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를 만든다고?
    By 나난
        2010년 04월 08일 04: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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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음성직)가 전동차 자체 조립,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제작 사업 중단” 요구가 나오고 있다. “공사의 정비기술만을 이용해 만든 전동차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안정성 못 믿겠다"

    이런 가운데 서울특별시의회가 지난 1일 공사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사는 서울시에 소속된 지방공기업으로, 운영 전반에 관한 사항이 서울시 조례로 규정된다.

    이에 공사는 오는 2012년 개통예정인 지하철 7호선 연장구간 온수~부천~부평구청에 들어가는 7대 편성(56량)에 자체 제작한 전동차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 현대로템지회가 8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 자체 조립, 제작은 소중한 시민의 생명을 돈으로 맞바꾸자는 말과 같기에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은영 기자)

    국내 전동차 생산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주)에서 도맡아 왔다. 현대로템은 지난 1998년 IMF 당시 정부가 철도차량 제작사들의 과다 수주경쟁으로 인한 부실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단으로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 현대정공을 통합해 만든 업체로, 빅딜 1호다.

    때문에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지회장 김종형)는 "정부는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통해 3개 업체를 통합해 놓고 운영이 안정권에 접어들자 공기업을 통해 민간기업의 경영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민간경제를 위축시키고, 전동차의 안전성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현대로템지회는 공사의 전동차 자체 조립, 제작 기술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회는 “공사는 정비기술만을 보유하고 있다”며 “전동차는 무엇보다 시민이 이용하는 차량이기에 안전과 품질이 검증돼야 하는 상황에서 공사의 안전성을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사 "기술력 문제 없다"

    도시철도공사노조(위원장 허인) 역시 안전성을 우려하고 있다. 김정섭 도시철도공사노조 정책실장은 “공사는 전동차 제작을 2011년까지 마무리하고, 2012년에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라며 "시간상으로 볼 때 매우 촉박하며, 안전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로템(주) 관계자는 "도시철도공사는 차를 운영하다 고장난 부품 한 두 개 정비하는 정도의 기술을 가졌다"며 "차를 만드는 건 정비기술과는 별개로, 고장난 한 두 부분을 고치는 건 정비소도 할 수 있지만 4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전동차를 자체 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사는 기술력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4년에 1번씩 실시해 온 정기검사에서 전동차를 완전히 분해․정비하고, 재조립해 운행에 투입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는 이유다. 자체 조립․제작할 전동차의 경우 부품사에서 납품을 받아 조립할 계획이며, 제작 역시 정기검사를 실시해 온 도봉차량사업소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또 공사는 전동차 구입 가격 등 현대로템이 국내 철도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따라 파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가 절감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9호선 전동차의 가격이 17억 원이었고, 인천지하철 2차 분의 경우 24억 원이었다"며 "서울시 예산이 한 량 당 10억원가량이기에 그 가격에 맞춰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한 표준화된 국산부품으로 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표준화된 제품도 있고, 4년에 한 번씩 시행하는 중정비로 인해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라며 "그간 AS 등에 문제가 발생한 만큼 공사가 계획 중인 7호선 연장선에 대해 우리 스스로 조립, 제작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제작비 감소는 결국 부품의 질과 연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현대로템의 전동차 가격이 평균 10억 원을 조금 상회하는 만큼 도시철도공사가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10억 원보다 낮추겠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전동차의 한 량 당 평균단가는 10억 원을 조금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전동차의 량 당 가격이 4~5억 원으로, 공사가 원가절감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품질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훈 현대로템지회 정책부장 역시 “공사는 협력업체를 끼고, 자체 기술력도 없이 조립으로 전동차를 제작하겠다는 것”이라며 “전동차 가격을 1량 당 5억 원씩 줄인다는 것은 결국 불연재를 써야 하는 곳에 단연재를 쓰는 등 부품의 질을 하락시키는 것으로, 지난 2003년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사 측 관계자는 "전동차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판매하는 측보다 운영기관인 공사 측에서 더 우려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며 "안전성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시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위한 언론플레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앞서 현대로템지회는 8일 오후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서울시는 공기업인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전동차를 자체 제작하게 하여 민간기업의 영역을 침범케하고, 경쟁체제로 돌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이므로 공사의 비용절감 차원에서의 자체제작 계획은 소중한 시민의 생명을 돈으로 맞바꾸자는 말과 같기에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공기업의 사업 범위가 민간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지방공기업법을 지적하며 “공사가 민간기업의 영역을 침범하여 철도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공사의 전동차 자체 제작은 자동차 정비소가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과 같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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