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둠벙에서 만나는 우리 친구들
        2010년 05월 04일 11: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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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보기 어려워진 여럿 중 나는 소금쟁이가 그립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반바지 차림으로 싸돌아 다니던 그때 물 위를 미끄러지는 소금쟁이는, 초등학생에게 무지개가 끝나는 곳과 같은 환상이었다.

    소금쟁이가 동동 떠다니는 그 물 속에는 물방개, 게아재비, 미꾸라지 같은 ‘포획물’들이 득시글대고 있을 것이니, 지금 당장 유전을 발견한다 할지라도 으슥한 곳 어딘가에서 물둠벙을 마주친 어릴 적 만큼 기쁘지는 못할 것 같다.

       
      ▲ 『소금쟁이가 들려주는 물속 생물 이야기』, 철수와 영희

    이제 막 말문이 트이고 있는 내 아이들이 소금쟁이를 잡으러 놀러다닐 수 있을까? TV 자연다큐멘터리를 보고, 어린이집의 체험학습 시간에 잘 사육관리된 물벌레들을 몇 차롄가는 만져보게 될 테지.

    『소금쟁이가 들려주는 물속 생물 이야기』를 들여다 보고 있으니 기쁘고도 슬프다. 아이는 정성스레 그려진 물벌레와 물풀의 모습을 보며 좋아할 테고, 그 아이는 또한 단 한 방울의 물기도 없는 도심의 다세대 주택 그늘 아래에서 모기를 ‘곤충 채집’하며 커가게 될 것이다.

    『소금쟁이가 들려주는 물속 생물 이야기』에는 ‘둠벙’에 모여 사는 물벌레, 개구리, 물고기 열네 가지와 물풀 스물 네 가지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반도에서 논농사가 시작된 이래 2000~3000년 동안 마을은 언제나 크고 작은 둠벙들과 함께 만들어졌고, 둠벙에서는 더디게 흐르는 물에 적합한 수많은 생물종이 번성했다.

    물장군, 송장헤엄치게, 실잠자리, 물땡땡이, 장구애비, 각다귀, 검정말, 나사말, 세모고랭이, 고마리, 개구리밥, 부들 …….

    『소금쟁이가 들려주는 물속 생물 이야기』에는 이 산 것들의 모양새가 아이들 눈에 지나치지 않을 정도의 세밀화로 그려져 있고, 나고 사는 모습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글은 노정임이 썼고, 그림은 안경자가 그렸다. 전국 각지의 둠벙과 창녕 우포늪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든 책이라고 한다.

    산 것의 이름이 이름인 것은 생물도감에 등재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가 그리 불러주기 때문이다. ‘식량 증산’의 온갖 농약질에 멸종되다시피 하고, 전두환에서 이명박으로 면면히 이어지는 ‘하천 개량’의 흙탕물에 휩쓸리고, 늙은 농민과 함께 사라져갈 둠벙의 친구들 이름을 우리 아이들이 살갑게 불러줬으면 좋겠다. 그런 내일이었으면 좋겠다. “소금쟁이야~” 

       
      ▲ 본문 중에서 (자료=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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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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