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돌 교수의 시골투쟁기
        2010년 05월 29일 11:30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초고층 아파트’붐이 일어나면서 전국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원주민과 개발사의 갈등, 입주자와 개발사의 갈등, 환경파괴로 인한 갈등, 개발사의 폭리와 지자체장의 뇌물수수까지, 수 많은 갈등이 ‘초고층 아파트’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 책 표지

    『나부터 마을혁명』(강수돌, 산지니, 15,000원)은 충남 연기군 조치원 신안마을 이장인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지난 2005년 5월부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던 기록이다.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하고 충청권에 불어닥친 건설자본과 투기자본들은 난개발을 일삼고 있었다. 조용하게 농사짓고 살던 신안마을도 그 바람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강 교수가 조용한 단층 귀틀집을 짓고 살고 있던 시골 마을에 15층이나 되는 고층아파트가 1,120세대나 들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마을사람들이 조상 대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온 논과 밭, 과수원과 구릉을 허물고 앞산 뒷산도 다 가리는 시멘트 흉물 덩어리를 세우는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에 강수돌 교수는 분노한다. 개발이나 성장이 진정한 삶의 가치일 수는 없다는 신념에서 강수돌 교수는 마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직접 나서기로 결심한다.

    강 교수는 처음, 주민들한테 설문지를 돌려 의견을 모은 후 군수에게 진정서를 내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도시계획상으로도 저층 위주의 생태적 대학문화타운에 고층아파트 건설승인이 난 것에 주민들 이름을 도용한 가짜 서류가 이용되었음을 밝히는 성과를 얻어낸다.

    그 외에도 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들어섬에도 불구하고 1년에 차량이 1대씩 증가할 거라는 어처구니없는 교통영향평가가 버젓이 아파트 승인의 근거서류가 되었음도 찾아냈고, 이후 연기군청, 충남도청, 청와대와 국회, 건설사 앞에서의 일인시위를 진행했다. 싸움의 과정에서 압도적인 주민들 지지로 이장직을 맡게 된 강수돌 교수는 이 모든 일을 주민들과 함께했다.

    그러나 아파트 반대 소송은 결국 패소하고 2007년 1월부터 본격 공사에 돌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온갖 탈법과 주민 이간질 등으로 시작된 고층아파트의 결과는 참담했다. 2% 분양률에도 못 미치고 자금이 돌지 않아 흉물 시멘트 덩어리만 남겨놓은 채 공사를 중단하고 철수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자본이야 손해를 좀 보고 떠나면 그뿐이지만 남겨진 시멘트 덩어리 때문에 주민의 환경권은 무참히 훼손되었다. 그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비참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강수돌 교수는 눈앞의 흉물이나 진절머리 나는 일들에 대해서 유머와 위트, 농담과 익살로 넘기는 재치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아파트 공사를 막지는 못했지만 이 싸움을 통해 진정한 마을 주민이 되었음을 커다란 수확으로 여긴다. 마을과 자연을 지키는 일에 마을 주민들과 함께 했던 ‘과정’은 이후 생동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 책은 마지막에 「잘못된 개발 사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풀뿌리 운동 매뉴얼」을 싣고 있다. 강수돌 교수는 “그동안 싸움의 과정에서 건설사나 시행사들이 철두철미한 매뉴얼을 갖고 움직인다는 걸 느꼈다”며 “이에 풀뿌리 운동의 관점에서 일정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매뉴얼은 비슷한 싸움을 계획하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지침이 될 것이다.

                                                       * * *

    저자 – 강수돌(姜守乭)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 및 석사를 마치고 독일 브레멘대에서 노사관계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및 미국 위스콘신대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고려대 세종캠퍼스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자연이 최고의 교과서’라는 믿음으로 세 명의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웠고, 아침마다 부춛돌 잿간에 똥을 누고 ‘똥아, 잘 나와 고마워’라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돈의 경영 대신 삶의 경영을 탐구하고, 죽은 이론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실천을 추구한다. 2005년 5월부터 조치원 신안1리 마을 이장을 하며 주민들과 함께 고층아파트 건설 반대 운동을 해왔다. 저서로 『나부터 교육혁명』, 『지구를 구하는 경제책』,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공저), 『살림의 경제학』, 『경쟁은 어떻게 내면화되는가』, 『일중독 벗어나기』 등이 있으며, 역서로 『세계화의 덫』이 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