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과 환경세가 싸우지 않을 방법은?
        2010년 03월 19일 10: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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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진보진영 내에서 ‘기본소득(basic income)’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본소득은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어떠한 심사절차나 의무사항도 수반하지 않고 일정액의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미 기본소득을 주창하고 연구하는 국제적 네트워크(BIEN)가 결성되어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시범 사업, 브라질의 볼사 파밀리아, 알래스카의 석유기금 등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사회당을 위시한 진보정당과 사회운동 일각에서 공감을 얻어가고 있다. 김종철 선생이 발행하는 <녹색평론> 같은 매체에서도 기본소득에 관심을 갖고 관련 글들을 싣고 있다.

    기본소득의 철학적 연원은 여러 사람에게서 찾을 수 있지만, 앙드레 고르가 <경제적 이성비판>에서 한 사회의 생산력은 점진적으로 발전하지만 같은 양의 생산을 위해서 필요한 노동은 더 적어지므로 노동 비례 소득으로는 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고 한 것이 종종 인용된다.

    제레미 리프킨이 <노동의 종말>에서 이야기한 ‘20 대 80 사회’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들이 지향하는 대안이 녹색사회, 문화사회, 사회적 노동, 수소혁명 같은 것들인 것만 봐도 기본소득이 모종의 ‘녹색전환’과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사진=사회당

    만약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면, 사회 구성원들은 생활 유지에 충분한 보편적 급여를 제공받음으로써 노동시장의 압력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와지고, 그만큼 창조적인 그리고 시장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활동에 종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시간은 전반적으로 단축될 것이고, 이윤 경쟁에서 비롯하는 에너지 과소비나 폐기물 생산이 줄어들고 사람들은 생태적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기대다. 기본소득 자체가 곧 생태사회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섣부르지만, 여러 모로 기본소득이 21세기 초반 세계 좌파가 주목할만한 기획임에 분명해 보인다.

    지난 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작성한 기본소득안은 19세까지는 연간 3백만원, 20세부터 죽을 때까지 단계적으로 4백만원에서 6백만원까지 개인이 지급받는 모델이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를 전제로 하며, 기존 연금제도 가입자에 대해서는 과도기가 설정된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과 관련하여 곧잘 제기되는 문제로 환경세 부분이 있다. 민주노총안은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및 불로소득세를 주요 재원으로 총 253조원 가량을 조성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환경세 29조원이 포함되어 있다. 환경관련 세금을 환경세로 전환하여 현재 GNP의 1.1% 수준을 4%로 증가시켜 기본소득 재원으로 쓴다는 것이다.

    환경세 걷으려면 환경오염 계속돼야?

    하지만 이러한 구상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우선 기본소득이 생태사회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논리는 가능하지만, 예컨대 29조원만큼 생태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니 환경세의 목적세로서의 용처를 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는 무리가 있다.

    둘째, 한국에서도 탄소세 도입이 논의 중이고 환경관련 세제의 개편이 불가피하겠지만, 탄소세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 완화와 적응 조처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다.

    당장 온실가스 저감으로 타격을 입을 산업과 노동자, 취약집단에 대한 지원과 재생에너지 확충에 현재보다 훨씬 큰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금의 환경세를 몇 배 늘려도 충당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환경세를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전부 돌린다는 것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셋째, 기본소득의 재원이 될 정도로 환경세가 안정적으로 걷히려면 기업과 개인이 계속 안정적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해야 한다는 역설이다. 그러나 환경세(탄소세)의 취지는 재원 확보 못지않게 오염 저감 유도임이 분명하다.

    기본소득의 현실성이나 구체적인 도입 방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많은 논의가 있겠지만, 방금 언급한 환경세를 통한 재원 확보 부분으로 그 의의와 가능성이 폄하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예컨대 환경세 재원 중 상당 부분을 시장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공 부문의 환경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는데 투여하여 생태사회 전환의 첨병이 되게 하는 것도 타협지점일 수 있다.

    양자택일이나 취사선택의 문제로 보는 대신, 기본소득을 공동의 정치적 연구 프로그램으로 간주하고 한걸음씩 문제를 해결하는 제안을 덧붙이는 ‘플러스’의 토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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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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