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설을 통한 권력 뒤집어 보기
    By 나난
        2010년 04월 16일 11: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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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첫 작품집 복간 시리즈인『소설 르네상스』의 스물여덟 번째 권으로 『왕과 개』(조성기, 책세상, 11,000원)가 출간되었다.

    열두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은 대부분 군사정권의 유신체제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에 이르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특히 5·18로 시작되는 80년대의 잔인한 기억은 이 소설집의 트라우마로 작동한다.

    저자는 창녀, 미치광이, 소경, 거지, 환자 등을 통해 ‘시대’ 그 자체를 그려나간다. 광기로 물든 폭력적인 시대와 권력자의 문제, 특히 80년대의 폭력적인 검열 문제를 극복하면서 병든 시대를 교묘하게 비튼다.

    이 작품집의 제목인 ‘왕과 개’ 역시 역설적인 두 존재를 하나의 제목으로 붙임으로서 권력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개가 왕이 되거나 왕이 개가 되면 그 시대 전체가 미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파고들었다”는 작가의 말은 그가 갖고 있는 권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책 표지 

    저자는 역설을 통해 병든 시대를 비틀다. 책 속의 작품인 ‘위대한 창녀’에서 창녀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생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지만 결국 동생의 죽음을 접하고는 돈 전부를 포주와 브로커에게 던져준다.

    ‘위대한 미치광이’에서 미치광이는 황당한 말을 지껄이면서도 순간순간 듣는 사람을 뜨끔하게 하는 발언을 한다. 그리고 ‘미치광이’의 말을 통해 병든 사회에 대한 일침을 놓는다. ‘위대한 소경’에서 소경은 최루탄에 맞아 눈이 멀고 말지만, 그는 오히려 어두운 시대의 목격자가 되는 식이다.

    이러한 역설은 지배이데올로기가 정의 내린 것들을 뒤흔듦으로써 당대 권력을 비튼다. 작가가 병든 자들의 역설을 통해 우리에게 환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광기로 물든 폭력적인 시대의 병증이다.

    작가의 수정을 거쳐 새롭게 편집한 열두 편의 작품에 젊은 평론가 정혜경의 새로운 해설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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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조성기

    작가 조성기는 1951년 3월 30일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여 부산중학교, 경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1년 대학 재학 당시 단편소설〈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했다. 그 후 오랜 기간 침묵을 지키다가 1985년 장편〈라하트하헤렙〉으로 제9회 "오늘의 작가상"(민음사 세계의 문학 제정)을 수상함으로써 창작 활동을 재개했으며, 1991년에는 중편〈우리시대의 소설가〉로 제15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야훼의 밤》,《슬픈듯이 조금 빠르게》,《가시둥지》,《욕망의 오감도》,《베데스다》,《바바의 나라》,《우리 시대의 사랑》,《굴원의 노래》,《너에게 닿고 싶다》,《천년동안의 고독》등의 장편과《통도사 가는 길》,《실직자 욥의 묵시록》,《종희의 아름다운 시절》,《우리는 완전히 만나지 않았다》,《안티고네의 밤》,《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등의 창작집,

    《내 영혼의 백야》등의 소설시,《한경직 평전》,《유일한 평전》등의 평전,《예수의 일기》,《카를 융 자서전》,《삼국지(전 10권)》등의 번역서가 있다. 현재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근무하며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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