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도 노동자다"
By 나난
    2010년 04월 23일 03: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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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공식 통계조사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지난주에 다니던 직장(일)은 개인적으로 고객을 찾거나 맞이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일한 만큼(실적에 따라) 소득을 얻는 형태에 해당합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한 경우의 노동자를 말한다.

이렇게 분류된 특수고용노동자의 공식통계상 규모는 2009년 8월 기준으로 62만여 명에 이르나, 같은 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은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레미콘 기사의 4개 직종에 대해서만 그 규모를 48만 여명으로 계산하고 있는 등 실제로는 200만여 명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입차주라는 명목으로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던 덤프트럭, 레미콘 운전기사를 비롯한 건설노동자들은 이미 2000년부터 합법적인 노동조합을 만들고 활동해 왔으며, 단체교섭을 통해 사용자들로부터도 실질적인 지위를 인정받아왔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 대한건설협회 등과 경총이 진정을 제기하면서 노동부는 뜬금없이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근로자가 아님’을 문제 삼기 시작했고, 이에 신이 난 사용자들은 교섭해태 등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있다.

한국사회가 이미 시장에 혹독히 길들여지고 있음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우리 자신의 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내가 만일 큰 병에 걸린다면? 사고라도 당한다면? 언젠가부터 이런 상상을 할 때면 “죽든가 아니면 네 가족이 책임져라”는 무언의 명령을 듣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다른 사람의 고통에 무감각해져 가고 있다. 개개인의 아픔과 사회의 무감각 사이에서 또 다른 약자인 간병인 노동자들은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주6일 144시간을 병원에 살다시피 하면서도 산재보험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피로를 견뎌내기 위해 퇴근길에 술잔을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몸 가누기가 힘들어지고, 그러다 보면 가끔씩은 대리운전 기사를 부른다. 그러나 손님의 꼬장(?)에도 묵묵히 운전해야 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은 본인의 과실이 아닌 경우에도 사고를 당하면 보험적용을 받지 못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한다.

놀랍게도 전국에서 대리운전에 종사하는 이들은 13만여 명에 이른다. 표준요금제도는 물론 대리운전사업 자체가 제도화되어 있지 않아, 대리운전노동자들은 업체로부터 과다한 수수료를 떼이며 4대 보험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습지 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화물 운전기사, 애니메이터, AS기사, 퀵서비스 기사, 보험모집인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이들이 실질적으로 종속되어 있으면서 형식적으로는 독립적인 사업자로 분류되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일터로부터 노동자들이, 배움터로부터 학생들이, 그밖에도 수많은 장소들로부터 수없는 사람들이 뿌리 뽑혀 시장으로 내팽개쳐져 온 지 벌써 10여년이 넘었다. 여기에 더해 시장 출신이자 시장을 신봉해 마지않는 이명박 대통령은 노동자라는 존재 자체를 내세우는 것이 찌질한 일이라고 윽박지른다.

모두가 기업가가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목에 핏대를 세운다. 그러나 벌써 2년 동안 모두가 성공한 기업가가 될 수 없다는 교훈을 국민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제는 이명박 정부에게 그나마 만만한 것이 겉보기엔 자영업자인 특수고용 노동자들이고, 그래서 그간 부분적으로나마 노동자임을 인정해왔음에도 이제야 찌질하게 ‘근로자가 아니’라고 윽박지른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의 찌질함을 이제는 단호하게 꾸짖어줄 때가 되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과 사회보험 적용 보장이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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