 사실상 철회했다.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에도 강하게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사실상 ‘반MB연합 지지’로 굳어졌다. 이러한 방침은 대부분의 지역본부를 통해 관철되고 있으며, 지방선거 이후 2012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민주노총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다.

    이로써 민주노총은 노동자계급조직으로서의 자기 임무를 포기한 채 보수정당의 하위 동원 정치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용어는 쓰기가 민망할 정도로 형해화되었고 민중운동을 총괄하고 이끌어왔던 민주노총은 이제 민주당+민노당+이른바 시민사회에게 ‘뇌’를 넘겨주었다. 87년 7~9월 대투쟁 이후로 이렇게 노동운동과 보수야당이 가까운 적은 없었을 것이다.

    (메이데이에 참석한 김두관, 김정길, 한명숙, 유시민의 모습은 한편의 코미디였다. 열사를 죽인 정부의 책임있는 사람들을 메이데이 대오 맨 앞에 앉혀놓고 조용히 얌전하게 손님 대접하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누가 전투적이라고 말하는가? 과연 열사투쟁은 일단락되면 끝나는 것인가?)

    진보신당의 좌충우돌은 무죄인가?

    그렇다면 진보신당의 지방선거 대응은 어떠했는가? 본격적인 평가는 3일 이후에 시작되겠지만, 지금이라고 해서 평가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아니, 지방선거 대응 과정에서의 무능과 실패를 선거가 끝나기 전인 지금이라도 살펴봐야 심상정 후보에 대한 단일화 압력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닥치고 선거사수, 후평가론 같은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 실천은 과거의 실천을 반추해 보는 반성 역시 포함한다.)

    3월 4일 발표된 5+4 회의에서의 이른바 ‘중간합의’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후 협상과정에서 이른바 ‘출구전략’을 통해 빠져나오기는 했지만, 이 중간합의 과정은 이후 진보신당의 모습을 예견하게 한다. 즉 2012년까지의 정치일정 속에서 하나의 정치적 방침을 확정짓고 질서있게 외부에 대응하기 보다는 좌충우돌, 각개약진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은 각 지역마다 내부 정파 역학관계, 친노후보의 유무, 정당간 힘의 역관계, 정당의 존재 유무, 후보의 의지 등의 변수들에 따라 서로 조합하면서 보여줄 수 있는 연합의 모든 경우의 수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종합해 보면 몇 가지 일관되게 관철되는 모습이 있었다. 개혁을 가장한 신자유주의 분파+민족주의 운동세력의 운동사회 내 헤게모니 관철과 민중운동의 소멸이다. 이를 포장한 수사는 단연 반MB이다. 이에 진보신당은 일관되게 대응하지 못했다.

    민노당까지 선거연합을 할 것인지, 아니면 국참당과 민주당까지 할 것인지, 왜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 것도 논의되지 않았고 정해지지 않았다. (3월12일 진보정치포럼+전진 토론회에서의 권태훈, 양솔규 토론문 참조)

    민주노총 지지후보 서약서 문제 또한 지방선거 과정에서 무능력을 보여준 대표적인 문제였다. 많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논쟁조차 되지 않았다. 최근에 들어서 단일화 등이 문제가 되자 내부에서 독자 완주와 좌파 명분을 얘기하지만 이미 진보신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용주의가 만연해 있는 상태였다. 몇몇 후보들이 각 지역에서 반발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중앙당은 “당 방침과 어긋나게 보일 수 있는 문구”가 있지만 이는 “3월 10일, 강기갑 대표와 합의한 내용으로 해석함을 중앙당 대표단이 책임지고 확인”한다면서 “개별적 판단이 아닌 중앙당 대표단의 해석에 따라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다.

    마치 서약서가 민주당에게 끌려가고 있는 민노당과는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민주노총을 진보신당 쪽으로 견인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는 주관적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오히려 민주노총은 서약서를 근거로 진보정당 통합 또는 단일화를 강요하거나 진보신당의 후보를 통제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했을 뿐이다.

    진보신당 부산시당의 야5당 단일화 결정 과정은 하이라이트였다. 후보의 완주의지 문제와 선거준비 소홀, 반MB연합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근거로 반MB연합에 손들고 투항했다. 애초 장밋빛 주관적 희망(김석준으로의 단일화)에 눈이 멀었다가 김정길이 출마하고 저조한 여론조사를 접하자 급속하게 패배주의에 휩싸인 것, 즉 선거투쟁의 중심을 무엇에 둘 것인가를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은 것이 투항의 원인이다.

    단일화가 되는 과정에서도 어느 것 하나 지켜내고자 하는 마지노선, 그런 것은 없었다. 시당 선대위에서 제출한 이른바 출구 전략은 써본 적도 없었으며, 반MB대안연대를 위한 선조건들은 간단하게 민주당, 민노당에게 거부당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유야무야 받아들여졌다.

