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의 기록
By mywank
    2010년 05월 01일 02: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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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섞인 물웅덩이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집으려고 몸을 구부정하게 숙이고 있던 참이다. 그 와중에 종이 쇼핑백이 진창에 닿으면서 내용물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한다.(중략)

길바닥에 짜부라진 물건을 쳐다보니 짜증이 치민다. 쇼핑백을 마른 땅으로 주워 모으면서 나는 이 모든 것을 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난 이제 사지 않겠어’.”- 본문 중

최근 출간된 『굿바이 쇼핑』(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좋은생각, 15000원)은 ‘1년 동안 쇼핑 안 하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실천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평범한 미국 여성인 저자는 성탄절을 앞둔 12월의 어느 날, 뉴욕 거리를 걷던 중 쇼핑백을 물웅덩이에 빠뜨린다. 세일을 맞아 신용카드를 한도까지 쓰며 쇼핑을 한 뒤의 일이었다. 저자는 순간 쇼핑이 자신의 인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무엇일까라는 회의가 들게 된다. 이후 저자는 남자친구와 상의해 1년 간 쇼핑을 하지 않기로 결심하게 된다.

   
  ▲표지

저자는 1년 간 필수품 이외에는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서 ‘필요와 욕구’, ‘결핍과 안정’, ‘소비주의와 시민의식’에 대해 곱씹는다. 또 재기발랄한 위트와 통찰력으로 우리가 왜 물건을 사며 그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 등도 파헤쳐간다.

이 책은 가난한 삶과 그 삶을 꾸려나가는 방법을 적은 입문서가 아니다. 새로운 제품을 열광하는 어느 소비자의 고백일 뿐이다. ‘면봉은 생필품일까, 포도주는 사치품일까’ 등 저자의 고민을 따라가 보면, 무분별한 소비 생활에 빠져있는 우리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저자는 소비하지 않는 ‘극단적인 1년’을 통해 서서히 소비의 본질을 깨닫기 시작한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원한다’는 말의 합리화인 점을, 좁다고만 생각했던 집이 사실은 살기에 충분한 넓이였다는 점 등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중노동인 쇼핑을 잠시 내려놓고 매달 나가던 카드 값을 다 갚으면서, 소비생활에 들어가던 에너지와 돈을 사회와 사람들에게 사용할 여유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사는 동네의 현안과 나라 안팎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쇼핑을 그치면 반 소비자가 될 줄 알았으나 오히려 시민이 되었다”라고 고백한다.

이 책은 무분별한 소비 생활에서 좀 벗어나 보고 싶으나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 올지 몰라 망설였던 이들,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자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삶의 패턴과 심리를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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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주디스 러바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약 25년 동안 개인적인 삶에서 드러나는 역사, 문화, 정치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현재 ‘이성과 정의 국립센터’와 ‘미국 시민 자유연합’ 버몬트 지부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옮긴이 곽미경 

1971년에 태어나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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