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권에 겁먹지 말자”
        2010년 03월 03일 10: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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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6일 한진중공업 노사가 일방적 정리해고 중단과 파업 철회에 합의했다. 그러나 정리해고는 철회된 것이 아니라 중단됐고, 비정규직에 대한 정리해고와 임금삭감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소 정리해고 쓰나미의 전초전이었던 한진중공업 투쟁이 갖는 의미를 현장에서 정리해고 저지 투쟁과 비정규직 해고 저지 투쟁을 함께 벌였던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박성호 대의원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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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극적으로 타결됐는데 26일 현장은 어땠나?

    = 경남 창원의 대림자동차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집중투쟁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발 20분 전에 회사가 긴급 교섭을 요구했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조합원들은 생활관에 대기하고, 대의원들은 노조로 모이라고 했다. 1시에 조합원 보고대회를 했는데 교섭 요청 가지고 왜 집회에 안가냐며 조합원들이 난리가 났다.

       
      ▲ 지난 1월 열린 ‘조선소 구조조정 분쇄, 한진중공업 불법 정리해고 분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 모습 (사진=이은영 기자)

    조합원들은 무작정 5시까지 기다렸는데 연락이 없었고, 퇴근할 때가 다 되어 문구 정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7시 40분 정도 되니까 교섭 끝났다고 내려왔고,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8시에 전체 조합원 보고대회를 했는데 조합원 반응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박수를 치는 것도 아니고, 동의하냐고 해도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의아해하는 것도 있었다. 중단된 거냐, 구조조정 안하는 거냐는 질문도 나왔다.

    – 총파업에 돌입하기 전까지 현장은 어떠했나?

    = 2월 25일 비가 억수로 많이 왔는데도 아무도 안 나가고 고함소리도 크고, 분위기가 엄청 좋았다. 거의 밤 9시가 다 되어서 끝났다. 회사가 볼 때는 현장의 분위기가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집행부는 26일 파업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25일 아침부터 파업이 진행됐다.

    회사가 24일부터 부서별로 정리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명단을 발표하자 현장에서는 나리가 났다. 조합원들을 개별로 방치하면 희망퇴직을 개별로 쓸 수 있고, 사고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집행부에 요구해서 25일 전체 조합원들을 현장에 보내지 않고 집결시켰다. 그래서 자동으로 파업이 됐고, 저녁에 전야제가 된 것이었다.

    – 정리해고를 중단시킨 원인은 어디 있었다고 보는가?

    =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단결력이라고 생각한다. 조합원들은 계속 노동조합에 총파업을 하자고 요구했었다. 집회를 하든 안하든 조합원들이 다 나오고 회사가 통제력이 안 되니까 문제가 풀렸다고 본다.

    무엇보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단식이 큰 역할을 했다. 금속노조와 지역대책위, 현장의 대의원들은 쌍용차 투쟁에서 보듯이 정리해고자 명단이 발표되기 전에 총파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집행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김진숙 지도위원이 단식을 하면서 지도부가 긴장감을 갖게 된 것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대거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몰려가 단식 중단을 요구했고, 모든 조합원들이 단식농성으로 집중되니까 지회가 투쟁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것이 한 달, 두 달을 버틸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단식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와 시민대책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지역 여론을 노동조합 투쟁에 매우 우호적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간부들이 지역에 선전전 나가고 오후에 집회하고 행진하고 그러면서 부산 여론이 많이 올라갔다. 서울상경투쟁은 현장과 분리만 되고 효과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회사는 정리해고 명단 발표하면 노조가 곧바로 옥쇄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봤는데 현장에 일감이 없기 때문에 생산에 타격을 주는 파업보다 다양하고 유연한 투쟁을 벌이고, 마지막에 옥쇄파업을 벌이기로 한 것도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사실 좀 더 빨리 끝날 수 있었는데, 총파업 만드는데 두 달 보름이 걸렸고 계속 늦춰졌었다.

    – 회사는 희망퇴직으로 이미 목표를 달성한 것 아닌가?

    = 최종적으로 450여명이 나갔다. 설계를 빼면 현장은 250명이 나갔는데. 적은 숫자는 아니다. 많이 나간 것이다. 회사가 원했던 숫자가 된 것도 있고, 회사는 이 정도면 됐다고 본 것도 있을 것이다. 올해 정년퇴직자들도 많다. 원래 120명 정도 되는데 명퇴 쓰고 해도 60명 정도 남아있고, 내년에도 6~70명 정도 된다. 3년 내에 307명 정도 나간다.

