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찰하는 진보, ‘진보의 미래’를 묻다
        2010년 03월 02일 09: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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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수구, 진보, 개혁, 좌-우 이런 단어들이 넘쳐나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진보운동, 진보정당, 진보세력처럼 ‘진보’라는 수식어가 붙는 단어들이 무수히 사용되고 있지만, ‘진보’라는 단어가 가진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저마다 ‘진보’라는 단어를 쓰는 의미도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원고를 모아낸 책의 제목이 『진보의 미래』이지만, 스스로가 ‘진보’라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

    진보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처럼 ‘진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은 진보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다.

       
      ▲ 진보신당 윤난실 광주시장 후보

    그래서 ‘진보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후보로 광주시장에 출마하는 윤난실씨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다.

    윤난실씨는 이번에 10명의 지식인ㆍ활동가들을 찾아다니며 대화한 기록을 모은 『진보콘서트』라는 책을 내 놓았다.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급조해서 내는 출판기념회용 책들이 넘쳐나는 때인지라, 그러려니 하고 살펴보려는데, 책의 서문에서 ‘선거용’으로 기획된 책이라고 먼저 자백을 하고 시작한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선거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내용들이다. 자신을 홍보하는 내용은 별로 없고, 윤난실의 고민, 더 나아가서 ‘진정성’있는 진보의 고민을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윤난실은 10명의 지식인과 활동가들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한다. 마치 구도자처럼 묻고 다닌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홍세화, 손호철, 정태인, 김상봉, 진중권, 이범, 박병규, 오관영, 박래군, 한재각… 모두가 우리사회에서 진정성 있는 활동과 발언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윤난실은 이 사람들을 찾아다닌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2008년 촛불을 보니까 진보세력이라고 하는 각각의 조직에서 활동한 사람들이 그 판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더라는 겁니다. 어떻게 보면 소외감도 들었고, 우리가 할 일이 없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지금의 진보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보세력이 ‘꿔다놓은 보릿자루’이더라는 자기 인식은 진보의 현실을 보여준다. 윤난실은 “국민들이 물신숭배와 무한경쟁의 늪에서 고통 받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진보가 비전이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그리고 묻는다. 진보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상대방에게 던진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문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 인권과 광주, 비정규직, 청년실업, 기후변화와 에너지…. 등등 다양한 주제들을 넘나들지만, 그 핵심에는 진보의 현재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모색이 깔려 있다.

    진보에 대해 던지는 쓴소리들

    치열하게 활동하고 발언하는 사람들인 만큼, 대화의 상대방들은 듣기 좋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진보운동 또는 진보정당에 대한 쓴 소리들이 쏟아진다.

    “우리의 진보는 그 수가 많지도 않은데, 그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절대적 진리를 가진 양 오만하고 학습을 안 합니다. (홍세화)”

    “환원론적 비판만 하고 구체적ㆍ실천적 대안은 고민하지 않는다. (이범)”

    “진보진영이 잘못하고 있는 것은 관념성이라고 생각해요. 관념적인 맑스주의 원론에서 똑같이 원론적인 사회민주주의 원론으로 움직여 간 겁니다. (손호철)”

    “우리가 무상교육ㆍ무상의료 얘기를 하지만 진전이 있으려면 내부 구성원부터 동의와 합의과정과 실천이 필요한데, 현실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죠. (박병규)”

    이런 쓴 소리들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진보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진보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제안들이 쏟아진다.

    “진보는 자신의 미성숙을 인정하고 겸손해야 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지런히 학습해야 합니다. (홍세화)”

    “선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공감과 소통의 자세로 다가서야 합니다. (박병규)”

    “무조건 안 된다는 계몽적 방식으로는 절대 설득되지 않거든요. 작은 실천을 만들어내면서 그분들의 욕망을 다른 방법으로 채울 수 있는 대안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관영)”

    "진보운동 진영이 우리의 힘없음, 실력 없음을 인정하고 바닥에서부터 기초를 튼튼히 쌓는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래군)“

    진보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ㆍ경제적 조건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하기로 합의하고, 그러고 나서 경쟁을 하더라도 하자는 그런 청사진을 제시하며 현실적 믿음을 줄 필요가 있습니다. (홍세화)”

    주목을 끄는 것은 ‘믿음’, ‘신뢰’라는 단어를 많은 대화자들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는 이 시기에 진보가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것은 믿음을 가지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자기에 대한 믿음’, ‘역사에 대한 믿음’, ‘내 이웃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 책 표지

    노동운동을 하는 박병규씨는 신뢰를 강조한다.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10명의 사람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눈 윤난실씨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 명쾌하다. 진보는 끊임없이 자기 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지금 여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윤난실씨의 인생이력을 보면, 늘 ‘지금 여기’에서 자신이 할 일을 고민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광주교대에 입학했다가 노동운동에 뛰어들게 되고 다시 진보정당운동을 하게 된 것. 2002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광주시의원으로 들어가 의정활동을 통해 지역정치의 현실과 몸으로 부딪혀 온 것이 증명해준다.

