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조선일보 '촛불 반성', 역풍 자초
        2010년 05월 13일 09: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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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못된 정치적 판단이었을까. 조선일보가 2년 전 촛불은 인터넷과 일부 매체가 퍼트린 괴담이며 당시 촛불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주장을 뒤집거나 후회하고 있다는 ‘촛불 2주년’ 특집기획을 싣자 바로 그날 청와대가 "좋은 기획을 실어줘서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촛불시위 2년이 지났지만 아무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촛불’의 의미를 부정하고 나선 조선일보를 칭찬했다. 당시 두 번이나 대국민 사과를 했던 이 대통령 스스로 그 때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억울했던 점도 있었을 것이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촛불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괴담에 휩쓸린 꼭두각시였다고 몰아세워 6·2 지방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가져가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꺼진 줄 알았던 촛불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현 정부와 조선일보를 성토하는 여론이 거세고 12일에는 곳곳에서 1인 시위가 열렸다. ‘촛불 반성’ 발언이 오히려 촛불을 깨운 것이다.

    다음은 5월1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행안부 선거법 무시 ‘4대강 자문단’ 강행>
    국민일보 <"검찰만큼 깨끗한 데 있나" 김 검찰총장, 공수처 반대>
    동아일보 <"천안함 좌초-충돌사고 주장 민주당 추천 위원 바꿔달라">
    서울신문 <"검찰만큼 깨끗한 데 어디있나" 김 총장, 공수처 등 사실상 거부>
    세계일보 <‘북 어뢰 유사 재질 파편’ 찾았다>
    조선일보 <EU ‘좌의 몰락’>
    중앙일보 <검찰개혁 ‘파마머리’ 논쟁>
    한겨레 <대북 위탁가공 업체에 통일부, 사업중단 압력>
    한국일보 <검, 한명숙 수사 관련 은행 압수수색>

    MB 촛불발언이 ‘촛불’ 깨웠다…도심 곳곳에서 ‘촛불 반성’ 퍼포먼스

    한겨레는 4면에 ‘촛불을 잊었습니다…반성합니다’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을 실었다.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김진욱(28) 씨가 이 대통령의 ‘촛불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는 발언이 알려진 12일 서울 낮 시청 앞 광장에서 ‘촛불을 잊고 산 것을 반성한다’고 적힌 팻말을 앞에 놓고 1인 시위를 벌이는 사진이었다.

    이 팻말에는 "급 반성. 그 동안 촛불소녀도 촛불유모차도 촛불예비군도 잊고 살았습니다. 다시 기억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6·2일 반드시 투표하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 한겨레 5월13일자 4면

    같은 면 <MB 촛불발언이 ‘촛불’ 깨웠다> 기사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읽힌다. 촛불집회를 이끈 당시 광우병대책회의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이날 저녁 서울 청계천광장에서 ‘반성 1인 시위’를 벌였다. 박씨는 ‘국민을 우습게 아는 대통령과 함께 사는 데 깊은 책임을 느낀다’는 손팻말을 들었다.

    박씨의 옆에는 ‘1인 시위’ 소식을 트위터로 접한 고교생 장주성(17)군이 스마트폰에 촛불화면을 띄워놓고 함께 자리를 지켰다. 장 군은 "대통령이 2년 전 이미 사과를 해놓고, 이제 와 국민들에게 ‘반성하라’고 하는 데 화가나 ‘반성 시위’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포털 다음의 토론방인 아고라 등 인터넷에서도 ‘촛불 반성’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글들이 대거 올라왔다. 다산인권센터도 이날 저녁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앞에서 ‘촛불 2주년 기념문화제’를 열고 "아직 완전한 민주주의가 아닌 게 틀림없다. 6·2 지방선거 투표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밝혔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집회 참가 시민들의 인터뷰 기사를 실은 조선일보에 대한 인터뷰 당사자들의 반박 내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2개나 실어 조선일보의 촛불 기사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조선일보 ‘촛불 2년’ 짜깁기 기사>에서 "주제 자체가 정치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것이고, 또 촛불시위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것이 그 이유야 무엇이든 조선일보의 자유임을 인정한다. 단 조건이 있다. 부정이든 긍정이든 접근 방식이 이성적,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점에서 이 촛불 기획은 실패작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미리 결론을 내놓고 내용을 자의적으로 짜맞춘 결과"라며 "그 결과 ‘언제 광우병 괴담 맞다고 했나’란 인터뷰에 대해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내가 말한 의도와 정반대로 발췌, 짜깁기 됐다’며 기사를 ‘멋진 창작물’이라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또 ‘자기들 입맛에 맞게 저를 이용한 것 같다’는 촛불소녀 한채민 양의 발언도 전하면서 "이런 거두절미를 통한 왜곡은 사이비 언론이 즐겨 쓰는 전형적 수법"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 경향신문 5월14일자 12면

