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성장? 국민을 원숭이로 보는가?
        2010년 04월 01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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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화

    이명박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주무부처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부처 간 신경전을 직접 중재했다는 소식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차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3시간 가까운 격론을 벌인 끝에 “국제사회에 온실가스 감축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부가 담당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간 환경부와 지식경제부는 사안의 긴박성에도 불구하고 부처 이기주의로 인해 진흙탕 싸움을 벌여왔는데, 지난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안)’에서는 양 부처를 온실가스 감축 공동 주무부처로 기록해 혼란만 가중되는 양상이었다. 효율적인 관리체계가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조건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금번 이명박 대통령의 중재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안건보고를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런데 이게 뭔가? 단서가 붙었다. 기사에 따르면 “다만 녹색성장기본법상 온실가스 배출 규제를 받는 사업장(연간 이산화탄소 2만5천 톤 이상 배출) 600여 개에 대한 관리는 4개 부처가 소관 업무별로 나눠서 하되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정리”고, “에너지·산업 공정 관련 기업의 온실가스 규제는 지경부가, 건물·교통 분야는 국토해양부가, 폐기물 분야는 환경부가, 농수산업 관련 분야는 농수산식품부가 각각 맡게 됐다”는 것이다.

    지경부와 환경부, 국토해양부 세 갈래로 나눠져 있던 주무부처가 농림부까지 더해져 4개 부처가 온실가스 감축을 분할 관리하는 방안이 나온 것이다. 물론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만5천 톤 이상’이라는 제한규정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 온실가스의 상당부분이 대형사업장에서 배출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뭔가 이상하다.

    정부 역시 시행령 발표 당시 온실가스 배출규제를 받는 연간 배출량 2만 5천 톤 이상의 사업장이 600여개에 이른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그 비중이 막대하다는 걸 시사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이상해도 많이 이상하다.

    사업장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업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 번도 정확한 수치가 공개된 적이 없다. 다만 2008년에 시사주간지인 ‘위클리경향’이 단독추적을 통해 2005년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0대 사업장의 배출량을 공개한 바 있는데, 해당 정보에 의하면 100개 사업장의 배출량만 해도 2억7천만 톤을 상회한다. 2005년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5억 9천만 톤의 약 45%에 이른다.

    55%는 다른 부서에서

    600여개 사업장으로 확대해 추정하면 전체 배출량의 50~55% 정도를 주관부처인 환경부가 아닌 다른 부처에서 관리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가정․상업부문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줄어들고 산업부문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온실가스 주무부처로 결정된 환경부가 과연 제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스럽다.

    600여 개 사업장에는 석유화학업종과 일반 제조업은 물론이고,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사실상 산업․발전부문의 관리권한을 주장하던 지경부의 요구가 거의 100% 받아들여진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국토해양부 역시 관리 주체로 남아 있기 때문에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20%가 넘는 수송 분야 역시 국토해양부의 영향력 안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차․포 떼고 장기를 두라는 식이다. 가뜩이나 온실가스 규제 장악력을 의심받고 있는 환경부가 차․포 떼고 온실가스 감축을 총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결국 행정적 비효율성과 함께 사회적 혼란만 가중될 것이 분명하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된다. 지경부가 관리하는 2만 5천 톤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 사업장은 대기업에나 해당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누구보다 시급히 기초 체력을 길러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지경부의 우산에서 쫓겨나 소나기를 맞게 됐다. 중소기업 역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기업과는 달리 정부의 지원 없이는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이런 불공정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 역시 직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일부 언론에서 온실가스 규제 관리가 환경부로 일원화된 건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계자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지만 이건 사필귀정이 아니라 지독한 일관성이다. 녹색이고 미래고 간에 기업 특혜가 가장 중요하다는 현 정부의 일관성 말이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산업계는 지경부가, 건물은 국토해양부가 맡고 전체적인 정책을 환경부가 담당하는 것으로 최종 분장됐다”며 “산업계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밝힌 것은 이런 인식에서 연유한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배출하는 산업계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면 대체 누구를 불편하게 하겠다는 말인가?

    제1원칙은 기업에 부담 주지 않는다는 것?

    우리는 이런 상황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란 속담으로 표현한다. 공무에 바쁜 차관들을 청와대로 직접 불러 기껏 결정했다는 것이 조삼모사(朝三暮四)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정부가 ‘녹색성장’이라는 말에 진정성을 보이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도 그렇고, 장관도 그렇고 고위공무원들 모두가 온실가스를 제대로 줄여보겠다는 게 아니고 기업에게 부담이 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과연 어떤 녹색성장이 가능할까 의문이다.

    조삼모사 소식이 전해진 하루 만에 청와대가 ‘기후변화에너지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더해졌다. 환경부와 지경부가 벌인 영역다툼이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는 26일 이명박 대통령의 중재가 사실 기존안 그대로라는 반증으로 볼 수 있고, 기후변화대응에 대한 철학적 인식 부재가 잦은 행정개편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을 위기감에 걸맞게 통합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것이지 행정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낫겠다. 불완전한 행정체계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면 기후변화에너지부를 신설해 이 추한 논쟁을 끝내는 게 차라리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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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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