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태일 평전』 읽는다는 검사님들께
    By 나난
        2010년 02월 18일 09: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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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6일 한 신문에 공안검사들이 『전태일 평전』을 열독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대검찰청 공안부에서 월 2회 ‘공안포럼’을 하면서 전국의 공안검사들이 전문가들의 강연을 듣고 있는데, 1월 말에 열린 첫 번째 강연회에서 강사가 『전태일 평전』 일독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강사였던 조영길 변호사는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태일 평전』과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동시에 추천하며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 모란공원 내 전태일 열사의 동상 (사진=노동과세계)

    전태일 열사 분신 40주기를 맞아 노동사건을 주로 다루는 공안검사까지 『전태일 평전』에 관심을 갖는다니 기뻐해야 하는 일일까? 김대중 노무현 정권 아래서도 노동자의 파업을 적대시하고, 이명박 정권 들어 더욱 더 노동운동을 죄악시해온 공안검사들이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전태일 평전』 읽는 공안검사

    『전태일 평전』을 읽고 당시 시다들처럼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들과 ‘연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번이라도 노동자들의 천막을 방문하는 검사가 있을까? 온갖 멸시와 탄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노동사건 관련자들을 대거 풀어줄 검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

    아니, 『전태일 평전』을 읽고, 40년 전에는 어려웠지만 지금은 먹고 살만 한데 왜 파업을 하냐며 중형을 구형하지는 않을까?

    『전태일 평전』을 읽는다는 공안검사들에 의해 지금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수억, 이동우 조합원이 1년이 넘도록 차디찬 감방에 갇혀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최병승 노동자, GM대우자동차 창원공장 권순만 노동자가 오랜 세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 다 짜르고 웬 쑈냐’고 항의하며 서울모터쇼가 열리는 행사장 앞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4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연행해 28명을 기소하고, 5,100만원의 벌금폭탄을 때린 것도 모두 공안검사들이다.

    12시간 야간노동 해보시면 어떨까

    봉욱 대검 공안기획관은 “공안포럼은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에 대한 이해를 넓혀 보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공안검사들에게 제안한다. 『전태일 평전』을 열독하는 대신, 딱 한 달만 기아자동차 모닝공장에서 12시간 야간노동을 해보시면 어떨까? 화장실에 가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고, 숨 돌릴 시간도 없이 나사를 조이면서 시급 4,110원 최저임금을 받고 생활해보시면 어떨까?

    40년 전 전태일과 어린 시다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현대중공업 군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해보면 어떨까? 굳이 비정규직이 아니어도 좋다. 가까운 시화공단에 있는 인컨트롤스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온갖 산업재해를 당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일해야 하는 정규직 노동자로 살아볼 것을 권한다.

    한 달이 힘들다면 일주일만이라도 열악한 노동현장을 직접 경험해보길 진심으로 바란다. 단 한 명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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