    이른바 민노당의 버팀목이었던 ‘권영길 정신’은 진보신당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5월 31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부산본부의 김정길 부산시장후보 지지선언이라는, 계급적으로 몰지각한 행위에 대해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다.

    야5당과 부산시민네트워크가 공동주최하는 ‘야권단일후보 승리를 위한 시민한마당’에 진보신당은 일주체로 참석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을 뿐이다. 국가 수준이라면 청문회나 특검도입을 요구할 만한 사건임에도 안건통과 의지의 표명과 김석준 후보의 벼랑끝 전술로 결국 만장일치 통과되었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좌충우돌은 ‘단일화’라는 협소한 정치적 선택의 문제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애초 진보신당은 새로운 진보의 재구성이라는 창당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진보의 재구성의 대상이 누구인가를 둘러싸고 지도부는 애써 좌파블록에 대해서는 눈을 돌린 채 민노당만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결국 민노당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사실상 민주당과의 연합으로 귀결되고 나자 갑자기 쳐다보지도 않던 사회당과의 선거연합, 지지선언이 발표된다. 찬성 여부와는 별도로 이런 당의 실용적 자세 전환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민노당의 진보대연합(민주대연합의 전 단계) 표현이 진보신당 내에서도 회자(새로운 진보의 재구성 의미)되고 있고, 어느새 이러한 용어는 노회찬, 심상정 두 지도자에 의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으로 의미가 변천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 통합의 대상이 민노당이라는 사실에 당원들은 불안해했다.

    마치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며 차별성을 지닌 듯이 얘기한 ‘반MB 대안연대’는 지방선거 과정에서 실종되었고, 단순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가 주류를 이루었다. 16개 광역시도 단체장 출마는 당원 대신 여론조사기관이, 반MB 대안연대 대신 후보단일화가 대체하면서 유명무실화 되었다. 현재 대구, 울산, 전북, 거제 등의 몇몇 소수 지역만이 지역별 선거연합을 시도하다가 중단한 채 독자출마 원칙을 지켜 나가고 있다.

    심상정 완주를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건설’의 대장정을 시작하자

    한마디로 지금의 상황은 몰계급적 노총과 몰진보적 진보정당(민노당)이 뿜어내는 격랑 속에서 진보신당, 나아가 진보정당운동,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이 침몰하기 직전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장석준의 지적(“2012년 예고하는 낯선 풍경들” <레디앙> 5월 24일)처럼 민노당+민주당+민주노총의 반MB연합은 공동정부론을 내세우며 2012년에 더욱 강력하게 등장할 것이다. 즉 단기적, 실용적 이유로 민노당이 반MB연합에 충성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회적, 실용적 접근이 아니라 ‘거대한’ 그리고 ‘단호한’ 구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 선거도, 각 산별연맹 선거도, 지방선거도, 각 당 내부 후보 선출도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신자유주의자들과 민족주의 운동세력의 헤게모니 아래 연합에 기반한 운동은 ‘민중운동의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진보신당은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가지고 있었다. 다만 실천하지 못했을 뿐이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과 진보의 재구성이 바로 그것이다. 노동운동의 일부 세력 역시 새로운 재편을 준비해 왔다.

    따라서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의 완주의 의미는 ‘그나마 유종의 미’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다행스럽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좌초된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모두 심상정의 입을 지켜보고 있는 바로 이때, 진보의 새로운 구성의 대장정을 시작한다는, 원대한 포부를 단호히 밝혀야 한다.

    용자(勇者)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당원들의 총기를 모아야 한다. 심상정의 완주는 전국의 후보들에게 힘을 주었다는 정도의 정감있는 소감에 그치지 않는다. 바로 당에서 배출한 정치지도자에 대한 당원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2012년까지의 정치일정을 소화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런 것조차 없다면 우리가 당 운동을 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2010년처럼 패기도 없고, 열정도 없고, 신선함도 없는 당 운동을 해 나갈 자신이 없다. 심상정 완주를 통해 소진된 자신감을 얻자. 진보신당의 생존을 위한 귀퉁이 땅조차도 빼앗아가려는 다수에게 시선을 빼앗기기보다 조용히 진보신당을 바라보고 있는 소외되고 짓밟힌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진보신당의 진정한 존재가치가 아닌가? 노동운동가 심상정이 걸어온 길이 아니었나?

    문득 2007년 말 민노당 심상정 비대위의 실패와 진보신당 창당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민노당의 민주당과의 연합 속에서 진보정당 교체와 새로운 구축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인지도 모른다.

    낡은 문을 닫는 역할과 새로운 문을 여는 역할을 동시에 담당했던 심상정 후보가 이번에도 위기에 빠진 진보정당운동을 구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리고 믿는다. 결코 순탄치 않았던 운동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걸어온 심상정의 뚝심과 용기를 믿는다. 그렇지 않은 심상정은 심상정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심상정은 그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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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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