       
      ▲ 사진=이은영 기자

    사실 회사는 노조 길들이기를 고민했었는데, 조합원들이 살아있으니까 현재로서는 포기한 것 같다. 이 수준에서는 어렵다고 본 것 같다. 거꾸로 이번 기회에 오히려 더 단결을 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이 예전에는 집회나 파업에 불참하면 부과금을 매겼다. 부과금 때문에 조직력이 있었는데, 그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부과금 때릴 돈이 없는데 결합 안하는 사람이 왕따가 되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정리해고 명단이 떨어져도 다 산자와 죽은자가 갈라지지 않고 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조합원들도 몇 년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같이 싸워줘야 한다고 봤다. 최소한 한 달은 싸울 수 있다고 봤고, 회사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 투쟁기금 50만원 거출도 도움이 됐나?

    = 20만원 15만원, 15만원씩 걷었고, 산자들은 무조건 10만원씩 걷기로 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에서 요구하고 대의원들이 제기해서 집행부가 받아들여서 하게 됐다. 조합원들은 설계, 기사 일부 빼고는 현장은 100% 걷혔다. 회사는 그것도 엄청 크다고 본 것 같다. 200명 짤리면 돈 10만원씩 걷어서 투쟁하면 계속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비정규직 3,800명 중에서 절반 가량 나갔고 앞으로도 계속 나갈 것인데

    = 조선소 전체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바로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 담당 대의원들도 하청업체 사업장 하나 터지면 임금 받아주는 수준이다. 비정규직 짤려나간 문제를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조합, 조합원, 활동가들도 모두 자기 밥그릇만 찾는다. 비정규직이 나가니까 일거리가 생겨 일을 하려고 하는 상황이다. 정규직이 하고 있는 일은 비정규직이 할 수 없다고 단협에 되어 있지만 비정규직이 나간 일을 정규직에게 일을 시키고 있다. 이후에도 그렇게 할 것이다.

    회사는 구조조정 목적을 비정규직 짤라서 달성하고 있고, 수주가 새로 들어오면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 늘려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들은 심지어 똥줄 땡기니까 옛날에 안 하던 걸 지금은 하고 있다. 그걸 간부들이 외면하고 있다. 이후에 비정규직 무더기로 안 날아가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 이번 한진중공업 투쟁의 교훈은

    = 지역투쟁과 여론전을 잘했다고 본다. 여론작업도 중요하지만 그것도 현장투쟁을 하면서 해야 한다고 본다. 지도부들이 이명박 정부 아래서 깨지니까 지레 겁먹는 것 같다. 이걸 핑계로 삼는다. 아무리 상식이 안 통한다고 해도 공권력이 들어오는 시점은 안다. 그걸 아는데도 그 지점에 가기 전에 조합원들에게 그걸 겁을 주고 투쟁 열기를 낮추려는 모습은 자제되어야 한다.

    정리해고 투쟁은 명단이 나오기 전에 최대한 조합원들을 하나로 모아내는데 주력해야 하고, 선전물도 희망을 주고, 선동성 유인물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본다. 조합원들은 투쟁기금 거두는 것도 효과적이었는데, 초반에 모든 계획을 짜야 한다. 투쟁을 하려면 총알이 필요한데 총알을 구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사전에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회사도 겁내는 것이고 서로에게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전에 투쟁기금 마련 등 사례들을 잘 준비해야 한다.

    회사 정문 앞에 발 빠르게 대책위를 꾸리고 실질적인 투쟁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조합원들 프로그램을 만들고 천막치고 하는 게 좋았던 것 같다. 조합원들이 출근 들어오고 ‘전쟁터인갑다’고 느끼도록 한 것도 김진숙 지도위원이 단식으로 만들었는데, 다른 데에서도 이렇게 만들어가야 한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되어서 생각보다 정리되었다고 본다. 조선은 자동차하고 좀 다르다. 오너하고 수주 관계가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 하면 최단시일에 하지 않으며 손을 들 수밖에 없고 존폐위기를 고민하지 않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파업이 학교라고 했는데, 정파를 떠나서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생겼다. 투쟁을 가지고 고참들과 논쟁하는 새로운 대의원들이 많이 생겼다. 큰 학교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투쟁에서 조합원들은 노조 간부들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이 생겼고, 헌신적으로 활동하는 간부들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무엇보다 간부들이 변해야 한다. 이명박 정권에 겁먹지 말고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조선소 노동자들이 같이 단결해 싸우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싸운다면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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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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