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 그곳에서 부르지 못한 ‘노래 한 곡’
        2010년 05월 19일 01: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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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중 애국가로 불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끝내 5·18 민주화운동 30돌을 기리는 정부기념식장에서 부를 수가 없었다. 일부 5·18 유족들은 행사장에 들어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몇 소절 부르다 이내 끌려나왔다.

    국가보훈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 기념식’에서 공식 추모곡 선정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파행을 빚으면서 이날 기념식은 두 곳에서 갈라져 치러지는 반쪽 행사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와 군이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잠수정에 의한 공격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했으며, 그 어뢰가 북한제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증(smoking gun)을 민군합동조사단이 최근 집중 조사 결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1면 <“어뢰 일련번호, 북한 글자체로 확인”>.

    다음은 19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집회·시위할 장소·방법이 없다>
    국민일보 <한글 새겨진 어뢰 파편 찾았다>
    동아일보 <“북잠수정에 의한 어뢰 공격” 결론>
    서울신문 <“천안함, 북잠수정이 어뢰로 타격”>
    세계일보 <오바마 “천안함 조사 전적 신뢰”/이대통령 “한·미동맹 가치 인식”>
    조선일보 <“어뢰 일련번호, 북한 글자체로 확인”>
    중앙일보 <MB·오바마 ‘천안함 북 소행’ 결론 내렸다>
    한겨레 <개성공단 일부 업체 철수 움직임>
    한국일보 <“북잠수정 침투 천안함 근접타격”>

       
      ▲ 5월19일자 경향 만평.

    둘로 갈라진 5·18행사…유족은 따로 기념식

    한국일보 10면 <둘로 갈라진 5·18>은 “5월 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기념식장에서 당시 불린 행진곡 제창이 금지되고, 어처구니 없게 축하 화환이 배달되는 소동으로 유족들의 가슴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전했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5ㆍ18민주묘지 내 추모탑 앞에 2,600여 개 좌석을 마련했지만 절반 이상이 텅텅 비었다. 유족과 피해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본행사에서 배제된 데 대한 항의로 기념식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5ㆍ18 구 묘역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5ㆍ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가 ‘임을 위한 행진곡’ 배제에 반발해 유족과 5월 단체 회원 등 500여 명과 함께 따로 기념식을 가진 것이다.

       
      ▲ 5월19일자 한국 10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5ㆍ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씨와 1978년 숨진 야학동료 박기순씨의 영혼결혼식을 담은 노래굿 테이프’넋풀이'(일명 빛의 결혼식)을 통해 알려졌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이 노래굿 마지막에 백기완씨의 시 ‘묏 비나리’를 각색하고 당시 전남대생 김종률씨가 작곡한 것으로, 이후 집회와 시민행사 때 빠지지 않고 불려 민중의례로 자리잡은 곡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년째 기념식 참석 안 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민 6면 <“지역·계층·이념 따라 또 분단의 벽”>은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8 30주년을 대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가 부도덕하다’면서 ‘30주년을 맞는 국가기념일인데 어떻게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을 수 있나. 기념사도 총리 기념사로 하려다 뒤늦게 대통령 기념사 대독으로 바꿨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정몽준 대표 측은 5·18 기념식에 정 대표 명의로 조화(弔花)가 아닌 화환을 착오로 보냈다가 1시간 만에 알고 교체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 5·18 기념사에서 ‘거리의 정치’ 질타

    중앙은 사설 <노래 한 곡에 5·18기념식 망친 옹졸함>에서 “2004년부터 5·18 기념식 추모곡으로 쓰여온 곡을 부르지 못하게 한 정부의 처사는 너무도 옹졸하고 편협하다”며 “노래 한 곡 때문에 30돌을 맞은 5·18 기념식을 둘로 쪼개뜨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5·18광주민주화항쟁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히 ‘노래 한 곡’의 의미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이 곡이 불리지 않은 점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날 기념식사에서 이 대통령이 드러낸 ‘거리의 정치’에 대한 반감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한겨레는 사설 <5·18 기념사에서 ‘거리의 정치’ 질타한 이 대통령>에서 “이 대통령은 특히 “법을 무시한 거리의 정치와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기대는 일이 적지 않다”는 질책까지 했다”며 “이 대통령이 다른 곳도 아닌 5·18 기념식장에서 ‘거리의 정치’를 비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시민의 힘’ ‘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생래적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다 촛불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깊어진 거부감이 이날 발언으로 표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5월19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태도가 이러하니 정부도 온갖 방식으로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고 푸대접하는 것”이라며 “비가 내리는 5·18 기념식장에서 유족들이 경찰의 저지를 뚫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풍경, 이것이 바로 광주민주화운동 30돌을 맞은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라고 지적했다.

    조선 “어뢰 프로펠러 수거…북한제 글자체 확인”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침몰했으며, 그 어뢰가 북한제임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증(smoking gun)을 민군합동조사단이 최근 집중 조사 결과 확보했다고 정부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고 조선일보가 19일 1면 <“어뢰 일련번호, 북한 글자체로 확인”>을 통해 보도했다.

       
      ▲ 5월19일자 조선 1면.

    조선은 “민군합동조사단은 최근 천안함이 침몰했던 해저에서 비교적 온전한 형태의 어뢰 프로펠러(추진장치)를 수거했으며, 그 프로펠러에 찍혀 있는 일련번호를 판독한 결과 북한의 글자체와 각인(刻印) 스타일임이 입증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합조단은 또 컴퓨터를 동원한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 250kg 안팎의 탄두 중량을 가진 음향추적 중(重)어뢰가 천안함 가스터빈실 아래 3m 안팎의 수중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 잠수정 공격” 결론

    정부와 군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북한 잠수정에 의한 공격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면 <“북 잠수정 침투 천안함 근접 타격”>에서 “민군합동조사단은 20일 공개할 조사결과 발표문에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는 등의 직접적인 표현을 적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암운의 남북관계…20년 쌓아온 남북관계 인프라 허물어지나

    한겨레는 1면 <개성공단 일부 업체 철수 움직임>에서 “천안함 침몰 사태와 금강산 관광지역의 남쪽 부동산에 대한 북쪽의 몰수·동결 조처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입주 남쪽 기업 121곳 중 일부가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몇몇 업체는 이미 생산설비를 남쪽으로 옮기고 있고 다수의 업체가 원·부자재 대북 반출을 중단했거나 할 예정이다.

       
      ▲ 5월19일자 한겨레 3면.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역을 제외하고 북쪽으로 체류하던 남쪽 인원을 모두 철수시키는 조치를 했다. 지난 3월23일부터 고려 왕궁터인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를 북쪽과 함께하던 발굴팀 11명이 애초 귀환 예정일보다 23일 이른 이날 남쪽으로 돌아왔다.

    한겨레는 “남북관계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며 “남과 북의 당국이 말과 행동으로 서로 맞받으며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급속히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3면 <천안함 ‘후폭풍’ 개성공단으로…남북관계 파국 치달아>에서 “앞서 통일부는 11∼12일 수백 곳의 대북 위탁가공교역업체에 ‘물자 반출·방북 신규투자 자제 권고’를 내렸으며 이후 관련업체의 물자 반출은 한 건도 없었다”며 “또 통일부는 14일 보건복지부 등 10개 정부 부처에 ‘예산이 투입되는 대북사업 중단’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 조처는 1988년 노태우 정부의 ‘7·7 특별선언’ 이후 20여 년간 어렵게 다져온 남북관계의 인프라를 허무는, 이념에 사로잡힌 자해행위”(김연철 인제대 교수)라며 ‘이성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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