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의 씨앗" vs "반드시 보복"
        2010년 04월 30일 09:3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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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안함 희생 장병 46명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영결식이 29일 오전 10시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해군장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에는 이명박 대통령, 이용훈 대법원장, 김형오 국회의장 등 3부 요인과 국무위원, 전군 주요지휘관, 유가족 등 2800여명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46명 모두의 영정 앞에 화랑무공훈장을 직접 추서하면서 거수경례를 했다.

    2함대 사령부를 떠난 운구 행렬은 이날 낮 1시30분께 국립대전현충원에 도착했고 오후 3시부터 안장식이 진행됐다. 장병 46명은 유가족의 통곡 속에 사병 제3묘역에 특별조성된 308합동묘역에 함께 안장됐다.

    이를 전하는 이튿날 신문의 논조는 상반됐다. 다음은 30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46인, 평화의 씨앗이 되소서">
    국민일보 <"그대들 뒤엔 시민과 국가와 민주주의가 있다">
    동아일보 <천안함 46용사, 대한민국 가슴에 잠들다>
    서울신문 <46인 전우여! 조국의 바다 굽어살피소서>
    세계일보 <46용사, 5천만 가슴에 영원히 잠들다>
    조선일보 <46용사들, 국민 가슴에 잠들다>
    중앙일보 <해참총장 "반드시 더 큰 대가 치르게 하겠다">
    한겨레 <가슴에 묻은 46명…비극 없는 세상으로>
    한국일보 <"모처럼 찬란한 봄날이 가슴에 더 사무칩니다">

    경향신문은 1면 머리기사 <"46인, 평화의 씨앗이 되소서">에서 제목대로 ‘평화의 씨앗’이 돼 줄 것을 바랐다. 기사 내에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조사 중 "우리 국민에게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찾아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으나, 기사 제목은 이와 상반됐다.

       
      ▲ 경향신문 4월30일자 1면.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김 해참총장의 "그대 다 피지도 못하고 물 젖은 몽우리로 산화해 구릿빛 육체는 차디찬 바다에 던져졌지만 당신들의 숭고한 애국심과 희생정신은 우리들의 가슴에 생생히 살아 영원할 것"이라는 조사를 전했지만 위와 같은 내용은 담지 않았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 제목을 김 해참총장의 이 조사에서 골랐다. 중앙일보는 <해참총장 "반드시 더 큰 대가 치르게 하겠다" / 김성찬 총장, 대통령 앞에서 보복 천명>에서 "나무 한그루, 물 한포기, 물 한 방울이라도 건드리는 자, 그 누구도 용서치 않을 것"이라는 김 해참총장의 말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4∼5면 해설기사 <"3월26일 백령도에서의 일, 결코 용서 못해">에서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이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 보복 의지를 천명했다"며 "군 수뇌부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이처럼 단호하게 보복 의지를 표명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그는 특히 ‘끝까지’와 ‘반드시’를 두 번 반복하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며, "천안함을 침몰시킨 증거를 확보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게 군의 정서"라는 군 고위 관계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 4월30일자 1면.

    중앙일보는 사설 <46명 용사를 보내며 북의 실체를 직시한다>에서 "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와는 별개로 북한을 상정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미 두 동강 난 함체 자체로도 누구의 소행인지는 분명해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칼럼 <천안함 응징 ‘시효’는 없다> 등에서도 ‘복수’를 강조했다.

    조선일보도 4∼5면 해설기사에서 "외교안보 분야의 원로와 전문가들 중엔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단호한 대처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유족, 강기갑 의원 앞에서 통곡 "왜 북에 퍼주시냐…이북 놈들이 쟤들 죽였어">에서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 윤모씨가 헌화를 한 뒤 앞줄에 앉아있던 강 대표에게 다가가 항의하는 모습과 발언을 아울러 전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설 <다음은 대한민국 안보 새롭게 바로 세울 차례다>에서 "군에 대한 국민 신뢰가 흔들리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잘못이 명백히 드러난 일부 군 지휘부에 대해서는 신속히 책임을 묻고 새 인물이 안보시스템 개혁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중앙일보 4월30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신문들 가운데 가장 많은 10개면을 할애해 천안함 희생장병 46명과의 영원한 이별을 애도했다. 지난 2002년 이른바 ‘제2연평해전’과 비교해 2면 머리기사 제목을 <국방장관도 안온 ‘쉬쉬 3일장’ → 대통령 참석 ‘극진 5일장’>으로 달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관련사설을 두 편 실은 가운데 <‘북한 비호’ 해괴한 주장들 뿌리가 궁금하다>에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민군(民軍) 합동조사단의 지금까지 조사 결과 천안함 침몰 원인은 북한의 어뢰 또는 기뢰 공격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조사단은 ‘수중(水中) 비접촉 폭발’이라고 밝혔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중(重)어뢰에 의한 공격’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 사실상 북의 소행임을 시사했다. 천안함의 절단면과 선체 밑부분에 대한 육안검사 결과 내부 폭발이나 좌초, 피로파괴 가능성은 배제됐다. 우리 군이 1970년대에 깔아 놓았던 폭뢰는 이미 제거됐거나 남아 있더라도 자체 폭발할 수 없다. 침몰 당시 미군 잠수함은 가까이 있지 않아 오폭 가능성도 없다.

    …일부 세력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對北)정책 실패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전의 좌파 정권처럼 퍼주기만 계속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괴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퍼주기를 했던 김대중 정권 때 두 차례(1999, 2002년)의 연평해전은 왜 일어났는가. 그런가 하면 일부 좌파세력은 북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는 명백한 증거도 없는데 보수신문이 북의 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현 정부가 퍼주기를 안 해 북이 천안함 사건을 저질렀다고 두둔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북이 관여한 증거가 아예 없다고 자가당착(自家撞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천안함 영결식 이후 정부가 해야 할 일>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원인과 관련해 예단과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보수언론과 인사들은 북한의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자위권 행사’ ‘보복’ 등과 같은 어휘들을 동원해 남북 간 대결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 4월30일자 2면.

    한국일보는 사설 <천안함의 슬픔을 딛고 우리가 해야 할 일>에서 "공식 결론이 나올 때까지 모두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며 "북한의 은밀한 소행일 개연성을 두고 거칠게 다투는 것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유력한 용의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확증이 없이 무작정 강경론을 외치거나 반대로 북한보다 정부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행태는 혼란을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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