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신당, ‘민주대연합’서 나와라
    선거때 존재감 실종, 독립운동해야"
        2010년 03월 16일 02: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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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이 16일로 창당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008년, 대선 패배의 충격에 휩싸인 민주노동당이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청산하지 않고 있다며 ‘진보의 재구성’을 외치면서 나온 민주노동당 출신 당원들과 촛불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당원들이 결합해 만들어진 정당, 그 진보신당이 두 돐을 맞이한 것이다.

    "비한나라당 정권 창출 우리 과제 아냐"

    첫해 총선에서 2.94%로 아쉽게 원내진출에 실패한 후 ‘까발리아호’와 ‘칼라TV’등 당원들의 자발성에 기대 유지해오다 지난해 4월 재보궐선거에서 조승수 의원의 당선으로 원내정당 시대를 여는 등, 진보신당은 위기와 기회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런데 진보신당이 최근 또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바로 6.2 지방선거다.

       
      ▲창당 2주년 기념 떡을 자르는 당 지도부(사진=정상근 기자) 

    창당 2주년 기념일인 16일은 사실상 진보신당이 ‘반MB연합’ 즉, ‘5+4협상회의’에서 빠져나온 날이다. 진보신당을 제외한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은 기초단체장 중심의 선거연합에 대해 의견을 접근하고 있지만, 진보신당은 이제 독자적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진보신당은 이날, 축하행사 대신 기념 토론회를 준비했다. “국민적 요구”라는 ‘반MB연합’에서 나오며 다시 한 번 창당 초기 주장했던 ‘진보의 재구성’을 놓고 당내외 인사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2주년 축하기념식은 시루떡을 자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대체로 “진보신당은 반MB연합에서 나오고 진보의 재구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제자로 나선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불과 2년 전만 해도 범진보진영의 화제는 ‘진보의 재구성’이었지만 지금은 사치스럽고 한가한 논의 취급을 받는다”며 “하지만 비한나라당 정권을 만들기 위해 당장 연합과 통합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길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의 재구성을 목표로 내세우는 한, 그 시야는 훨씬 더 먼 곳을 향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최근 대세인 각종 연합 및 통합 논의들은 다음번 선거에 머물러 한나라당을 패배시키고 단순히 다음 정권을 한나라당 아닌 정권으로 만드는 과제만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정치, 민주당과 함께 죽어가고 있다"

    장 실장은 “이런 식이라면 한국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게 격동하는 지구 자본주의 질서에 마주해 있을 것”이라며 “이명박, 박근혜 수준의 정치가들이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선택지만을 제시하고 있을 테고 한국정치는 지구적 수준의 위기에 속수무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죽은 이념과 단절하고 새로운 이상주의를 제기해야 하며, 이를 말할 수 있는 새 주체를 조직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며 “선거대응이라는 단기 정치를 위해 장기 정치의 목표와 전망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철저히 후자를 위해 전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역시 “복지가 한국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기존 정당들이 모두 분할되는 ‘정치대분열’시기는 진보정당이 자기 중심성을 갖고 나아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며 “그러나 진보정치는 민주당의 변화를 촉진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민주당과 함께 죽어가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선거를 맞이하면 진보정당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야 하는데 오히려 존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오히려 지금은 독자적으로 ‘독립운동’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식이든 진보정치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눈 앞의 이익을 얻을 수도 없는 만큼 10년의 전환기를 바라보는 장기적 전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진보정치의 역량을 강화했으면 연합정치 시대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좌파가 국민적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관점을 갖고 대중을 변화시키는 것을 핵심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민들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정치해라"

     그는 이어 “지금은 민주당과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유리한 국면에 있음에도 진보정치의 주체들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이번 (5+4)협상에서 이탈되면 분명히 주변화 될 것이지만 우리가 응전해야 할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성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백 서울시립대 교수도 “진보신당이 길게 보면서 대중정치를 향해 가려면 여의도만을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밑으로 가서 다양한 의제들을 갖고 새 진보의 공간 창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진보신당도 그렇고 진보정치가 노동중심성을 깊게 가지고 있어 시야가 좁다”며 “프랑스 6.8시대 진보정치의 변화는 의제의 대변화였다”고 말했다.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고 서민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해야 한다”며 “진보신당이 주객관적 상황으로 철저히 소수파 전략을 쓰는 듯 보이지만, 이론적 이념에 빠지게 되면, 소수파 전략과 대중정당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버린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간단히 열린 기념식에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진보신당은 낡은 지역 카르텔을 깨고 진보와 보수가 이념정책으로 승부하는 정치를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며 “진보신당 창당의 문제의식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될 수 없으며 제2창당 또한 진보의 가치를 재구성하겠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야권연대에 대해 “목전에 둔 선거에서 어떻게 하면 잘 싸워 이기느냐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한 걸음이 한국정치를 재편하는데 기여할 것인가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철학도 원칙도 사라지고 대의명분도 실종된 채 눈앞의 작은 이익에만 몰두하면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정치의 발전을 원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의 재구성과 진보대연합 토론회(사진=정상근 기자) 

    "날씨 추워도 봄은 온다"

    노 대표는 “진보신당은 오늘 날씨처럼 조금 추워지더라도 자연의 법칙 대로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는 신념을 가지고 한발 한발 나아가겠다”며 “진보신당의 좁은 어깨에 지워지는 역사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다고 하더라도, 노동자 서민과 함께 그 짐을 기꺼이 지고 진보의 새봄을 열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며 독자노선으로의 전환을 시사했다.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아직 뿌리가 약한데 꽃이 피고 만개하길 바라면 진보의 나무는 뿌리가 뽑힐 수도 있다”며 “오직 깊고 강한 뿌리를 만드는데 집중해야할 때로, 진보는 오직 국민의 사랑과 믿음을 자양분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지사 후보로서 경기도 전역을 다니면서 기성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확인했다”며 “여의도 정가에서는 진보정치가 왜소하지만 삶의 공간에서는 국민이 진보정치의 분발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노중기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장석준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이 발제를,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과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교수), 이성백 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집행위원장(서울시립대 교수),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성공회대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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