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금동결 해고자유화 전초전
        2010년 02월 17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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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공회의소가 2월 16일 ‘전임자 임금 지급 단체협약 체결 요구를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대한상의는 <노동계의 전임자임금 관련 단협 체결 요구에 대한 대응방향>이라는 지침서를 통해 “전임자 임금지급 단체협약을 올 상반기 중 체결할 경우 7월부터는 전임자 임금 지급금지 규정에 위반돼 효력이 없다"며 ”노조가 단협 체결을 요구해도 사용자는 여기에 응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교섭 거부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전임자 관련 단협 체결을 위한 쟁의행위는 위법이며,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상 업무방해로 고소하라며 노사간의 전쟁을 부추겼다. 개악된 노조법으로 민주노조의 씨를 말리겠다는 것이다.

    국무회의 근로시간면제 인원까지 제한 의결

    누구보다 노동운동의 숨통을 끊겠다고 앞장선 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이다. 이명박 정권은 2월 9일 국무회의를 열어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시간’과 ‘인원’ 모두 제한하는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 2월 4일 당정협의에서 타임오프 한도를 활용할 수 있는 인원 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이를 근로면제위원회가 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이명박 정권은 ‘과도한 전임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며 인원까지 제한하는 시행령을 강행한 것이다.

    이제 2월 말 출범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이명박 정권이 임명한 ‘공익위원’이 전임자 수를 마음대로 축소해 통보하는 일만 남았다.

    노동부, 기존 전임자 인정 징역

    이에 앞서 노동부는 2월 4일 <단체협약 지도지침>을 산하 지방노동청에 내려보내 근로시간면제를 위반한 사업주에게 최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노동부는 △100인 이상 모든 사업장의 단체협약을 조사하고,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지키지 않는 행위를 범죄로 보고 근로감독관이 수사하며 △위반할 경우 노사 모두 시정명령과 500만원 벌금, 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는 “단협 유효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전임자 임금 사항을 갱신하자며 단체교섭 또는 특별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노사 평화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만약 노조가 전임자 관련 사항의 갱신이나 사용자의 교섭거부를 이유로 쟁의행위를 하면 합법적인 노조활동이 아닌 만큼 민형사상 면책이 되지 않는다”는 ‘황당한’ 지침까지 내려보냈다.

    이명박 정권과 재벌이 민주노조운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불법을 불사하고 총력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동결 해고 완전자유화 목표

    이명박 정권이 진정으로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한 ‘투자 및 고용확대를 위한 30대 그룹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조석래 전경련 회장 “일자리를 300만개 이상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관계가 선진화돼 기업이 자유롭게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하자 이명박은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관계법 테두리 안에서 정부는 노사문화 선진화를 위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해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리해고 완전자유화를 하기 위해서라도 저항의 씨앗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 전임자 문제부터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명박은 “공직자 임금이 전례 없이 2년간 동결됐다. 민간 기업에 주는 메시지로 생각해 달라.”며 2009년에 이어 2010년 임금동결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09년 임금동결로 고통받은 현장 노동자들이 2010년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나올 것에 대비해 노조 전임자를 대폭 축소하고 노조활동을 무력화시켜 임금동결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2009년 정리해고 저지 투쟁 무력진압과 임금동결,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로 재벌의 오랜 소원을 풀어줬다. 이어 이명박은 2010년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마무리와 노조무력화, 파견대상 확대 및 비정규직법 개악, 정리해고 완전자유화를 완수한다는 목표다.

    특별교섭 쟁의행위 모두 합법

    금속노조는 산하 101개 사업장 9개 지부에서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노사는 법개정 즉시 특별단체교섭을 진행한다”고 합의했고, 54개 사업장은 “노동법 개정 시 보충교섭을 진행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문구로 갖고 있다. 따라서 금속노조의 특별교섭은 정당하고 합법적이며, 교섭에 나오지 않을 경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6월 30일 이전에 체결된 단체협약은 효력기간이 2년이면 당연히 2012년 6월까지 유효하다. 또 개악된 노조법의 시행 시기가 7월 1일이기 때문에 그 이전에 전임자 급여지급을 요구하거나, 근로시간 면제한도를 위반하는 요구를 하고,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 2010년 7월 1일 이후에도 근로시간 면제에 관한 한도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요구를 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위 법 위반이 아니다.

    금속노조는 노조 전임자 활동과 산별노조 교섭권 보장을 위한 특별교섭을 벌이기로 한 1월 27일 임시대의원대회 만장일치 결정에 따라 260여개 사업장에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기존 전임자 수 및 활동 보장 △조합원 조합 활동 보장 △금속노조와의 교섭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2월 23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특별교섭을 진행한다. 만약 원만한 노사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조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4월 중에 조정신청과 파업찬반투표 등의 수순을 밟는다.

    긴장감 없는 노조운동

    그러나 정권과 자본의 불법을 감수한 총력공세에 비해 민주노조진영은 여전히 긴장감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간부들은 현장의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조합원 핑계를 대고 있다. 조합원들의 정서가 “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노조 간부들 월급 문제 아니냐”며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간부들이 이명박 정권이 전임자 문제를 통해 긍극적으로 정리해고 완전자유화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교육하고 알려내지 못한 탓이다.

    일부에서는 임단협 투쟁과 묶어서 싸워야 동력이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제기도 하고 있다. 이미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만장일치로 확정됐고, 4~5월 근로시간면제위원회와 6월 지방선거에 맞춰 전면적인 투쟁을 만들어낼 때만이 기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고 노조법 개정으로 나아갈 수 있다. 민주노총도 빠르게 노동기본권 사수 투쟁에 조직의 명운을 걸고 싸워야 한다.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정권과 자본은 막대한 화력을 동원해 민주노조, 특히 금속노조를 타격하고 있다. 15만 금속노조가 전국에서 전면적인 투쟁을 벌여낸다면 이명박 정권에게 파열구를 낼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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