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리면 사퇴하시라니깐요”
    2010년 05월 28일 04:4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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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B조 조별예선 경기 6일 전, B조 최강팀으로 꼽히는 마라도나 감독이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 경기하지 않겠다”는 충격 선언을 한다. 그 이유에 대해 마 감독은 “어차피 B조 최강팀은 우리다. 그런 우리의 전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어떤 팀에서든 우리 선수들을 향해 태클을 가하지 않겠는가? 이는 공정하지 못한 게임이다”라고 설명한다.

마라도나 "약체 한국과 경기 안해" 억지부리는 꼴

그리고 5일 전, 더욱 의기양양해진 마 감독은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리스와의 경기에 배정된 아시아 심판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나섰다. 그는 “사실 아시아와 유럽은 연결되어 있는 땅 아닌가? 아시아 심판이라지만, 사실 유럽 국가의 편을 들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는 물론 픽션이다. 마라도나 감독이 이런 요구를 할 리도 없고 실제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 걸릴 확률로 이런 요구를 한다 하더라도 FIFA에서 받아들일 리 없다. 그것이 ‘룰’이고, 참가국은 이를 바꿀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와 다소 다르긴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 두 가지 경우와 비슷한 요구를 하고 나섰다. 27일 노회찬 후보의 토론참가를 동의서를 써주지 않는 방식으로 거부한 오 후보가 28일, 이날 예정된 토론회의 사회자로 지정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를 교체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여 조 교수를 사회자에서 제외시켰다.

   
  ▲ 지난 18일 MBC에서 방송된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 (자료=MBC 캡쳐화면)

각 매체에 따르면 오세훈 후보 측은 조 교수의 사회자 선임을 반대한 것에 대해 “조 교수가 민주당의 차기 리더로 거론되는 등 공정한 토론 진행에 의문이 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납득할 수 없는 설명일 뿐 아니라 이는 토론 상대자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언이다.

실제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심판 교체를 요구해 심판을 바꾼 것과 다름없는 오만한 행동”이라며 “오만한 여당의 요구에 굴복한 선거방송토론위원회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야당이 사회자의 편파성 여부를 시비했다면 (선관위가) 과연 사회자를 바꿔 줬겠나”며 “이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 매일 벌어지는데 보도도 안 된다”고 탄식했다.

다른 당 차기 리더를 만들다

그리고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 역시 “오세훈 후보는 시장후보 정책검증을 위한 방송토론을 개인의 홍보방송쯤으로 착각하지 말라”며 “상식을 넘어서 한심하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선에 도전하는 후보가 자신의 유불리만 따지고 시민들의 정책 검증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은 방송을 사적 이익에만 쓰겠다는 치졸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가입 사실은 물론 입당원서도 제출한 바 없는 조국 교수를 ‘민주당 차기 리더’로 만든 상상력도 놀랍지만, 이미 후보 간 토론 방식을 합의해 놓고 토론자가 한 쪽 편을 일방적으로 옹호할 것이라는 자체진단은 왠지 피해의식에 가까워보인다.

오 후보 측의 이 같은 행동은 결국 ‘자기 중심’의 토론회를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것이 맞다. 그리고 이 같은 무리한 요구를 곧바로 받아들여 토론회의 사회자를 교체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콘서트 기획사에 다름 아니다.

기자는 앞서 오 후보의 ‘노회찬 후보 토론참석 거부’에 대해, 영화 ‘타짜’의 한 구절을 빌려 “쫄리면 사퇴하시든지”라고 했다. 그래도 이는 그나마 방송사가 자체적으로 선을 그은 ‘자격 요건’에 노회찬 후보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토론회 사회자까지 교체를 요구하고, 실제로 이를 관철시킨 것은 지나친 행태다.

“똑똑해서(노회찬) 싫고, 잘 생겨서(조국) 싫고”라고 한 네티즌은 조롱했다. 큰 차이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오 후보는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공정해야 할 토론까지 주무르려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쫄리면 사퇴하시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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