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의 또 다른 범인
        2010년 03월 11일 01:34 오후

    Print Friendly

    부산의 사상 산동네에서 실종된 뒤 11일 만에 변사체로 발견된 여중생 살해 사건은 성폭행 전과자에 대한 관리 부실과 치안 체제에도 문제가 있지만, 뉴타운 개발에 밀려 산동네에 밀려난 서민들의 빈곤 문제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매일 매일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각박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 서민들에게는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귀여운 딸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여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 빈곤이 확대되면서 미국의 빈민가에서나 나타나는 전형적인 범죄 양상이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젊은 부부가 PC방에서 게임에 몰두하다가 어린 아기를 굶겨 죽인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들을 인터뷰한 범죄 심리학자는 "일자리도 없고 아이에게 먹일 우유 값도 없는 부부가 피난처로 인터넷 게임을 택한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죽음 방치하는 사회

    즉, 빈곤에 시달리던 심리적 압박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아기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작 중요한 살인자는 가난을 방치하는 사회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수출이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부산항의 물동량이 증가하는 등 거시 경제지표가 나아졌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실제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가계 소득이 중위소득 해당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 가구의 수는 지난해 말 사상 최초로 300만을 넘어 305만 8,000가구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전체 가구 수가 1,700만 가구에 달하니 전체 가구의 18%가 빈곤가구인 셈이다. 이를 인구 숫자로 따지면 700만 명에 달한다. 4천 9백만 인구 중에 7백만이 빈곤층인 것이다.

    이러한 빈곤층의 비율은 장밋빛 경제 청사진을 제시했던 이른바 경제 대통령, 이명박 정부의 등장과 함께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 빈곤층 비율은 OECD 기준 (중위소득 50% 미만의 소득을 기준으로 함)으로 2006년 16.7%에서 2009년 18.1%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해 왔으며, 그 증가폭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빈곤층의 월평균 소득은 80만 원 수준으로, 최저임금(주당 40시간·월 80만 원)을 밑돌았다.

    이것은 결국 지표상의 경제회복이 국민들의 삶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표상의 경제회복은 부유층의 삶은 더욱 윤택하게 만들지만 저소득층의 삶은 더욱 황폐화시키는 사회 양극화만을 심화시켰을 뿐 이다. 실제로 2009년 3/4분기 당시 고소득층의 실질소득은 5.9% 증가하였으나,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은 8.2%나 감소하였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희망이 없는 노동자들의 삶 

    정부는 여전히 ‘고용이 최대의 복지’라며 복지보다는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 확대 없는 성장 정책만으로는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시간이 지날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교육, 주거, 의료 등 국민들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비용 지출이 너무 크기 때문에 복지 없는 성장은 생활비의 상승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임금 수입의 일부 증대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노동자의 삶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현 정부 집권 이후 물가인상률을 고려한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8년 3.6%, 2009년 3.3%로, 지난 정부의 평균인 7.7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2010년에는 오히려 0.25% 감소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의 위기 타개책으로 나왔던 친 서민 정책이 포장은 그럴 듯하나, 실제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말 잔치’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분야 예산은 2009년 추경대비 1.4조나 줄어들었고, 한시생계보호 예산 및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은 전액 삭감되었으며, 건강보험과 공공의료 강화 정책은 뒤로 밀린 채 해외환자 유치, 영리법인병원 도입 등 의료민영화 정책이 우선순위를 차지함으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교육, 주거, 의료 등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을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들이 모두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문제로 하나씩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결과, 현 정부 집권 이후 가계부채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실질 가처분소득 중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81%에서 2007년 71%로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가, 2008년 75%, 2009년 80%로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해 급격하게 증가한 실질 가계 부채율은 올 상반기 가계 부도의 급증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

    이렇듯, 저소득․서민층의 실질소득은 하락하는 반면,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비용의 지출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탓에 빈곤층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중산층은 빈곤층으로 계속 추락하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근본적인 원인은 부자감세 등으로 인해 국가의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토목자본에 모든 혜택이 집중되는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 붓는 과정에서, 국민의 삶에 필수적인 복지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 방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불필요한 삽질예산의 과도한 배정이 사회 양극화의 심화와 빈곤층 300만 가구 시대를 만들게 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할 것이다.

    하루 속히, 과도한 건설예산을 복지예산으로 돌려야만 오늘의 심각한 사회 붕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면서도, 빈곤율이 20%에 육박하는 우리 사회의 아픈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첫 걸음은 현 정권의 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에 있다.

    치안을 강화하고 법을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최소한의 주거를 보장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며, 마음 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육아지원정책이 보장되는 보편적 복지국가가 되어야 더 이상 가슴 아픈 뉴스를 우리 국민들이 보지 않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2010년 3월 11일
    사단법인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