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함, 나경원 그리고 포퓰리즘
        2010년 04월 19일 02: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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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로선 북한에 의한 것으로 약 80% 정도 강하게 추정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결국 지난 10년 동안 4조원을 북한에 퍼준 것이 어뢰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다”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나경원 의원이 한 말이다.

    나 의원 말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추정’, ‘가능성’ 이 ‘과학과 사실’을 대신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곧바로 이른바 ‘10년 좌파정권’ 의 북한 퍼주기와 연결한다. 더 나아가 그 ‘4조원’은 곧 천안함을 침몰시키는 어뢰가 되어 장병들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큰 논리적 비약이 또 있을까!

    "민주당에서 정부의 음모 운운하면서 북한 개입 부분을 급하게 아예 차단했던 점은 명백한 이적행위이다”

    또 다른 나경원 의원 말이다.

    나경원 의원은 국가보안법에 나와 있는 ‘이적행위’라는 개념을 갑자기 꺼냈다. 사실, 나 의원 논리에 따르면 북한이 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말을 한 미국도 이적행위를 한 것이고 북한과 연관이 밝혀진 게 없다고 말한 정부 고위층 사람도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원은 왜 이들이 ‘이적행위’를 할 때 말을 할 것이지 이제 와서 갑자기 ‘이적행위’를 문제 삼고 그것도 야당만 몰아붙이는가?

    필자가 보기에는 나 의원은 양수겸장을 쓴 것 같다. 이명박 정부의 안보대처 능력과 국가관리 능력, 민족 화해 능력 그리고 장병 안전 대책이 없었던 점은 감춘 채 현 정부와 나 의원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색깔론을 꺼내 정적을 공격하는 의도적인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 의원의 말은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표퓰리즘을 즐겨 사용했지만 나 의원을 따라 잡을 수 있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나 의원이 기회 있을 때마다 포퓰리즘을 비판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나 의원은 대변인 시절인 2007년 7일, 세종시가 ‘잘 되길 바란다’고 말하고 지난 3월 8일에는 세종시는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포퓰리즘 정책’으로부터 출발해서 문제라고 말했다. 또 나 의원은 2008년 9월 노무현 정부의 쇠고기 협상을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에 문제가 되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나 의원은 또 지난 4월 7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원희룡 후보에 대해 말하면서 ‘전면적인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민 가운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천암함 침몰의 원인을 ‘지금 바로’ 알고 싶어 한다. 그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혹시 북한이….’, 또는 ‘틀림없이 북한이 뭔가를 쏜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데 나 의원은 바로 이들 국민의 귀와 눈을 노린 것이다. 남북 분단과 그에 따른 색깔론에 기댄 말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나 의원은 같은 당 서울시장으로 나선 오세훈 후보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 뒤집기 묘수를 찾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포퓰리즘적인 말을 통해 이른바 한나라당 ‘집토끼’를 노렸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라고 말한다면 그냥 나 의원의 소신으로 생각해 주기로 하자.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소신은 과학적 사실과 탄탄한 논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이 뒷받침 될 때만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예비후보이다. 1천만에 이르는 사람이 사는 서울시의 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인기가 있을 만한 발언을 하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또 우리 사회에서는 폭넓게 ‘용인’되어 왔다. 하지만 인기 발언도 정도가 있다. 과학적 사실을 벗어나는 것과 논리적 비약을 ‘용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고 집권당의 대변인을 오랫동안 맡은 경험이 있고 또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사람이 포퓰리즘에 빠져 근거 없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은 나 의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한민국 현실이다.

    나 의원의 말에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처절하게 슬픈 죽음을 맞이한 천안함 장병들을 이용하여 서울시장 출마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려는 얄팍한 수를 쓴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그것도 포퓰리즘적인 선동을 통해서 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표퓰리즘에 사로잡힌 ‘정치적 선동’이 아니라 천안함 침몰의 구체적인 원인을 밝히려는 과학적인 노력과 함께 NLL을 둘러싼 긴장의 구조적인 원인을 냉철하게 살펴보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며 이명박 정부 들어오면서 높아진 남북간의 긴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즉시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나아가 갈라진 민족의 화해와 상생, 협력과 통일로 나아갈 길을 차분하게 찾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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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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