    한편, 경향신문 12면에는 <‘촛불집회 군홧발 폭행’ 경찰간부 전원 무혐의> 기사도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 촛불집회 도중 전경에게 군홧발로 폭행당한 대학생 이나래 씨가 어청수 당시 경찰청장 등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전원 무혐의 각하 처분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직접 폭력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이유다. 그러나 시위참가자들의 폭력은 엄벌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에서 이뤄진 폭력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야당 "대국민 선전포고" 비난…청와대 "어처구니없어 공개적 대응 않겠다"

    대통령의 촛불 발언은 정치권으로도 옮겨 붙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12일 "이 대통령이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명명할 수 있는 말을 했다. 일종의 촛불시민에 대한 협박으로 받아들인다"고 포문을 열었다. 정동영 의원도 "반성하라는 정권의 말을 듣고 반성해야겠다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어처구니가 없어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통령이 반성을 언급한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선동 나섰던 지식인들"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6면 관련기사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반성의 당사자는 원문 그대로 (광우병 괴담의 촉발 및 확산에) 가담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즉 2008년 당시 과장 왜곡보도를 일삼았던 일부 언론 및 지식인과 전문가를 자처하며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거나 오류로 판명된 주장으로 대중을 선동했던 인사들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언급은 나름대로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일반 국민들을 겨냥한 게 아니라 역사 발전의 측면에서 당시 상황을 면밀히 복기하고 평가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 한겨레 5월14일 4면

    한겨레는 4면 관련기사에서 청와대의 해명을 전하면서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들을 지적한 것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전하면서 "청와대가 이처럼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자칫 5·23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와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과 시민사회를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또,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일 촛불 공격을 계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여권의 이런 흐름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보-혁 대결’을 부추겨 지지층을 결집하고 4대강, 무상급식 등 여권에 불리한 쟁점을 야당과 진보진영의 선동으로 몰아 ‘정권 견제론’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정부의 부실협상과 소홀했던 뒤처리부터 반성하는 것이 순리"라며 이번엔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 박정훈 사회정책부장은 칼럼 <교포 주부 ‘황당 괴담’에 나가떨어진 정부>에서 "2년 전 광우병 광풍은 일부 세력의 광우병 공포 선동에서 촉발했지만, 원죄는 정부에 있었다"며 "터무니없는 광우병 괴담이 일반 국민에게 먹혀 들어가게 원인 제공한 것이 바로 정부였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5월14일자 38면

    박 부장은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저질렀던 크고 작은 실수는 헤아릴 수도 없어 졸속·부실협상 시비를 낳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두 차례 사과한 끝에 촛불은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국민 신뢰를 얻으려는 정부노력은 지난 2년 내내 소홀하기만 했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또 "광우병 사태 때 농식품부 장관은 ‘공무원들에게 미국산 꼬리곰탕과 내장을 먹이겠다’고 장담했지만 그 후 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사용된 것은 전무했고, 정부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 대통령이 지시한 ‘광우병 백서’의 제일 첫 장엔 무능했던 정부의 자기반성부터 담는 것이 순서"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 "촛불 반성 논란, 상처만 덧낼까 우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때아닌 ‘촛불 반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한국사회를 갈라놓았던 상처만 덧낼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사설 <상처를 덧내는 촛불 2년 반성 논란>에서 "이번 논란의 시작은 2년이라는 시의성에 기댄 것이지만, 촛불 시위와 무관한 제3의 세력이 아닌 관련 당사자들이 제기한 것이어서 객관성이 떨어진다"며 "엉뚱한 논란이 관련 당사자들의 자성을 이끌기는커녕 한국사회를 갈랐던 쇠고기 파동의 상처만 덧낼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또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기준이 개선됐고, 청와대와 거대여당이 국민과의 소통 필요성을 자각한 소득도 거뒀다. 시장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힘을 쓰지 못하는 현실과 함께 새삼 논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전문가들의 견해)를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한 언론과 정치권이 그 책임을 엉뚱한 데로 미루려고 벌이는 논란은 부질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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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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