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공장 간 학생들은 어디에 있을까?
    By 나난
        2010년 05월 01일 11: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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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이 노동운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공장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은 그 곳에서 사회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동지로 만들고 함께 싸워나간다. 세상은 그들을 『학출』(오하나, 이매진, 13,000원)이라 불렀다.

    ‘학출’은 사회의 모순을 모른 척하지 못해 보장된 미래와 안락함을 내팽개치고 은밀히 공장행을 택했던 80년대 대학생들을 부르는 은어이다. 이 책은 학출의 역사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되살려낸다.

    그리고 88만원 세대에게 스스로 루저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한 결단의 계기와 과정과 결과를 복원해 학출에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를 벗겨내고자 하며 학출들의 생성 요인부터, 그들이 가진 고민들과 사후 평가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노동운동의 반지성주의 경향을 함께 지적한다.

       
      ▲ 책 표지.

    군부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70년대에는 야학이 민주화운동의 주요한 방법으로 떠올랐지만, 노동자들에게 기초적인 권리의식을 자각시키기는 했어도 노동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하는 한계가 드러났다.

    그때부터 좀더 급진적이고 의식있는 학생운동가들 사이에서 노동현장에 직접 진출하는 방법이 모색되었고, 80년대 광주항쟁을 거치면서 노학연대와 대학생들의 노동 현장 진출이 전국 규모로 확대되었다.

    학생 출신 노동자의 존재는 1985년 4월의 대우자동차 부평 공장의 파업 투쟁과 5월의 구로 동맹파업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때 언론에서는 학생 출신 노동자들에게 ‘위장 취업한 불순세력’이라는 딱지를 붙임으로써, 학출과 노동자를 구분하고 학출 노동자를 노동현장과 떼어놓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공장에 들어간 학출들은 신분을 숨기려고 ‘먹물’의 흔적을 없애는 데 집착한 나머지, 노조 결성 등 현장에서 하려고 한 계획들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 채 한 명의 평범한 노동자가 되는 데 그치거나, 공장생활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금방 그만두거나 여기저기 떠도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가방끈 긴 ‘학삐리’들은 노동현장과 유리되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학출들이 노동자의 위에 서려 하거나 노동운동 경험을 정계에 진출하는 경력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학출이 노사 협상이나 파업을 이끄는 지도자로 나아가지 못한 채 단순히 실무자로서 자기 활동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흔했다. 저자는 그 결과 현재 노동운동에서는, 학출이라는 말이 저평가되어 ‘진짜 노동자’에 대비되는 부정적인 뉘앙스로 쓰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지은이가 ‘학출’들을 인터뷰 하면서 그들의 솔직하고 담담한 이야기도 담아낸다. 이 과정을 통해 70년대 노동운동과 87년 노동자대투쟁에 밀려 잊혀진 학출들을 호출해 불러 일으켜 세우고,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규명하는 작업을 벌인다.

    1부에서는 80년대 노동운동사의 한 획을 그은 구로 동맹파업을 비롯해 80년대의 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술했다. 2부에서는 학생 출신 노동자를 둘러싼 담론을 소개하고, 학출의 형성 요인, 학출들이 지닌 이상과 현실의 괴리 등을 통해 노동운동과 학출의 의미를 짚어보면서 이제는 잊히거나 부정적인 오명을 쓴 ‘학출’의 역사를 되찾아주었다.

    부록에서는 이 연구를 둘러싸고 진행한 월례 발표회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를 가감없이 담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학생운동사의 말소된 한 페이지를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학출》은, 이 분야에 관심이 있었지만 마땅한 자료가 없어 갈증을 느끼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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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오하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대학을 다녔고, 2006년 논문 〈1980년대 한국의 노동운동과 학생 출신 노동자〉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한센인권변호단에서 간사로 일하면서 계속 공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운동 내의 지식인과 대중의 관계와 지적 차이의 문제에 관심이 있으며, 앞으로도 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사례와 이론을 탐구할 생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사회학자의 태도 문제에 관해 비판적 공공 사회학을 공부하려고 하며, 실천적 과제에 관해서는 ‘빈민을 위한 인문학’ 운동의 사례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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