    개인적으로는 진보의 미래를 위해서는 진보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는 것을 통해 사람들은 진보의 이야기를 믿을 지 말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말만 듣고 믿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고 실천이 중요하다.

    『진보콘서트』를 덮으면서, 진보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모색하는 윤난실씨가 자신의 삶을 통해 ‘진보의 미래’를 계속 개척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윤난실 후보는 이렇게 살아왔습니다

    1965년 전라남도 강진에서 아버지 윤태선과 어머니 오숙민의 3남 2녀 중 장녀로 태어나, 학교에 갈 때도 같은 길로는 재미없어 다시 가지 않을 만큼 개구지고 활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80년 광주항쟁 때 피난을 내려온 두 고등학생 오빠들을 질책하며 도로 쫓아 보내실 정도로 올곧았던 아버님의 가르침 속에 자라, 밥상머리에서부터 민주주의를 배웠다. 의롭고 자랑스럽게 살라는 아버지의 가르침답게 윤난실의 가족사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산 역사이다.

    아버님 윤태선은 국가보안법으로 투옥, 첫째 삼촌 윤광장은 전교조 해직교사로 투옥, 둘째 삼촌 윤한봉은 광주항쟁의 마지막 수배자로, 셋째 삼촌 윤영배는 농민운동으로 투옥되어 4형제가 양심수 전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삼촌들 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며 머리에 피도 마르기 전에 정치와 사회, 역사와 철학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생생하게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배웠다.

    1981년 광주여자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직접 쓴 소설을 친구들이 순번을 정해 돌려 읽을 정도로 글 솜씨가 좋았던 문학소녀였다.

    1984년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 광주교육대학교에 입학하였다.

    1985년 서슬 퍼렇던 독재정권시절에 총학생회장에 출마하여 군사교육반대 투쟁에 앞장서다 무기정학을 받아 2학년 재학 중에 대학교에서 쫓겨났다.

    1986년 학력을 속이고 방직공장과 메리야쓰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의 삶을 배웠고,

    2002년 까지 노동운동에 전념하여 노동야학과 광주지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에서의 왕성한 활동으로 광주지역 노동자들의 기본권 확보와 노동자 정치운동의 기틀을 다졌다.

    2002년 6월 최초의 민주노동당 광주광역시의원(비례대표)으로 당선된 이후, 광주광역시 태양에너지 조례 제정,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지원 조례 제정 등, 윤난실은 ‘光州一蘭’이라는 별칭을 부여받을 만큼 빛고을의 기록적인 의원이 되었다.
    –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선정 우수의원(2003년)
    – 제1회 장애인 인권상 수상(실로암 사람들, 2005년)
    – 문화일보, 한국지방자치학회 선정 우수조례 특별상 수상(2005년)
    – 시사저널 선정 광주전남을 움직이는 사람들(여성) 2위(2005년)
    – 의원발의 전국 최다 의원-조례 8건(2006년)

    2006년 12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광주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시선집중 광주>를 진행하며 냉철하고 순발력 있는 진행으로 ‘광주의 손석희’로 이름을 높였고,

    2009년 3월 진보신당 창당이후 지금까지 진보신당 부대표를 맡고 있다.
    윤난실의 여성과 장애인,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치, 생태와 생활의 정치를 고루 배운 광주시의원의 경험과, 20여년 가까운 노동운동·정당운동의 자산은 퇴색해버린 민주주의의 성지 광주를 진정한 빛고을로 다시 일으켜 세울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약력>
    1986~2002 노동야학, 광주지역노동조합협의회,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등 노동운동
    1991~현재 한국사회주의노동당, 진보정당추진위,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정당운동
    2002~2006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2006.12-2008.7 광주MBC 라디오 <시선집중 광주> 진행
    2009.3 진보신당 부대표(현)

    (현) 진보신당 광주시당 대표
    (현) 들불열사기념사업회 부이사장
    (현) 광주전남 북한이주민지원센타 이사
    (현) 장애인 자립생활지원센터 ‘열린케어’ 운영위원
    (현)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자문위원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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