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리사 심슨을 넘어서라"
        2010년 05월 21일 12: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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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21일 새벽에 MBC에서 방영된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 토론을 시청했다. 서울시장 선거 후보 토론에 비하면 훨씬 수준높은 토론이었다. 토론의 형식 문제도 있었다. 이틀 전에 이루어진 서울시장 선거 후보 토론의 틀을 이어갔으되, 훨씬 진일보한 형식이었다.

    세 번의 문답기회를 주는 대표공약 토론이나, 수도권 규제완화라는 주제 하나를 잡아 사회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 15분간 자유토론을 하는 방식은 토론회 자체에 생동감을 주었다.

    느끼하지 않고 짠했던 시작

    그러나 후보들의 토론 수준 자체도 훨씬 높았다는 생각이다. ‘아이컨택트’를 하면서 느끼하게 들이대는 남성인 것 같은 오세훈이나, 상대방의 주장을 데이터나 자료로 공박하지 못하고 “거짓말하지 마십시오.”라고 얘기하는 한명숙에 비해, 김문수와 유시민이 훨씬 훌륭한 토론자였다는 것은 사실이다.

       
      ▲토론회 모습(사진=MBC 화면)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되기 전에 세 사람의 과거 인연을 강조하는 자료 영상이 나왔다. 짠했다. 서울대 학출 운동권, 서노련의 중심 멤버였거나 인연이 있는 세 사람의 싸움은 주류 언론이 보기에도 흥미로운 것이었다.

    감상적인 시각인지는 모르지만 서로를 잘 알기에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면서 논리적인 토론을 전개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씁쓸한 얘기지만, 한국 사회에서 각 정파의 대표자로 나와 이 정도의 토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은 세 사람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른바) ‘우리편’이 보는 레디앙에 감상평을 쓰는 중이다. 심상정 후보가 전반적으로 선전했다고 생각하면서도(그러나 상대 후보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쉬운 지점에 대해 말할 수밖에 없다. 내가 심상정 후보에게 아쉬웠던 지점은 그가 자신의 공약이 가진 ‘현실성’을 유권자들에게 잘 어필하지 못했다는 거다. 경실련과 경향신문의 정책공약평가에서 재원마련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한 그 공약의 장점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는 거다.

    심상정과 노회찬은 장단점이 갈리는 사람이다. 노회찬이 수사에 강하고 대중적이라면 심상정은 지극히 논리적이다. 심상정의 공약은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비교적 강한 노회찬의 공약에 비해서도 단단하다. 심상정은 그러한 자신의 강점을 제대로 어필해야만 했다.

    선전한 심상정에게 아쉬웠던 점

    한국 사람들이 진보정치인에게 가지는 이미지는 대략 이렇다. “맞는 말을 하고, 종종 동의는 되는데, 너무 지 잘난 척만 하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은 그러한 이미지다. 그리고 정책공약이 부실하다면 모를까, 오늘날의 심상정은 충분히 그런 이미지를 극복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심상정은 자신의 강점을 유효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대신 내세운 것이 예비후보자 공보물에도 나오는 “진심 상정”의 레토릭이다. 토론회에서도 심상정은 ‘진심’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과는 달리, 진보정당이 서민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어필하려는 그 의도는 알겠다. 그리고 물론 당원으로써 나는 그 말이 ‘진실’이라 믿는다.

    하지만 ‘진심’이란 레토릭은 진짜/가짜, 참말/거짓말을 대별시키고 자신을 전자로 한나라당을 후자로 위치시키는 민주당-노무현 지지자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연상시킨다. 서울시장 한명숙 후보의 ‘거짓말’ 발언이 보여주는 것이 정확히 그것이다.

    사실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이념 노선과 정책 노선이 다른 것이고 거기에 좌우의 구별이 있는 것이지 ‘진심’과 ‘위심’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나는 김문수나 유시민도 나름의 ‘진심’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심’의 측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더 앞서는 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나조차도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지만, 오늘날의 진보주의자들이 너무나도 자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들어낸 대립구도의 틀 안에서 사유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

    그러는 가운데 심상정이 놓친 포인트들이 있다. 가령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핀란드 공교육에 관한 유시민과의 토론을 복기해 보자. 유시민은 심상정의 공약을 존중한다면서도, 핀란드와 한국의 세율이나 교육여건이 사뭇 다르다는 점을 들어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심상정이 자신의 강점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질문에 대한 최상의 답변은 이런 것이다. “여건이 다르고 예산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단 10%에 해당하는 학교들만 지정하여 핀란드 공교육과 같은 교육을 추구하자고 한 것이죠. 이 교육이 효과를 거둔다면, 그때 학부모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서라도 나머지 90%의 학교를 그렇게 만드는데 동의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심상정의 본의였을 것이다. 개혁은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한 심상정의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심상정은 핀란드와 한국의 GDP 대비 교육지출이 7%로 같다는 것, 다만 한국의 지출 중 절반 정도가 사교육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말 자체는 옳은 말인데, 평범한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할 거다. “아, 사교육을 완전히 안 하고 그 금액을 공교육에 투자하면 할 수 있다고? 말이야 맞지.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자기 맘대로 되나. 정부에서 돈 들인만큼 사교육이 사라지나?”

    한국 사람들은 참여정부의 그것까지 포함해서, 위정자의 정책의도 설명과 정반대의 효과가 나는 정책들을 몸으로 겪은 사람들이다. (특히 부동산과 교육 문제에서 그렇다.) 우리가 넘어서야 할 것이 그런 ‘경험에서 우러나온 냉소’다. 진보신당 정책의 선명성은 다른 방식으로도 표출할 수 있다.

    그 선명성에 다가가는 방식의 현실성은 우리가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점적으로 어필해야 할 부분이다. 그 부분이 심상정의 약점이라면 모를까, 심상정은 그 누구보다도 정책공약의 현실성에 투자를 하고 성과를 낸 사람이다. 그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는 건 너무나 아쉽다.

    군소정당 한계 넘어선 정책적 식견

    후반부에 체력이 달렸는지 조금 발언이 힘겨워 보이긴 했지만, 심상정은 전반적으로 군소정당의 한계를 넘어선 정책적 식견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왜 규제 철폐를 주장한다면서 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이런 규제법은 바꾸지 않았나?”는 식의 유시민의 어거지 비판에 비해도 훨씬 훌륭한 비판 논거를 보여주었다.

    (유시민의 비판을 날카로운 공격이라 보는 것은 좀 그렇다. 아니 김문수가 한나라당 전체를 좌지우지한단 말인가? 유시민은 자신이 옹호한 정책이 아닌,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그리고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모든 규제법을 철폐하면 우리가 좋을 일이 뭐 있나?)

    천안함 문제 관련해서는 유시민과 공조하여 김문수의 공세를 역으로 받아쳤고, 참여정부 정책 평가를 통해 유시민 자신의 입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한’과 ‘반성’이란 지점을 끌어낸 것도 탁월했다.

    하지만 심상정의 ‘옳은 말’은 ‘심슨 가족’의 딸아이 리사 심슨의 항변처럼 단순히 ‘옳기만 한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심상정은 “그녀를 따르면 우리가 이런 것을 이렇게 바꿔낼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주어야 하고 사실 그런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좌파정당의 복지공약에 대한 보수후보들의 딴지라는 것은 사실 패턴이 뻔하다. 그런 패턴을 염두에 두고 정책의 현실성을 말하여 그들을 논파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하다. 심상정 후보의 정책토론은 그 지점에 대해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다. 이 지점이 극복된다면, 진보정치인은 좀 더 진지한 대안으로 유권자에게 고려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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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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