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를 따분하게 만들지 말아 줘"
        2010년 04월 05일 07: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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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은 창간 4주년을 맞아,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젊은 이들이 진보정당과 이 사회를 향해 던지는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너인 ‘진보, 야!’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이 코너에 참여하는 필자들은 진보정당 당원도 있으며, 당원은 아니지만 관심 정도는 가지고 있는 이들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2010년, 벌써부터 따분함이 엄습한다

    겨우 3개월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2010년이 지루하다. 뉴스를 보면 세상이 금방이라도 추노의 노비당 저격수 ‘업복이’처럼 분노의 총탄을 날리거나, 적어도 노비당 가입이 폭주한다는 첩보가 들려올 만한데도 꽃샘추위가 여전히 차가운 까닭인지 지루하고 답답한 소식만 들려온다.

    뉴스가 지루한 것이 ‘방송장악’ 때문이 아닌지 의심하며, ‘이슈의 패자부활전’이라는 트위터로 정당과 정치인들을 팔로우 해봐도 뉴스랑 별반 다를 바 없다. 만약 언론과 정치권에 비치는 모습이 지금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전부라면, 2010년은 몹시도 따분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따분함이란 무엇인가. 재미가 없어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뜻의 따분함은 착 까부라져서 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어사전의 풀이처럼 세상 돌아가는 꼴이 재미가 없으니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별 기대나 아쉬움 없이 그냥 저냥 하면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나 ‘하던 대로’가 좋은 사람들은 지금을 태평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지금 같은 나날이 제발이지 종식되길 바라는 나 같은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다. 이 따분함의 범인은 누구인가. 나는 이 따분함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유가 진보정당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공방의 늪에서 나와라

    도대체가 지방선거가 두 달 남았는데, 정치권은 너나없이 연일 상호공방에만 골몰할 뿐이다. 사실 보수정당이 저 따분함을 날려줄 통쾌한 한방을 선보이리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워낙에 세를 가지고 있는 보수정당이야 기존 바탕 위에서 공방을 통해 방어 위주의 선거를 치르려고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쳐도, 진보정당은 선거기간을 십분 활용해서 새로운 정책을 내 놓고 새로운 지지자를 맞는 시기로 사용하는 것이 여러 모로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자나깨나 정치공방에 열심이니 이 따분함의 탓을 진보정당에 돌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정치공방이 무용한 건 아니지만, 에너지를 전량 소모해야 할 일은 아니다. 게다가 총력전을 하더라도 정치공세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곧 당의 역사였던 보수정당이 만든 늪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친환경무상급식이 이번 선거의 중요의제가 된 것은 정말이지 기쁜 일이고, 천안함에 대한 군과 정부의 이해하기 힘든 대응과 보고도 분명 강력하게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마땅한 일이다.

    정부가 종교계를 길들이려 한다면 강력하게 항의해야 하며, 재벌그룹에 의해 불치의 병을 얻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진보정당이 챙겨야 할 일은 그 밖에도 많다 이거다.

    지방선거뿐 아니라 2012년에 열릴 두 번의 선거를 위해서라도, 지난 2년 간 가장 핫(hot)한 의제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세대를 진보정당의 지속적인 지지자로 만드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진보정당은 이 따분함을 좀 걷어달라는 젊은이들의 요구를 관통하는 행보를 시작해야 한다.

    종횡무진 일탈하는 정치를 보고 싶다

    행성의 공전처럼 반복되는 각 정당의 선거 스케줄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은 따분함에 지쳤다. 취업난, 대학등록금, 주거권…. 산적한 문제에 대한 정책도 정책이지만, 그보다도 진보정당이 젊은이들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이 오래된 따분함, 그 자신의 따분함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턱대고 변화하자는 말은 공허하다. 공허하지 않으려면 “저쪽보다는 더”라는 상대적인 서사를 넘어 차원을 달리 하는 큰 폭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정당정치의 틀 안에서 정치공방이라는 빤한 궤도를 넘어서는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이것이 진보정당이 젊은이들과 만나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다.

    ‘궤도를 벗어나는 변화’는 기존 정치인과 다른 종족으로 태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배불뚝이 아저씨 이미지는 피해야 하며, 그렇다고 쿨한 이미지가 매혹적인 시대도 지났다.

    지금처럼 따분한 시대에는 정리된 입장이나 정치적 담론보다 더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면서, 선 굵은 무공을 종횡으로 펼치는 모습이 훨씬 통쾌하고 매혹적이다. 순간순간 변하는 표심에 따라 눈앞의 문제에 핏대를 올리는 ‘쪼다정치’를 벗어난 확고한 정치가 요구되는 것이다.

    정책으로 표현된 선 굵은 무공은 어떤 것일까. 예를 들면,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100만개 정도 늘리고, 실제로 이 일자리가 명실상부 대체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의 임금을 시간당 1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진보정당다운 정책일 것이다.

    혹은 최저임금 삭감을 저지하거나 5천 원대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 대신, 아예 모든 사업장의 최저시급을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진보정당답다.

    클럽 빌려서 파티를 열어봐

    또한, 무상급식에 대한 색깔론에 맞서는 대신, 오히려 대학 식당에까지 친환경 농산물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더 강력한 대응일 것이다. 대학등록금 대출상환 방식에 왈가왈부하는 대신 모든 국공립 대학의 등록금을 100만 원 선으로 줄이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더 매혹적이다.

    더 나아가 건강보험의 보장범위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청년들에게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큰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고만고만한 정치공방을 일탈하는 것이 훨씬 더 진보정당답다.

    젊은 사람들이 정당 활동에 참여하길 원한다면, 많은 젊은이가 무엇을 즐기고 공유하는지 지켜보기 바란다. 지역 모임에 가면, 조끼 입은 아저씨들이 자기들만 알아듣는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 때문에 두 번 발걸음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기 바란다.

       
      

    젊은이들과 정당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당을 초월한 프로그램을 개최하는 것도 진보정당이 해볼 만한 시도이다. 진보정당이 클럽을 빌려 정당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파티를 열어 보면 어떨까. 젊은이들이 모여서 음식을 나눠 먹고, 수다를 떨다가 뱉어내는 정당에 대한 한마디야말로 생생하면서도 진솔한 조언이 될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일탈이 더해지면 리듬을 이루게 된다. 이 따분한 정치의 시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진보정당의 종횡무진한 일탈 덕분에 리드미컬한 정치를 지켜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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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훈

    따분한 강의실보다는 숲에서 강 어귀에서 잔디밭에서 아스팔트에서 배운 게 많고, 본능적으로 균일한 삶에 영혼을 내맡기지 않은 지역과 문화를 찾아다니는 습성이 있다. 우려하는 일들은 항상 한꺼번에 몰아닥치지는 법이지만, "괴상한 녀석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일은 풀리기 마련"이라는 경구를 가슴에 간직한 29세 젊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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